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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서울시청 본관 3층에 마련된 국정감사장. 이날 이곳에서는 국회 건설교통위원회의 서울시 국감이 열리고 있었다. 이날 국감 대상은 최근 문제가 제기된 ‘스타시티 용도변경’에 대한 건이었다. 이 사안과 관련해 출석한 증인들은 연이은 국회의원들의 질문에 잔뜩 주눅든 표정이었다. 이 사안의 핵심은 교육용부지였던 건국대 야구장 부지가 상업 및 주거지역으로 용도 변경되는 과정에 특혜 의혹이 있다는 것. 이날 건교위는 김경희 건국대 재단 이사장과 이중근 부영 회장, 조용경 포스코건설 부사장, 정영섭 광진구청장, 한광수 성동구교육청 교육장 등 7명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하지만 ‘스타시티 의혹’의 핵심 당사자인 김경희 이사장은 공교롭게도 국감 이틀 전인 지난 7일 급성 장염에 걸려 출석하지 않았다. 이에 건교위 의원들은 “국회를 무시하는 처사” “앙꼬(김 이사장) 없는 국감”이라며 성토했다. 이날 국감의 쟁점은 건대 야구장 부지가 용도 변경되는 과정에 특혜가 있었느냐는 부분. 지난 2001년 12월,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는 심의를 통해 교육용 부지였던 건대 야구장 부지를 상업지역 35%, 준주거 지역 20%, 일반주거지역 45%로 용도 변경을 허가했다.
그런데 이후 건대 관할청인 광진구청이 상업 25%, 준주거 43%, 일반주거 32%로 내용을 바꾼 수정안을 서울시에 제출, 2002년 3월에 최종 허가 결정을 내렸다. 결국 주상복합건물인 스타시티를 짓기 위해 필요한 준주거면적이 배 이상 늘어났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조정무 의원은 “이런 과정을 거쳐 건대 재단은 엄청난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주상복합 아파트를 지을 수 있게 된 것”이라며 “이것이 특혜가 아니고 무엇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답변에 나선 이명박 서울시장은 “광진구청이 제시했던 수정안은 이미 서울시의 도시정책회의와 실무부서 협의를 거쳐 마련됐던 대안과 같은 내용이었기 때문에 법적 절차상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서울시의 용도변경 결정이 광진구청의 수정안 제출과는 무관하다는 주장이었다.
그런데 야구장 부지가 용도 변경될 당시는 고건 시장이 재직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 시장은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선 제대로 답변하지 못한 채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용도변경을 받아낸 건대 재단은 스타시티를 짓기 위해 지난 2002년 8월 서울시에 건축허가 신청서를 제출했고, 지난 2월 시로부터 건축허가를 받았다. 그런데 여기서도 2002년 12월에 개정·시행된 ‘학교용지확보에 관한 특례법’을 위반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례법 제4조 2항에 따르면, 건축법에 의해 시행하는 사업 중 3백 세대 규모 이상의 공동 주택을 건설하는 ‘개발사업’일 경우 학교용지를 확보해야 한다. 그런데 스타시티는 1천1백77세대의 공동 주택인데도 학교용지를 확보하지 않았다는 것.
▲ 초호화 주상복합아파트 ‘스타시티’가 지어질 예정인 건국대 야구장 부지. 왼쪽 위 사진은 조감도. 이종현 기자 | ||
또 건대 재단이 문화재보호법을 위반했는데도 서울시가 이를 묵인한 채 건축허가를 내줬다는 주장이 나왔다. 문화재보호법 제74조에 따르면, 사업면적이 3만㎡ 이상인 건설공사의 시행자는 사업계획 수립시 공사지역에 대한 유적의 매장 및 분포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문화재 지표조사를 실시해야 한다.
하지만 문화재 조사는 서울시로부터 건축허가를 받은 이후인 지난 3월15일부터 4월9일까지 진행됐다. 문화재 조사 결과가 나온 뒤에 건축허가를 내줬어야 하는데 서울시가 이를 묵인했다는 것. 조 의원은 “서울시는 건대 재단이 문화재 지표조사를 하지 않았고, 조사결과 보고서를 제출하지도 않았는데도 이를 묵인하고서 건축허가를 내줬다”며 이명박 시장의 해명을 요구했다.
이에 이 시장은 “문화재 지표조사는 사업계획 초기 단계에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나, 스타시티의 경우에는 공사가 시행되는 시점인 착공 신고 이전까지 지표조사를 실시토록 했다”고 답변해 불법 시비에 휘말렸다. 여기에 시공사인 포스코건설이 세종대 박물관에 의뢰해 지표조사를 했던 것도 문제로 떠올랐다. 조 의원은 “문화재 지표조사는 시행사인 건대 재단이 해야 하는데, 시공사인 포스코 건설이 의뢰한 이유는 무엇이냐”고 따졌다. 그렇지만 이날 증인으로 나온 조용경 포스코건설 부사장은 동문서답을 했다. 조 부사장은 “문화재 지표조사가 안돼 아직 공사를 시작하지 않았다”고 말했던 것.
특히 조 부사장이 대학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포스코는) 교육부 허가과정에서 보조하는 역할을 했다’고 발언한 내용이 새롭게 쟁점으로 떠올랐다. 조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용도변경 허가를 받기 위해 로비를 한 것이 아니냐”고 다그치자 조 부사장은 “아무도 만난 일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자 이번엔 서상섭 의원이 “그러면 포스코건설에서 무슨 보조 역할을 했는지 밝혀라”고 재차 몰아붙였고, 이에 조 부사장은 “건대에 행정 인력이 없어 우리 직원들이 서류 작성하는 일을 도와줬지만, 행정기관에 직접 서류를 제출하지는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날 국감은 정작 증언대에 서야할 김경희 이사장이 출석하지 않는 바람에 스타시티를 둘러싼 의혹은 여전히 풀리지 않은 채 미제로 남게 됐다. 이에 대해 건대 재단의 한 관계자는 “우리는 국감을 대비해 30개의 패널과 브리핑 자료를 준비했으나, 갑작스럽게 이사장님이 입원하는 바람에 괜한 오해를 사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