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베팅해도 ‘퀸즈…’가 기둥이야
경주 시작과 동시에 10여 두의 말들이 일제히 치고 나오면서 난타전을 벌어지는 바람에 레이스가 비정상적으로 빨라졌다. 10여 두의 말들이 뭉쳐 뛰면서 뚝심대결을 하는, 최근엔 보기 드문 장면이 4코너까지 이어졌기 때문에 외곽에서 뛰는 말들은 그 어느때보다 체력손실이 컸다. 특히 퀸즈블레이드는 이런 흐름의 선두권에서 최외곽에 위치해 있었다. 코너를 돌 때마다 조금 처졌다가 다시 올라오는 강인한 면모를 보이긴 했지만 결국은 그 차이를 극복하지 못했다. 거리적 손실과 전개상의 불리함을 감안하면 내용상으론 우승마와 똑같은 점수를 줘도 전혀 이상해 보이지 않았다.
이런 점은 이날의 2, 3위마를 봐도 입증이 된다. 안쪽에서 자리를 잘 잡고 쫓아온 11번 길버트와 12번 남도트리오가 간발의 차이로 이변을 일으킨 것이다. 두 마리 모두 외곽게이트를 배정받아 불리한 경주전개가 예상됐지만 앞선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오히려 자리를 잡기가 수월했다. 두 마리 모두 경제적인 레이스를 했고, 딱 그만큼 막판에 더 뛰어줬다는 게 대체적인 관전평이다. 말하자면 어부지리 성격이 강했다는 얘기다.
아무튼 이번 ‘KRA 컵 마일’ 대회는 능력마들끼리의 대결에선 좋은 자리 선점과 힘 안배, 즉 경주전개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번 일깨워주었다.
김시용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