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는 ‘쪽박’ 오너는 ‘대박’ 현재현 42억…‘뻔뻔하십니다’
‘동양사태’로 물의를 빚은 현재현 동양 회장(왼쪽)은 네 기업에서 42억 원 이상을, 지난해 공중분해된 STX그룹의 강덕수 전 회장은 세 기업에서 17억 9800만 원을 받았다. 구윤성 기자, 연합뉴스
지난 3월 31일까지 보수 5억 원 이상을 받은 등기임원들의 명단과 액수가 공개되면서 보통의 샐러리맨들은 상상할 수 없는 초고액 보수에 관심이 집중되었다. 조세포탈, 밀어내기, 횡령·배임, 그룹 공중분해 등으로 시끄러웠던 지난 한 해. 샐러리맨은 꿈꾸기도 힘든 보수를 받은 그들은 그만한 기여를 했을까. 경영자는 실적으로 평가받는다. 실적의 핵심은 영업이익. <일요신문>은 이번에 등기임원들의 보수가 공개된 기업 중, 영업이익이나 그 증가율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곳을 해부했다.
지난해 ‘동양사태’로 물의를 빚은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은 동양, 동양네트웍스, 동양시멘트, 동양증권에서 총 42억 원 이상의 급여를 챙겨, 전체 보수 순위에서 31위에 올랐다. 하지만 계열사 모두 전년에 비해 두 배 이상의 영업이익 감소로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동양네트웍스는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650억 원 이상 감소했다. 특히 동양증권은 영업이익 1700억 원 이상이 줄어들고, 당기순손실은 30억 원에서 3800억 원 이상으로 증가했다. 순손실은 동양사태로 계열사 법정관리 신청에 따른 보유지분과 자산의 손상처리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과연 동양사태 피해자들의 눈에 42억 원의 보수를 받은 현재현 회장이 어떻게 보일까.
지난해 공중분해된 STX그룹도 마찬가지다. STX는 영업이익 적자 규모가 전년 대비 두 배로 늘어났다. 계열사인 STX중공업이 400% 이상의 영업이익 감소를, STX엔진이 200% 이상의 영업이익 감소를 겪어야 했다. 강덕수 전 회장은 세 기업에서 17억 9800만 원을 받아, 실적에 비해서 지나친 보수라는 비판을 비켜갈 수는 없을 듯하다. 그는 지난 4일 3000억 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검찰에 소환되기도 했다.
등기이사 보수를 공개한 곳 중, 지난해 영업적자와 동시에 전년에 비해 가장 높은 영업이익 감소율을 기록한 기업은 조남호 회장이 이끄는 한진중공업홀딩스였다. 매출액은 다소 상승했으나 전기에 비해 추가적으로 400억 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조남호 회장은 지난해 보수로 7억 5720만 원과 한국종합기술에서의 6억 5000만 원을 수령했다.
범한진가에 속하는 한진해운과 한진해운홀딩스도 각각 영업손실이 1000억 원 이상 추가되어 영업적자가 커졌음에도, 각 대표이사에 10억 원 이상의 보수를 지급했다. 최은영 회장은 한진해운에서 17억 원, 한진해운홀딩스에서 12억 원 이상을 받으며 고액 보수 57위에 올랐다. 지난해 퇴임한 김영민 전 한진해운 사장도 퇴직금을 포함해서 23억 9100만 원을 받았다.
‘금융권 보수킹’으로 이름을 올렸던 제갈걸 전 HMC투자증권 사장은 퇴직금을 포함해 19억 8500만 원을 받았다. HMC투자증권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20%가량 감소하면서 적자 전환했으며, 제갈걸 사장은 지난 3월 중순에 사임했다.
