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은 무조건!” 작곡가 수입이 ‘쩌~억’
지난 대선 때 새누리당의 청년유세단인 빨간운동화가 박근혜 후보의 유세전에 분위기를 띄우고 있는 모습.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선거 로고송은 선거철 소음공해의 주범으로 지목되기도 하지만, 유권자 입장에선 이번엔 또 어떤 재미있는 가사로 표심을 자극할지 내심 기대가 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올해 6·4 지방선거 기간에도 다양한 로고송이 선보일 예정이다. 로고송 업계는 이미 공식선거기간을 한 달여 앞두고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저작권료 기준 업계 1위 인우기획 송관우 실장은 지난 16일 <일요신문>과 만나 “이미 2월부터 영업팀이 활동하고 있다”며 “벌써 3개월 전부터 샘플과 책자를 준비해 여야 각 공식행사를 돌았다”고 설명했다.
선거 로고송은 기본적으로 정당 및 후보자의 취향과 해당 업체의 추천을 고려해 선정되며 제작에는 보통 3~4일이 소요된다. 물론 선거운동 기간 막판에는 후보자들의 급박한 사정을 고려해 단 하루 만에 제작이 완료되기도 한다. 후보자의 사정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광역급 후보자는 5곡 정도, 기초급 후보자의 경우 2~3곡이 쓰인다.
지난 지방선거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의 로고송 제작을 맡았던 엑스티브엔터테인먼트의 이상훈 실장은 “로고송 제작에서 중요한 것은 개사, 가창, 성우의 유세 멘트 및 구호”라면서 “우리 회사의 경우, 아예 개사만 전문으로 맡은 팀을 꾸렸으며 오디션을 통해 로고송 가수를 뽑고 있다. 또 유세 멘트와 구호 녹음을 위해 전문 성우를 섭외하기도 한다. 로고송은 길어봤자 10초에 불과하기에 유세 멘트 하나하나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올해 선거 로고송의 트렌드는 무엇일까. 업계 관계자는 올해 역시 트로트가 대세를 이룰 것으로 입을 모았다. 일시적인 인기곡들이 반짝 등장하기도 하지만, 다른 장르보다 대중적으로 친숙하고 흥을 돋우기 쉬우며 개사 및 전달에도 용이한 장르의 특성 때문으로 풀이된다.
업계 최고 인기가수 박현빈
송관우 실장은 “박현빈의 경우 기네스북 등재까지 염두에 뒀던 ‘빠라빠빠’는 물론 ‘샤방샤방’, ‘오빠만 믿어’, ‘앗 뜨거’ 등 수많은 히트곡들을 로고송으로 개사해 직접 불렀다. 지난 17대 대선에는 ‘오빠 한번 믿어봐’를 개사한 이명박 전 대통령의 로고송 ‘명박 한번 믿어봐’가 대히트를 쳤다”라며 “올해 역시 그의 최근 히트곡 ‘춘향아’가 로고송으로 많은 사랑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가장 많은 로고송 히트곡을 보유한 가수가 박현빈이라면 단일곡 중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곡은 가수 박상철이 부른 ‘무조건’이다. 업계 내부에선 ‘무조건은 무조건 기본’이라는 말이 나올 지경이다. 엑스티브 이상훈 실장은 “‘무조건’은 한마디로 로고송 업계 내에서도 불멸의 1위 곡”이라며 “올해 역시 ‘무조건’의 인기는 계속된다. 우리 회사의 경우 ‘무조건’만 부르는 전담 가수가 3명이나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올해 로고송 업계에서는 장윤정의 ‘올래’와 ‘어머나’, 트로트 신예 홍진영의 ‘사랑의 배터리’, 새누리당이 독점곡으로 계약한 조항조의 ‘사랑찾아 인생찾아(KBS 드라마 <왕가네 식구들> 주제곡)’ 등 트로트 곡과 중독성 강하기로 유명한 지난해 최대 히트 후크송(후렴을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노래) 크레용팝의 ‘빠빠빠’, 선거기간 월드컵 특수를 노린 윤도현의 ‘아리랑’과 ‘오 필승 코리아’, 인기 동요이자 새누리당의 지정곡인 ‘귀요미송’ 등이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한다.
역시 관심이 가는 대목은 로고송 제작비용이다. 로고송의 값어치는 한마디로 하늘과 땅 차이. 제작 업체에 따라 비용이 차이 나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대중에 알려진 히트곡일수록 값어치는 올라간다.
