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의 이날 검찰 고위직 인사는 두 가지 측면에서 전례가 없는 것이었다. 우선 법무부는 이날 오전과 오후 두 차례에 걸쳐 인사안을 발표했다. 법무부가 하루에 두 번 인사를 단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법무부가 검찰국장을 전격 교체한 것은 법무부와 검찰 조직에 충격과 당혹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법무부가 이날 오전 9시30분 공표한 1차 인사안은 검사장급 7명을 승진 발령한 것으로, 어느 정도 예측가능한 내용이었다. 이번에 ‘물갈이 인사’를 하려던 강 장관이 ‘인사 연기’를 주장한 송광수 검찰총장과 갈등을 빚다 결국 당초 계획을 접고 ‘소폭 땜질 인사’를 하겠다는 방침을 시사했었기 때문이다.
강 장관 취임 뒤 검찰개혁 작업을 주도하면서 ‘실세’로 떠오른 이훈규 법무부 정책기획단장이 신상문제 관련 잡음에도 불구하고 검사장 승진과 동시에 2월부터 지방검찰청으로 승격된 서울 동·남·서·북, 의정부 등 5개 재경 지청 가운데 ‘노른자위’로 통하는 서울 남부지검장에 내정된 것 정도가 화제거리였다.
그런데 오후 4시30분경 법무부는 느닷없이 2차 인사안을 발표했다. 당시 오전에 발표된 인사안이 전부인 줄 알았던 대다수 검사들은 “무슨 변고라도 났느냐”며 뒤늦게 추가 인사 내용을 확인하느라 부산을 떨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 내용은 더욱 충격적이었다.
검찰 조직의 인사와 예산을 총괄하는 홍석조 검찰국장을 인천지검장으로 내보내고, 이종백 인천지검장을 검찰국장으로 사실상 ‘영전’시킨 것이다. 또 부패방지위원회 사무처장으로 자리를 옮긴 김성호 대구지검장 후임에는 정동기 법무부 보호국장을 내정했다.
이 검사장은 청와대 정책비서관과 법무부 검찰2과장, 대검 기획조정부장 등 장기간 기획부서에서 근무해 ‘기획통’으로 꼽힌다.
대규모 정기 인사가 아닌데도 요직 중의 요직인 검찰국장을 전격 교체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더욱이 검찰국장이 자리를 옮기면 통상 서울지검장이나 적어도 부산지검장으로 이동하던 관례를 깨고 서열이 다소 떨어지는 인천지검으로 발령난 것도 전에 없던 경우다.
당장 검찰 안팎에서는 “홍 검사장이 정기 인사 등과 관련해 강 장관보다는 송 총장과 ‘코드’를 맞췄다가 사실상 경질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됐다.
중앙일보 홍석현 회장의 동생인 홍 검사장은 강 장관 취임 이후 한동안 강 장관과 호흡을 잘 맞췄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강 장관이 중요 현안 결정시 자문기구인 정책기획단에 의존하는 비중이 높아지면서 관계가 벌어졌다는 분석이 제기됐었다.
이미 사시 17회 동기인 정상명 법무차관, 안대희 대검 중수부장, 유성수 대검 감찰부장, 이기배 법무부 법무실장, 임승관 창원지검장 등이 검찰 요직에 포진해 있는 상황에서 이 검사장이 대검 중수부장, 서울지검장 등과 함께 검찰 내 3대 요직 중 하나인 검찰국장에 발탁됐기 때문이다.
이 검사장은 노 대통령의 사법연수원 동기생 가운데 비슷한 또래끼리 토론과 식사를 같이 하면서 만든 모임인 ‘8인회’ 멤버이기도 하다. 1년에 한두 차례 이뤄진 이 모임에는 노 대통령과 이 검사장 외에 정상명 차관, 이종왕·강보현 변호사, 판사 2명, 헌법재판소 연구관 1명 등이 나왔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노 대통령은 대통령 선거에 나서기 전인 2001년까지 이 모임에 참석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지난해 3월 강 장관이 ‘서열 파괴 인사’를 단행하면서 정상명 법무부 기획관리실장을 법무차관에 내정했을 당시 대검 기획조정부장으로 있던 이 검사장은 강력한 서울지검장 후보로 거론된 바 있다.
그러나 같은 ‘8인회’ 멤버였던 정 차관은 법무차관 발탁 이후 강 장관과 자주 견해 차이를 보이는 등 강 장관과 ‘가깝고도 먼 사이’에 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또 유성수 대검 감찰부장은 강 장관 측근인 이훈규 정책기획단장의 신상 관련 잡음에 대한 감찰 조사와 검찰 감찰권의 법무부 이관문제 등을 둘러싸고 법무부와 대검간 갈등이 심해지면서 강 장관과 편하지 않은 관계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 저러한 해석과 추정들에 대해 강 장관측은 펄쩍 뛰면서 몹시 억울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검찰국장 교체 건은 검찰개혁 과제 추진 등으로 고생을 많이 한 홍 검사장이 평소 일선 지검장으로 나가고 싶어하는 의중을 내비쳐오던 중 마침 김성호 대구지검장이 부패방지위로 자리를 옮겨 추가 인사 요인이 생기면서 강 장관이 송 총장과 협의해 결정한 것”이라며 일각의 ‘경질 인사’ 주장을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또 “검찰국장 인사를 오후에 발표한 것도 청와대 결재가 늦어진 데 따른 것이지 예정에 없이 갑자기 단행한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진기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