실적을 우선적으로 감안한다면 진정한 금융권 보수킹은 현대증권 소속 CEO(최고경영자)인지도 모른다. 현대증권은 지난해 전기에 비해 영업적자가 3배로 확대되며 적자폭이 더욱 확대됐다. 700억 원 이상의 영업적자 속에서, 지난해 5월 사임한 김신 전 사장은 퇴직금을 포함해 16억 8200만 원을, 윤경은 사장은 6억 원 이상을 수령했다.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건설업계로 가보자. 지난 3월 중순 한국신용평가는 A급 건설사의 잠재부실 규모가 6000억 원이 넘는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언급한 GS건설, SK건설, KCC건설, 대우건설, 현대산업개발은 지난해 영업적자 규모가 매우 큰 것으로 드러났으나, 5억 원 이상의 보수를 받는 등기임원 명단에서는 그 이름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GS건설은 지난해 9000억 원 이상의 영업손실을 입었다. 전년 대비 600% 이상의 영업이익이 감소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허창수 회장은 17억 원을, 허명수 사장은 약 6억 원을 받았다. 허창수 회장은 그룹 지주사 GS에서도 21억 6500만 원을 받으며 총 보수 38억 9200만 원을 챙겼다. GS 역시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20%가량 감소한 바 있다.
SK건설의 최창원 부회장은 지난해 10월 25일 퇴임하기 전 SK건설에서만 61억 원가량을 받았다. SK건설이 기록한 4900억 원의 영업적자는 전년 대비 600%가량의 영업이익이 감소한 것이었다. 최창원 부회장의 보수에는 퇴직금 51억 원이 포함됐으며, 그는 현재 SK케미칼의 부회장과 SK가스의 대표이사를 겸직하고 있다. 지난해 세 회사를 겸직하면서 받은 보수는 총 96억 원 이상이었으며, 고액 보수 7위를 차지했다.
KCC건설도 적자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지난해 600억 원가량의 영업이익 감소를 겪으면서 500억 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그럼에도 지난해 엄익동 사장, 정몽열 사장은 각각 6억 8000만 원, 6억 3000만 원의 보수를 받았다.
100% 이상의 영업이익 감소로 적자 전환한 대우건설의 서종욱 전 사장도 22억 4100만 원의 퇴직금을 포함해 총 32억 800만 원을 챙겼다.
정몽규 회장이 이끄는 현대산업개발도 매출액은 다소 상승했으나, 영업이익이 적자전환과 동시에 240%가량 감소했다. 정몽규 회장은 지난해 받은 보수 23억 원 중 15억 6200만 원을 현대산업개발에서 수령했다.
재계 1위 삼성그룹 계열사들 중에서도 적자기업이 없지 않았다. 지난해 삼성엔지니어링의 영업적자 전환과 감소 비율은 충격적이다. 2012년 7000억 원의 흑자에서 1조 원의 적자로 돌아서면서, 240%가량의 영업이익 감소를 기록했다. 매출액 또한 15%가량 감소했으며, 당기순이익도 적자로 전환됐다. 삼성엔지니어링의 박기석 전 대표이사, 김동운 전 이사, 김병묵 전 이사는 퇴직금을 포함해 각각 29억 원, 7억 원, 6억 원의 보수를 받았다.
최근 제일모직과 합병을 선언한 삼성SDI의 지난해 실적은 좋지 않았다. 100% 이상의 영업이익 감소율을 기록하며 영업이익이 적자로 전환된 것이다. 그럼에도 박상진 사장은 20억 원가량을, 김영식 이사는 10억 원가량을 보수로 받았다. 제일모직과의 합병이 업계에서는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가운데, 올해 턴어라운드를 할 수 있을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영업이익이 전년에 비해 100%씩 감소됐다. 그러나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은 지난해 대한항공에서만 27억 원을, 지창훈 사장은 5억 원을 받았고, 아시아나 항공의 윤영두 사장은 퇴직금을 포함해 17억 원 이상을 수령했다. 지난해 밀어내기 사태로 주목받은 남양유업도 100% 이상의 영업이익 감소에도 불구, 홍원식 회장은 13억 원 이상의 보수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캐주얼 브랜드 ‘PAT’로 유명한 평안L&C그룹의 김형섭 전 고문은 퇴직금을 포함해 187억 원 이상의 보수를 받았다. 김알버트해리 대표이사도 11억 원 이상의 보수를 받았으나, 평안L&C는 지난해 1조 원 이상의 영업적자를 기록하며 약 240%의 영업이익 감소라는 수모를 겪었다. 김형섭 전 고문은 네파에서도 대표이사로 재직하며 14억 원을 받아, 총 201억 원의 보수를 받았다. 현재 네파 대표이사에서 물러나기로 한 김형섭 대표의 거취는 이달 중 이사회에서 결정될 방침이라고 한다.
이성로 기자 roilee@ilyo.co.kr
윤영화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