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동성 확대·자금 쏠림에 “정책 실패” 비판…규정상 위험성만으론 상폐 어려워, 당국은 제도 보완 무게
현행 규정상 변동성 확대나 괴리율 급등만으로 상장폐지하기는 어렵다는 진단이 나온다. 투자자 보호 명분의 상장폐지가 오히려 기존 투자자 손실 확정과 시장 불안을 키울 수 있어, 당국은 퇴출보다 제도 보완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그러나 출시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자금 쏠림과 변동성 확대 등 부작용이 심해지자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6월 22일 기자간담회에서 “효과는 별로 좋지 않았던 것 같고 부작용은 너무 커졌다”며 “어떻게든 그때 드러누워서라도 막았어야 했나 개인적으로 반성하고 후회를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지수형 레버리지 상품보다 개별 종목의 가격 변동을 그대로 반영하는 만큼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클 수 있다. 운용사는 매일 목표 수익률을 맞추기 위해 기초자산 보유 비중을 조정해야 하는데 시장 규모가 커질수록 이 같은 매매가 특정 종목의 수급에 영향을 미쳐 변동성을 더욱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실제 출시 이후 개인투자자 자금이 삼성전자·SK하이닉스 레버리지 ETF에 집중되면서 우려가 현실화하는 모습이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출시일인 2026년 5월 27일부터 6월 19일까지 개인투자자의 누적 순매수 규모는 약 8조 2000억 원에 달했고, 같은 기간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변동성은 상품 출시 이후 상승했다. 향후 AUM(순자산총액·운용자산 규모)이 더욱 커질 경우 목표 수익률을 맞추기 위한 기초자산 매매가 늘면서 시장 변동성에 미치는 영향도 확대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국내 증시는 5월 27일부터 이달(7월) 9일까지 코스피 시장에서 매수·매도 사이드카가 총 15차례 발동됐고, 서킷브레이커는 4차례 울리며 극심한 변동성을 보였다. 코스피는 6월 22일 역대 최고치인 9114.55포인트(종가)까지 올랐지만 7월 9일 7291.91포인트(종가)로 고점 대비 20% 하락했다. 삼성전자 주가는 6월 22일(종가) 35만 3500원에서 7월 9일(종가) 27만 8000원으로 21.4%, SK하이닉스는 6월 22일(종가) 291만 9000원에서 7월 9일(종가) 218만 6000원으로 25.1% 떨어졌다.
LP(유동성 공급자)와 괴리율 관리 문제도 나타났다. 지난 6월 8일 ‘ACE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 ETF는 SK하이닉스 주가가 7.68% 하락했는데도 전일보다 49.70% 오른 3만 원에 마감했다. 구조상 약 15~16% 하락해야 했지만 장 마감 동시호가 시간대에 매수 주문이 몰렸는데, 이 시간대에는 ETF가 실제 가치와 동떨어진 가격에 거래되지 않도록 매수·매도 가격을 제시하는 LP의 역할이 제한된다. 이에 따라 ETF의 실제 가치와 시장가격 차이인 괴리율이 85.60%까지 벌어졌다. 국내 자산을 기초로 하는 ETF는 괴리율을 3% 이내로 관리할 수 있도록 LP가 유동성 공급 호가를 제출해야 한다.
정치권에서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퇴출론이 제기됐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삼전닉스(삼성전자+하이닉스) 레버리지 ETF는 정책적으로 완전히 실패했다”며 “증시 정상화를 위해 상장폐지를 포함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신규 상장을 불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가증권시장 상장규정에는 ‘공익 실현과 투자자 보호’를 이유로 거래소가 ETF 상장폐지를 인정할 수 있는 포괄 조항이 있지만, 현재까지 이 조항을 근거로 ETF가 퇴출된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기업의 경우 한국거래소가 해당 이유로 유류 도소매·이차전지 장비 관련 업체 ‘이아이디’의 상장폐지를 결정한 사례가 있지만, 이는 김영준 전 이화그룹 회장의 횡령·배임 혐의 등이 쟁점이었다.
상장폐지 추진 시 현재 ETF를 보유 중인 개인투자자에게 손실을 집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준서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상장폐지는 현재 보유자에게 순자산가치 기준으로 돌려주는 절차인데, 지금은 가격이 떨어진 상황에서 회전율도 높아 이미 이익을 본 투자자는 빠져나갔을 가능성이 크다”며 “결국 남아 있는 개인투자자에게 손실이 집중될 수 있어 투자자 보호 명분의 상장폐지는 오히려 개인투자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상장폐지론은 투자자 보호 명분과 달리 시장 불확실성 확대라는 또 다른 부담을 낳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자본시장연구원 소속의 한 주식 전문가는 “이미 상장된 상품의 상장폐지 논의가 나오는 것 자체가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고, 불확실성이 커지면 변동성도 더 확대될 수 있다”며 “상장폐지가 투자자 보호에 부합하는지는 단정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이어 “투자자 보호 관점이라면 기존 상품을 없애는 것보다 적합하지 않은 투자자의 신규 진입을 제한하는 방향이 더 맞을 수 있다”며 “모든 투자자의 손실을 막을 수는 없는 만큼 상장폐지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상장폐지를 대신할 현실적 대안으로는 진입·거래 요건을 강화하는 방식이 꼽힌다. 신규 상장 중단, 기본 예탁금 상향, 교육 강화, LP 의무 강화, 괴리율 관리 기준 강화, 특정 시간대 거래 제한, 단일가 매매 전환 등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2020년 WTI(미국 서부텍사스산 원유) 원유선물 ETN(상장지수증권) 사태 때도 상품군 전체 폐지보다 거래정지·단일가 매매 등 시장 관리 조치가 먼저 동원됐다. 당시 국제유가 급락에도 개인투자자 저가 매수세가 몰리며 ETN 시장가격이 순자산가치보다 크게 높아졌다. 한국거래소는 2020년 4월 괴리율이 5거래일 연속 30%를 넘으면 거래를 정지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일부 종목은 거래가 정지되거나 단일가 매매로 전환됐다.
금융감독원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거래·자금 집중 현상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기로 했다. 금감원은 지난 6일 이찬진 금융감독원장 주재로 열린 제3차 소비자위험대응협의회에서 소비자 피해와 시장 변동성 확대 가능성을 점검하고, 투자 위험성 안내와 시장 영향 모니터링을 지속하기로 했다. 필요할 경우 운용사의 과도한 마케팅 여부도 살펴볼 방침이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특정 종목 수급 쏠림 등 시장 왜곡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감내 가능한 수준 이상의 레버리지를 활용하면 높은 손실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며 “금융회사도 상품 설계·제조·판매 시 소비자 위험 요인을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찬웅 기자 roone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