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자 vs 외계인’ 대륙 달구는 몸값 경쟁
이민호(왼쪽)는 <상속자들>, 김수현은 <별에서 온 그대> 등 드라마 출연으로 중국 내에서 엄청난 인기를 얻고 있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겨울연가>의 배용준과 최지우가 일본의 빗장을 풀었듯 중국 시장에도 선구자는 있다. 배우 이민호와 김수현, 아이돌그룹 엑소가 주인공이다. 평균 나이가 20대 중반 정도인 이들은 요즘 중국 내에서 한국과 한국인에 대한 인식을 바꿔놓고 있다.
포문은 이민호가 열었다. 최근 방송된 SBS 드라마 <상속자들> 이전에도 이민호는 중국에서 꾸준히 활동해왔다. 그가 출연한 <꽃보다 남자> <시티헌터> <개인의 취향> 등이 모두 소개됐고 결국 <상속자들>로 정점을 찍었다.
중국에 정통한 연예 관계자는 “<상속자들>은 중국 내 한류가 폭발하는 분수령이 됐다. <상속자들>의 인기가 기반이 됐기 때문에 직후 방송된 <별에서 온 그대>가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었다”고 평했다.
이민호가 중국을 방문하면 해당 공항에는 비상이 걸린다. 그를 보기 위해 엄청난 인파가 몰리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2013 바이두 페이디엔 시상식’에 참석하기 위해 중국으로 출국한 이민호. 베이징 공항을 물론이거니와 그가 상하이 공항을 경유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상하이 공항에도 수천 명의 팬들이 몰렸다. 결국 상하이 공항 측은 안전을 고려해 이민호를 특별입국 대상자로 분류해 VIP 통로로 이동케 했다.
이 관계자는 “베이징 공항은 많은 스타들이 오가는 곳이기 때문에 방문 전부터 공항 측이 안전을 위해 철저한 준비를 한다. 이민호가 방문할 때는 웬만한 외국 국빈이 방문했을 때를 능가하는 경호 시스템이 발동된다. 상하이 공항은 단순히 경유하는 것이라 가볍게 생각했다가 낭패를 볼 뻔했다”고 덧붙였다.
이민호에게 바통을 이어받은 김수현은 현재 중국 내에서 ‘쓰나미급 인기’를 누리고 있다. <별에서 온 그대>에서 그가 착용한 의상뿐만 아니라 헤어스타일까지 선망의 대상이다. 극중 캐릭터 이름이었던 ‘도민준’이라는 타이틀만 붙이면 모든 물품이 날개 돋친 듯 팔린다. 이쯤 되면 신드롬이다.
지난달 중국 강소위성TV는 자사 프로그램 <최강대뇌>에 김수현을 출연시키기 위해 10억 원을 투자했다. 김수현의 1회 출연료는 5억 원이었지만, 그를 ‘모셔 가기’ 위해 준비한 전용기와 600여 명의 안전 요원 고용 비용까지 합치면 10억 원이 넘는다.
하지만 김수현으로 인해 강소위성TV가 얻은 홍보 효과는 수백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출연한 <최강대뇌>는 중국 48개 주요도시에서 시청률 2.65%를 기록하며 동시간대 1위를 차지했다. 이 프로그램의 평소 시청률보다 두 배 이상 껑충 뛴 수치다.
중국 내 이민호와 김수현의 인기를 가늠할 수 있는 척도는 광고 출연료다. 한 업체에서 이민호를 붙잡으면 동종 라이벌 업체는 김수현과 계약을 맺으며 중국 내에서 두 한국 스타를 마주 세우고 있다. 두 사람이 경쟁적 동반자 관계를 유지하니 몸값은 치솟을 수밖에 없다.
현재 이민호와 김수현의 중국 CF 편당 출연료는 20억 원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중국은 통상 CF 계약을 ‘2년’ 기준으로 한다. 때문에 국내와 같이 1년 기준으로 본다면 편당 개런티는 절반인 10억~12억 원선이다. 이는 그 동안 중국 내에서 최고 몸값을 유지했던 비와 장동건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한 중국 CF 에이전트는 “기존에 알려진 한국 스타들의 중국 CF 몸값은 대부분 2년 기준이었다. 때문에 한국 CF 몸값과 직접 비교할 순 없다. 이런 부분까지 감안한다면 현재 이민호와 김수현은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다”고 밝혔다.
주목할 만한 건 두 사람이 중국 쪽에 먼저 ‘1년’ 계약을 제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1년 뒤 인기가 더욱 상승해 파이를 키울 수 있을 것이란 자신감의 표출이라 할 수 있다.
이 에이전트는 “두 사람은 역대 한국 스타 중 가장 비싼 몸값을 자랑한다. 하지만 성룡이나 유덕화 등 중국을 대표하는 전국구 스타들에게는 뒤진다. 향후 그들의 활약 여부에 따라 몸값이 얼마든지 상승할 수 있는 여력이 있다는 의미다”고 덧붙였다.
엑소 멤버 12명은 모두 A급 스타로 통한다.
엑소가 지난해 발매한 정규 1집은 100만 장 이상 팔려나갔다. 음원시장으로 재편된 가요계에서 12년 만에 탄생한 밀리언셀러다. 판매된 100만 장 중 40%에 달하는 40만 장은 중국어 버전이었다. 엑소가 중국을 흔들고 있다는 증거다.
그렇다면 엑소의 중국 광고 출연료는 얼마일까? 선뜻 답하기 어렵다. 엑소가 12명으로 구성돼 있기 때문이다. 멤버들이 모두 A급 스타이기 때문에 그들을 한데 모으려면 몸값은 천정부지로 뛸 수밖에 없다. 또 다른 중국 에이전트는 “결국 부르는 게 값”이라면서도 “최소한 단발 계약으로 30억 원은 써야 엑소를 CF 모델로 세울 수 있다”고 귀띔했다.
그동안 중국은 ‘돈 안 되는 시장’으로 여겨졌다. 불법 다운로드 시장이 기승을 부리고 있어 정식 루트를 통해 드라마 및 음원 판매가 어려웠고, 공산주의 사회라 제재도 많다. 사기꾼도 많아 어설프게 중국 시장에 뛰어들었다가 돈을 떼이고 돌아온 스타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중국은 달라지고 있다. 막대한 자원과 인력을 앞세워 미국에 이어 세계 경제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를 위해 적극적으로 해외의 문화를 받아들이고 자본을 유치하며, 그들이 믿고 일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가고 있다.
또 다른 연예 기획사 관계자는 “중국 엔터테인먼트 시장은 이제 걸음마 수준이다. 같은 인종인데다 지리적으로 인접한 한국은 중국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여러 조건을 갖추고 있다. 주먹구구식으로 일하던 중국의 비즈니스 모델도 바뀌고 있기 때문에 향후 이민호 김수현 엑소 등이 열어놓은 문을 통해 중국에 진출하는 한류스타들의 ‘스타노믹스’가 거세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진용 스포츠한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