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판 올드보이’ 미드의 매력과 북유럽이 만났을 때
@ 영화정보
극장에서 개봉하는 영화는 대부분 상업적인 잣대를 통과한 작품들인 터라 다루는 소재나 풀어가는 방식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각종 국제영화제에 출품된 작품들이 영화팬들에게 그런 갈증을 풀어주곤 하는데 <미결처리자>가 바로 그 대표적 예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돼 영화팬들 사이에서 화제가 된 영화 <미결처리자>는 덴마크 영화다. 정통 수사물인 이 영화는 미드(미국 드라마) 형사물보다 더 짜임새 있고 캐릭터들도 매력적이다.
원제는 <Kvinden i buret>, 영어제목은 <The Keeper of Lost Causes>로 2013년 작이다. 러닝타임은 97분. 이 영화는 2012년 배리상 최우수 작품상 수상작인 덴마크 작가 유시 아들레르 올센의 장편소설 <자비를 구하지 않는 여자 : 특별 수사반 Q의 첫 번째 이야기>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영화는 상영시간 내내 우울한 톤을 유지한다. 덴마크의 날씨 때문인지 화창하게 해가 떠 있는 장면은 거의 없고 대부분 흐린 날과 밤 장면이다. 게다가 암울한 지하실 창고 같은 공간에 마련된 미결처리반 사무실과 납치당한 메레테 린가드가 감금돼 있는 비좁은 공간 등 영화의 주요 배경 역시 햇볕과는 완벽하게 차단돼 있다. 이런 우울한 톤은 좌천된 형사들과 감금당한 린가드의 처지와도 묘하게 일치하고 있다.
이 영화는 온라인에서 ‘덴마크 판 올드보이’라고 알려져 있기도 하다. 그 이유는 영화 속 사건의 주인공인 메레테 린가드가 누군가에게 납치당해 감금돼 있기 때문이다. 대기 압력까지 조절이 가능한 공간에 갇혀 있는 린가드는 상상을 초월하는 고초를 겪고 있다.
영화 <올드보이>와 유사한 또 한 가지는 린가드 역시 누군가에게 예상치 못한 큰 상처를 준 것이 계기가 돼 그 일에 원한을 품고 있는 이에게 갇혀 있다는 점이다. <올드보이>는 오대수(최민식 분)가 풀려난 뒤 자신을 15년 동안 가둔 이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지만 <미결처리자>에선 그 역할을 칼 뫼르크와 아사드라는 미결처리반 소속 두 형사가 대신한다. 따라서 이 영화에서 린가드는 계속 피해자의 입장에 서 있을 뿐 사건 해결은 칼과 아사드의 몫이다.
저돌적인 형사 칼은 사고에 휘말려 미결 사건의 서류 정리나 하는 미결처리반으로 좌천돼 같은 처지인 아사드를 만난다. 실패한 형사인 칼과 아사드는 미결 사건 가운데 하나인 린가드 실종 사건에 매달려 어렵게 사건을 해결해낸다.
칼과 아사드는 사회 조직에서 밀려난 낙오자들이다. 그리고 린가드는 사회가 구조를 포기한 피해자다. 당연히 칼과 아사드는 낙오자로 변변찮게 살아가야 했고 사회가 포기하고 망각해버린 린가드 역시 그대로 괴로워하다 아무도 모르게 죽어 사라졌어야 했다. 그렇지만 칼과 아사드는 아무도 주목하지 않은 린가드를 결국 찾아냈으며, 린가드를 구해내는 것을 계기로 칼과 아사드 역시 낙오자라는 꼬리표를 떼어내게 된다. 그만큼 <미결처리자>는 이 시대의 칼과 아사드, 자신을 낙오자라고 여기는 이들을 위한 영화다. 왜냐하면 아직 이 사회에는 미결처리된 사안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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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가 등장해 기막히게 얽혀 있는 사건을 해결하는 전형적인 수사물이다. 다소 영화가 우울한 톤이라는 부분이 단점일 수도 있지만 처절한 상황에 처한 여성 피해자를 구하는 형사들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다뤄내기 위해선 가장 적절해 보이는 장치이기도 하다.
접하기 힘든 덴마크 영화라는 편견만 걷어내면 할리우드 수사물이나 미드 등 일반적인 형사물과 크게 다르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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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기대를 갖고 볼 만한 영화는 아니지만 무난하게 관람할 수 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