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기도 전 뚜껑 개봉 ‘김 다 샜네…’
<루비반지>에서 호흡을 맞춘 김석훈과 이소연은 열애설을 부인했다.
그렇다면 그들은 왜 시원하게 교제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까? ‘만인의 연인’인 스타가 특정 이성의 연인이라는 사실이 이미지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고, ‘○○○의 연인’이라는 꼬리표가 끊임없이 따라다니는 것에 대한 부담 등 저간의 사정은 수십여 가지다.
하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더 많은 속사정이 담겨 있다. 일단 보도 시점이 너무 이를 때가 있다. 올해 초 스타 A와 B의 열애설이 불거졌다. 양측은 “친분은 있지만 열애는 아니다”고 교과서 같은 답변을 내놨다.
지인들에 따르면 A와 B 사이에 이성으로서 화학작용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본격적인 연인 단계로 진입하기 전 두 사람의 관계가 기사화되며 오히려 찬물을 끼얹은 격이 됐다. A의 한 측근은 “기자들은 ‘열애’라는 단어를 많이 쓰는데 A와 B는 이 표현처럼 열렬히 사랑을 나누는 단계가 아니었다. 조심스럽게 서로를 알아가며 ‘탐색전’을 벌이던 찰나에 기사가 나와 적잖이 당황스러워했다”며 “보도 후 소속사에서도 더욱 강하게 관리하니 관계가 진전될 수 없지 않겠나”라고 되물었다.
반대로 보도가 너무 늦어서 문제가 생길 때도 있다. 결혼설까지 불거졌던 C와 D는 한때 주변 사람 모두가 아는 공식 커플이었다. 하지만 지인들이 비밀을 잘 유지해줘 교제 사실이 뒤늦게 기자들에게 알려졌다. 때문에 기사화됐을 때는 이미 두 사람의 관계가 소원해진 단계였다. 당연히 두 사람은 교제설과 결혼설을 모두 부인했다.
기사가 오히려 연예인 커플의 관계를 돈독하게 만드는 경우도 있다. 연예계 공식 커플이었던 E와 F는 결별설로 한 차례 홍역을 치렀다. 게다가 E의 소속사가 결별 사실을 인정했기 때문에 후속 보도가 이어졌다. 하지만 E와 냉전 중이었던 F가 직접 나서 사태를 수습하며 국면이 전환됐다. F는 적극적으로 결별 사실을 부인하며 E를 설득했다. 결국 E가 마음을 돌려 관계가 개선되면서 결별설은 오보가 됐고 당초 “결별한 것이 맞다”고 확인해줬던 E의 소속사만 머쓱해졌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남녀 문제이기 때문에 명확히 선을 그을 수 없다. 본인들도 소속사를 통해 입장을 밝힌 후 여론의 향방에 따라 갈팡질팡할 때가 많다. 대중은 ‘말을 바꾼다’고 질타하지만, 남녀 관계를 무 자르듯 명확히 규정하긴 어렵다”고 토로했다.
그렇다면 역으로 교제설이나 결혼설을 시원하게 인정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통상 결혼까지 고려하고 있는 연예인들은 “교제는 사실이나 결혼은 이르다”고 에두른다. 지난달 결혼식을 치른 배우 최원영-심이영 커플이 대표적이다. 두 사람은 지난해 12월 교제 사실을 인정했고, 불과 3주 후 결혼을 발표하고 심이영이 임신 중임을 알렸다.
<백년의 유산> 스틸컷. 최원영-심이영 커플은 교제 인정 3주 후 결혼을 발표하고 심이영이 임신 중임을 알렸다.
배우 오지호 역시 지난 1월 3세 연하 일반인 여인과 결혼을 전제로 교제 중이라는 보도가 나오자 “교제 중인 것은 맞지만 결혼은 정해진 것이 없다”고 틀에 박힌 공식 입장을 내놨다. 그리고 불과 3주 후 4월 결혼을 발표했다.
또 다른 연예계 관계자는 “한 발씩 뒤로 빼는 건 연예인들이 가진 공통적인 습성이다. 기사는 본인이 원하는 시점보다 항상 빠르게 나오기 때문에 그들은 ‘일단 부인’하며 시간을 번다. 모든 것을 완벽하게 준비한 후 대중에게 공개하고 싶은 그들의 마음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무턱대고 부인을 일삼다가 괜한 ‘거짓말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는 것을 간과해선 안 된다”고 충고했다.
요즘은 부인할 수 없는 증거 때문에 마지못해 교제 사실을 인정하는 커플이 늘고 있다. 배우 정경호와 교제설을 두 차례 부인했던 소녀시대의 멤버 수영은 최근 SBS 예능프로그램 <힐링캠프-기쁘지 아니한가>에 출연해 “정경호와 연애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무엇보다 사진이 없었기에 부인했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결국 데이트를 즐기는 사진이 없었다면 두 사람은 끝까지 교제 사실을 밝히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그들을 나무랄 순 없다. 대중과 공유하기보다 둘만의 알콩달콩한 사랑을 키우고자 하는 그들의 사생활은 보호받아야 마땅하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많은 연예인들이 열애설에 대해 부인으로 일관하기 때문에 증거를 제시해 그들이 인정하도록 만든다는 언론의 취지는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사적인 영역은 침해받길 원하지 않는 연예인들의 마음도 이해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스타 커플이 공개 연인을 선언하는 또 다른 이유는 정말 ‘열렬히 사랑해서’다. 결혼을 앞둔 것도 아니고, 빼도 박도 못할 사진이 찍힌 것도 아니지만 서로에 대한 믿음이 크고 진심으로 사랑하기 때문에 솔직하게 털어 놓는 것이다.
문근영-김범, 진태현-박시은, 김기리-신보라 등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열애 기사가 나오자마자 곧바로 교제 사실을 인정해 대중들의 축하를 받았다.
공개 연애가 향후 그들의 연예 활동에 어떤 영향을 주게 될지는 알 수 없다. 선택은 본인의 몫이고 그에 따른 파장은 스스로 감수해야 한다. 때문에 연예인들은 열애설 결별설 결혼설 등 각종 ‘설’에 민감할 수밖에 없고, 부인에 부인을 거듭할 수밖에 없다.
안진용 스포츠한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