▲ 열린우리당은 지난 24일 공천신청자가 1명인 지역구 중 11곳 신청자의 공천을 확정했다. 이날 공천장 수여식에서 정동영 당의장 등이 김한길 전 의원에게 노란 점퍼를 입혀주고 있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한나라당은 1·2차 공천 희망자 공모 결과 모두 9백21명(지역구 7백24명, 비례대표 1백97명)이 공천을 신청, 2백27개 지역구의 평균 공천 경쟁률은 3.2 대 1로 집계됐다.
민주당은 1차 공모 결과, 4백21명이 지원해 1.9 대 1의 경쟁률을 보였으며, ‘사실상의 여당’인 열린우리당(우리당)은 1차 마감 결과 5백14명이 공천을 신청해 2.3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민주당과 우리당은 2월 초까지 2차로 추가 공모를 할 계획이라 경쟁률은 더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공천 공모에서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각각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지역에 지원자가 대거 몰린 데 비해 우리당은 전국적으로 고른 지원 분포를 보였다. 또 여야 모두 선거구가 분구될 예정인 지역엔 공천 신청자가 쇄도했고, 불법정치자금 사건 등으로 구속된 의원들이나 불출마 선언한 의원들의 지역구에도 신청자가 많이 몰렸다.
특히 연령별로는 각 당 공히 40대가 가장 많이 공천 신청서를 제출해 눈길을 끌었다. 한나라당은 40대가 3백33명으로 전체의 36.2%를 차지했으며, 민주당과 우리당도 각각 1백65명(39.2%), 2백64명(51.4%)으로 가장 많았다.
과연 이번 3당 공천 공모에선 어떤 특징이 발견될까. 몇 가지 화제 포인트를 짚어봤다.
△구속의원 8인방 ‘생사기로’
각 당의 공천 신청 현황에 따르면 불법 대선자금 관련 혐의와 개인 비리 등으로 구속된 의원 8명 가운데 절반만 공천 신청 서류를 제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 박주선 의원(전남 보성·화순)의 경우 옥중에서라도 재선에 나설 뜻을 분명히 했다. 그렇지만 같은 당의 김학주 인권위원회 부위원장과 박판석 농촌문제연구소장, 정완기 전 전남도의회 의원 등도 공천을 신청, 공천 티켓 한 장을 놓고 치열한 경합을 벌이게 됐다.
‘DJ의 그림자’로 불렸던 김옥두 의원(전남 장흥·영암)도 4선의 고지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공천을 신청했다. 같은 당에선 박준영 전 청와대 대변인과 강성재 한·일문화교류센터 대표 등이 김 의원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우리당 정대철 의원도 서울 중구에 공천을 신청, 법원의 판결 이전에 당 지도부의 ‘심판’을 먼저 요구했다. 당내에선 이형석 코리아텐더 농구단장이 출사표를 던져 정 의원과 경합중이다.
구속된 한나라당 의원 5명의 경우 박주천 의원(서울 마포을)만 유일하게 공천을 신청, 이신범 전 의원 등 3명의 신청자들과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나머지 박명환(서울 마포갑)·최돈웅(강원 강릉)·박재욱(경북 경산·청도)·김영일(경남 김해) 의원 등은 모두 공천을 신청하지 않아 불출마 의사를 대신했다. 이렇게 현역 의원이 불출마함에 따라 ‘무주공산’이 된 서울 마포갑과 경북 경산·청도 지역구엔 한나라당 깃발로 출마하려는 공천신청자가 9명씩이나 대거 몰렸다.
▲ 지난 24일 민주당사에서 조순형 대표가 확대간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오른쪽은 추미애 중앙상임위원. | ||
24일 현재까지의 공천 신청 현황을 보면 한나라당은 전국 2백27개 지역구 가운데 65개 지역에서 ‘나 홀로’ 공천을 신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과 우리당은 각각 85개, 75개 지역구에서 1명이 공천을 신청한 상태다.
우선 우리당은 지난 24일 공천 신청자가 1명인 75개 지역구 가운데 11개 지역 신청자를 총선 후보자로 최종 확정지었다. 우리당 관계자는 “11개 지역구의 여론조사 결과 상대 후보들보다 앞서고 있는 데다 공천을 신청할 후보가 더 이상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서울의 경우 김근태 원내대표(도봉갑), 이미경 상임위원(은평갑), 김희선 의원(동대문갑), 허인회(동대문을)·이인영 전 민주당 위원장(구로갑), 김한길 총선전략기획단장(구로을) 등 6명이 공천이 확정됐으며, 인천에선 최용규 의원(부평을)이, 경기도에선 이종걸 의원(안양 만안), 문학진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하남), 원혜영 전 부천시장(부천 오정) 등 3명이 이 1차 관문을 통과했다. 또한 충남에선 문석호 의원(서산·태안)의 공천이 확정됐다. 나머지 지역구는 2차 공모 결과에 따라 후보를 확정짓겠다는 방침.