로고송의 가격은 크게 로고송 제작업체에 들어가는 ‘순수 제작비(50만~100만 원)’와 저작권협회에 지불하는 ‘복제권사용료(광역단체장 100만 원, 기초단체장·교육감 50만 원, 광역의원·교육위원 25만 원, 기초의원 12만 5000원으로 책정)’, 그리고 작사·작곡가에게 지불되는 ‘인격료’가 포함된다.
다른 부분은 ‘정가’가 있지만, 작사·작곡가에게 돌아가는 인격료는 말 그대로 해당 작사·작곡가가 부르는 게 값이다. 민요와 같이 저작권이 없는 옛 노래의 경우 이러한 인격료가 없어 비교적 싼값에 제작되지만, 일반적으로 150만~450만 원 사이에서 값이 책정된다. 인기가수 강진의 히트곡 ‘땡벌’의 경우 한때 500만 원에서 1000만 원 사이에 시장가가 형성되기도 했다.
선거철 로고송 인격료는 응당 작곡가들의 쏠쏠한 한철 수입원이 되기도 한다. 업계 내부에서 꼽은 최고 수입 작곡가는 단연 ‘무조건’의 작곡가 박현진이다. 이상훈 실장은 “작곡가 박현진의 경우 최고 히트 로고송 ‘무조건’을 비롯해 박구윤의 ‘뿐이고’, 박상철의 또 다른 히트곡 ‘황진이’, 배일호의 ‘신토불이’ 등 단골 로고송의 저작권자”라며 “정확하진 않지만, 선거 한 번이 끝나면 아마도 집 한 채 가격의 저작권료는 벌어들일 것으로 보인다”고 귀띔했다.
섭외 1순위 조용필. 업계에선 조용필 노래는 돈 주고도 살 수 없다고 말한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조용필 노래의 로고송 가격은 한 마디로 백지수표다.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다는 뜻이다. 몇 해 전, 조용필 소속사에 ‘여행을 떠나요’를 로고송으로 제작할 수 있겠는지 문의를 했다. 업계 최고 대우를 약속했지만 결국 거절당했다”며 “나도 그렇지만 로고송 업계에선 조용필의 노래로 작업 한 번 해보는 게 공통된 소원이다. 하지만 아마도 쉽지 않을 것 같다. 업계에선 서태지는 가능해도 조용필은 불가능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조용필이 콘서트를 하면 해당 지역 정치인들이 다 몰려온다. 정치인들 중에서 조용필의 팬이 많은 이유도 있겠지만, 대중문화 영역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끼치는 그와 사진 한 번이라도 찍기 위해서다. 역대 대선주자 대부분 그의 콘서트를 찾는 가장 큰 이유”라며 “그럼에도 조용필은 한 번도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은 적이 없다. 로고송 제작을 거부한 것도 비슷한 이유다. 철저한 사생활과 이미지 관리를 위해 CF조차 섣부르게 나서지 않는 사람이니 말 다한 것 아니겠는가”라고 덧붙였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
김태현 인턴기자
지역별 로고송 트렌드 신도시는 ‘동요’ 농어촌은 ‘민요’ 인기 로고송 업계에선 전체적으로 트로트 장르가 강세라고 하지만, 지역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다고 한다. 특히 도시와 농어촌의 경우 그 분위기에 따라 원하는 곡의 특성도 차이가 있다는 후문. 엑스티브 이상훈 실장은 “트로트가 강세이긴 하지만, 유권자 연령층이 젊은 신도시의 경우 동요 ‘스마일송’, ‘연가’ 등이 추천곡이다. 반면 연령층이 높은 농촌지역으로 가면 ‘옹헤야’, ‘군밤타령’ 같은 민요가 큰 인기다. 어촌지역에선 ‘뱃노래’가 많이 쓰인다”며 “또 지역별 특색을 살려 부산 지역에선 ‘부산 갈매기’가 쓰이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진도 지역 해상에서 발생한 이번 ‘세월호 침몰’같이 해당 지역에 큰 사고가 발생할 경우 흥겨운 로고송 대신 차분한 곡이 선택되기도 한다. 이상훈 실장은 “이번 진도에서 발생한 사건 탓에 진도와 안산 지역에선 로고송에서도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며 “예전 태안 기름유출 사고 당시에도 ‘거위의 꿈’ 같은 느린 노래가 물망에 올랐다”고 덧붙였다. [한·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