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 박태환 만든 ‘약손’ 쌤들 뭉쳤다
지난 7일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열린 리듬체조 월드컵에서 손연재가 아름다운 연기를 펼치고 있다. 오른쪽은 메달을 들어보이고 있는 손연재. 사진제공=포르투갈체조협회
# 리듬체조 선수들의 몸은?
매종목 1분30초간 쉴새 없이 구르고 뛰고 수구를 던지고 받는 리듬체조 종목에서 아름다운 보디라인과 강철 체력의 몫은 절대적이다. 아름답고 우아한 연기 직후 선수들이 ‘키스앤드크라이존’에서 숨을 몰아쉬는 장면은 집약적인 운동량을 그대로 보여준다.
스무살이 넘은 여자 리듬체조 선수들에게 ‘살과의 전쟁’은 자신과의 지독한 싸움이다. 몸에 딱 붙는 ‘스키니’ 레오타드(소매가 없고 몸에 꼭 끼는 위아래가 붙은 옷)는 정직하다. 1㎏만 쪄도 대번 티가 난다. 슬림한 라인을 유지하기 위해 요구르트, 샐러드, 시리얼로 연명하는 극단적인 식이요법이 수반된다. 많은 선수들은 먹고 싶은 음식 사진을 파일로 저장해놓고 ‘그림의 떡’처럼 들여다보며 스트레스를 푼다.
런던올림픽을 앞두고 옐레나 니표르도바 러시아 전담 코치는 매끼니 손연재의 식판을 ‘매의 눈’으로 검사했다. g단위로 체중을 관리했다. 러시아 전훈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갈 때마다 체중관리에 대한 전언을 잊지 않는다. 손연재를 다섯 살 때부터 지켜봐온 국내 리듬체조 스승들도 애제자의 ‘체중 변화’에 대단히 민감하다.
먹는 것을 극도로 제한하면서, 체력은 키워야 하는 ‘반전’ 미션은 쉽지 않다. 결국 체력은 절대적인 운동량을 통해 극복할 수밖에 없다. 스트레칭과 루틴 반복훈련으로 근력은 키우되, 혹독한 웨이트트레이닝은 금기다. 리듬체조는 ‘비주얼’이 절대적인 종목이다. 예쁜 라인을 위해선 우락부락한 근육이 생겨선 안 된다. 일반적인 여성들의 체지방량이 20% 정도인 데 비해 정상급 리듬체조 선수들의 체지방량은 5~6%선이다. 경기 효율을 극대화한 마른 근육질의 몸이다. 40㎏대 여리여리한 몸매를 가늘고 단단한 잔근육들이 받치고 있다.
# 손연재의 근육량, 진실은?
손연재는 동계훈련 기간 내내 혹독한 연습과 관리로 체중도 줄였다.
2011년 이후 폭풍성장을 거듭해온 손연재의 곁에는 든든한 전문가 집단이 있다. 특히 물리치료와 운동요법을 담당하는 전문트레이너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점프, 피봇 등의 반복연습으로 무릎, 발목이 성할 날 없는 선수들의 치료뿐 아니라, 경기에 최적화된 몸을 만들어주고, 슬림한 라인을 잡아주는 것도 이들의 몫이다. 현재 송재형 송피지컬 원장, 이문삼 앨앤케이 애슬레틱 휘트니스 대표, 정혜정 솔병원 소속 트레이너 등이 손연재의 경기 체력과 컨디션을 안팎으로 지원하고 있다.
송재형 원장은 손연재가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함께해왔다. 2010년 김연아의 밴쿠버올림픽을 도왔던 송 원장은 런던올림픽 현장에서 손연재와 함께했다. 손연재의 컨디션과 몸 상태, 기분을 누구보다 빨리 캐치한다. 올 시즌엔 독일 슈투트가르트월드컵, 이탈리아 페사로월드컵 현장에 동행했다. 송혜교 박신혜 등 톱스타들도 드라마를 앞두고 찾는 ‘약손 선생님’이다. ‘슬림 라인’의 전문가다. 1m70대의 시원시원한 팔다리를 지닌 러시아, 동구권 에이스들에 비해 동양인 손연재는 작고 아담한 느낌이 강하다. 1~2㎏만 체중이 불어도 상대적으로 더 둔탁해 보인다. 송 원장은 보디라인의 ‘각’을 살리는 일에 심혈을 쏟고 있다. 송 원장은 리스본월드컵 4관왕 비결에 대해 “지난 11월 시즌을 빨리 시작하면서 프로그램 숙련도나 완성도 면에서 향상이 있었다. 동계훈련 기간 내내 혹독한 연습과 관리를 통해 체중도 빠졌다”고 분석했다.
지난 시즌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아시아선수권과 월드컵 시리즈 현장엔 ‘베테랑’ 이문삼 앨엔케이 애슬레틱 휘트니스 대표가 동행했다. 이 대표 역시 박태환의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광저우아시안게임 3관왕을 합작한 실력파 트레이너다.
김연아 박태환을 지원한 2명의 실력파 트레이너에 더해, 올시즌부터 손연재는 스포츠재활 전문가 나영무 원장이 운영하는 솔병원의 지원도 받게 됐다. 러시아에서 1년의 절반 이상을 보내는 손연재에게 현지 트레이너는 오랜 숙원이었다. 러시아 대표팀 트레이너가 있긴 하지만, 손연재까지 순서가 오기는 쉽지 않았다. 지난 3년간 러시아에서 ‘나홀로’ 외롭게 훈련해온 손연재는 인천아시안게임의 해인 올 시즌, 선수로서 명운을 걸었다.
어머니 윤현숙 씨와 러시아 노보고르스크 훈련센터 인근에 집을 렌트했다. 솔병원에서 파견한 정혜정 트레이너도 현지에서 함께 생활한다. 매일 트레이너와 부상방지 훈련을 하고, 발목, 무릎 등에 통증을 느낄 때마다 마사지, 찜질, 테이핑 등 즉각적인 처치가 가능하게 됐다. 훈련 후에도 회복을 돕는 스트레칭, 재활훈련, 코어 트레이닝 등을 통해 체계적으로 몸을 만들어가고 있다. 퍼스널 트레이너가 상주하는 시스템이 올 시즌 손연재의 체력 향상과 컨디션 조절에 힘이 됐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전영지 스포츠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