민주당도 단일 후보 지역이 많지만 이달 말까지 2차 공모를 거친 뒤 공천 여부를 확정할 계획이다. 민주당 강운태 사무총장은 “단일 후보 지역이더라도 경쟁력이 뒤진다고 생각되는 지역은 현지 실사 등을 거친 뒤 총선 후보자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나 홀로 공천 신청’을 했다고 해서 벌써부터 한시름 놓기는 이르다는 얘기다.
△혈연관계 신청자들
이번 공천 신청에선 부자(父子), 형제, 부부 등이 동시에 출사표를 던진 경우가 많다는 점도 또 하나의 특징이다.
우선 사상 최초로 부자가 동시에 같은 당 간판으로 출사표를 던진 경우다. 7선에 도전하는 민주당 김상현 의원이 광주 북구갑에서, 기자 출신인 아들 영호씨가 아버지의 지역구였던 서울 서대문갑에서 각각 공천을 신청했다. 아들 영호씨는 해당 지역 공천 신청자가 단수인 반면 김 의원은 김재두 부대변인 등 3명의 공천 신청자들과 함께 경합을 벌어야 하는 상황이다.
부자 동시 출마는 아니지만 대를 이어 출마한 경우도 눈에 띈다. 김수한 전 국회의장의 아들인 성동씨는 서울 관악을, 정재철 전 의원의 아들 문헌씨는 강원 속초·양양 지역구에서 한나라당 공천을 신청했다. MBC 기자 출신인 노승환 전 국회부의장의 아들 웅래씨는 우리당 마포갑에 공천신청서를 냈다.
▲ 지난 19일 한나라당사에서 최병렬 대표가 신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그런데 김 전 장관의 지역구에는 공천 신청자가 1명이라 무난히 ‘총선 후보’로 확정될 것으로 보이지만, 동생 두수씨가 공천 신청서를 제출한 지역은 같은 당 김덕배 의원도 공천을 신청함으로써 ‘예선전’부터 그리 녹록지 않아 보인다.
김대중 대통령 시절 청와대 비서실에 근무했던 최진 전 정책비서실 국장과 최성 전 외교안보수석실 행정관의 경우는 형제 출마자이지만 서로 다른 배를 탄 케이스. 두 사람은 각각 민주당(광주 북구을)과 우리당(경기 덕양을)에 공천을 신청했다.
부부인 이오경숙 우리당 전 공동대표와 남편인 최규성씨가 동시에 금배지를 달지도 관심거리. 여성단체연합회장을 역임한 이오씨는 우리당 ‘전국구 1번 예약자’인 것으로 알려져 있어 전북 김제에서 우리당 공천을 신청한 남편 최씨보다 금배지에 보다 가깝게 다가가 있다는 평이다.
△전직 대통령 가족
김대중·김영삼 ‘양김’의 아들들은 무소속 깃발을 들고 출마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장남인 김홍일 의원은 민주당 소속으로 전남 목포 지역구에서 출마하려고 공천 신청서까지 제출했으나, 공천 신청 마감 후인 지난 20일 민주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김영삼 전 대통령 차남 현철씨는 일찌감치 무소속 출마 결정을 내리고 경남 거제에서 텃밭을 다지고 있다. 박근혜 한나라당 의원은 이번에도 대구 달성에서 3선에 도전한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사위인 윤상현씨도 한나라당 인천 남구을 지역구 공천을 신청했다.
△ 노 대통령 핵심측근들
불법대선자금모금 혐의로 구속된 노무현 대통령의 ‘386 핵심측근’ 안희정씨는 그동안 우리당 간판으로 충남 논산·금산에 출마, 자민련 이인제 의원과 한판 승부를 벌일 것으로 알려졌으나, 1차 공모 때는 신청서를 내지 않았다. 하지만 논산·금산 지역에는 우리당에서 1명도 공천을 신청하지 않아 앞으로 안씨가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
‘대통령 측근 비리 특검’ 조사를 받고 있는 이광재 전 국정상황실장도 강원 영월·평창에서 출마할 의사가 있었지만, 공천을 신청하진 않았다. 또한 ‘나라종금 로비사건’으로 재판이 진행중인 염동연 전 대통령후보 정무특보도 공천 신청 서류를 제출하진 않았다. 대통령 핵심 측근들 가운데 이강철 열린우리당 영입추진단장만이 대구 동 지역에 공천 신청서를 낸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