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그의 시를 본다. 16일 오후 8시 41분에 올린 ‘캄캄바다’라는 제목의 시다. ‘저도 가는 중입니다/ 밤이 됐습니다/ 캄캄합니다. 캄캄한/ 밤바다에/ 기적이/ 일어나길/ 빕니다.’
17일 오전 4시 10분에 올린 ‘가족’이라는 제목의 시다. ‘자식 걱정으로/ 가족들은 실신상태입니다. 캄캄한 바다도/ 자식사랑을 잠재우지 못하네요. 자식을 위하여/ 해경보다/ 해군보다/ 장관보다/ 총리보다/ 더 뜨겁습니다.’
다시 같은 날 오후 1시 28분에 올린 ‘진도의 눈물’이라는 제목의 시다. ‘진도체육관·팽목항구에 비가 내립니다. 먼 바다 속 구조는 어려운데/ 비·바람까지 불고 있네요. 사망자가 늘어나며/ 가족들의 분노도 높아갑니다/ 국민들의 슬픔은 커지고 있습니다. 부처간 손발을 맞추는 게/ 이렇게 어려운 줄/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그리고 같은 날 오후 ‘밤’이라는 제목의 시를 올렸다. ‘어린 자식/ 바다에/ 뱃속에/ 갇혀 있는데. 부모님들/ 울부짖는 밤. 괴로운 밤/ 불신의 밤. 비까지 내려. 속수무책 밤/ 긴긴 밤/ 괴로운 밤.’이라고 적었다.
문제는 이런 시를 연이어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이가 시인이 아닌 김문수 경기도지사라는 점이다.
이번 사고에서 가장 많은 희생자와 실종자는 경기도민인 경기도 안산의 단원고등학생들이다. 경기도지사로서 김 지사는 안산 고대병원과 안산 제일병원 장례식장, 진도 등을 돌아 다녔다. 아마도 그 과정에서의 심경을 시로 쓴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네티즌들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바쁘게 현장을 돌아다니며 사고 처리에 앞장서야 할 경기도지사가 한가하게 시를 쓰고 있냐는 반응이 쏟아지고 있는 것. 결국 김 지사는 트위터에서 시를 내렸다. 그럼에도 해당 시가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 오르며 논란은 가열되고 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