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승객을 버리고 탈출한 세월호 선장이 있는가 하면 다른 사람을 구하려 자신의 목숨을 내던진 사람들도 있었다. 침몰해가는 여객선에서 다른 사람들을 살리려 자신의 안전을 돌보지 않은 5인의 행적이 재조명되고 있다.
해난구조대 대원이 기울어진 갑판에서 승객을 구조하고 있다. 사진제공=해양경찰청
최근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 등 외신들은 목숨을 바쳐 승객과 제자를 구한 ‘세월호 영웅’들을 집중 조명했다. 국내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도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5명의 의인’이란 게시물이 눈물을 자아내고 있다.
지난 16일 진도 해상에서 침몰한 여객선 세월호에는 승객과 학생들을 위해 자신을 내던진 5인의 영웅들이 있었다.
고 박지영 씨.
먼저 마지막까지 승객 대피를 돕다가 변을 당한 고 박지영 승무원(여·22)이 있다. 안산 단원고 학생에게 구명조끼를 양보한 박 씨는 한 학생이 “왜 구명조끼를 입지 않느냐”고 묻자 “승무원들은 마지막까지 있어야 한다. 너희들 다 구하고 나도 따라가겠다”는 말을 남겼다.
고 양대홍 씨.
세월호 사무장으로 있었던 고 양대홍 씨(남·45)도 있다. 그는 사고 당일 오전 10시쯤 부인에게 전화를 걸어 “배가 많이 기울어져 있다. 수첩에 모아둔 돈을 큰아이 등록금으로 사용하라”며 마지막을 예감한 듯한 말을 남겼다. 이어 “길게 통화하지 못한다. 아이들을 구하러 가야 한다”는 말만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
고 정차웅 군.
가장 먼저 사망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던 단원고 2학년 학생 고 정차웅 군(17)은 생일을 하루 앞두고 숨졌다. 정 군은 침몰 당시 자신이 입고 있던 구명조끼를 벗어 친구에게 건넸다. 또다른 친구를 구하기 위해 몸을 던진 정 군은 의롭게 자신을 희생했다.
고 남윤철 씨.
안산 단원고 2학년 6반 담임교사인 고 남윤철 씨(남·35)는 교사가 된 지 올해로 7년째였다. 구조된 단원고 학생들은 “선생님은 마지막까지 학생 탈출을 도왔다”며 입을 모아 말했다. 당시 그는 학생 한 명이라도 배 밖으로 내보내기 위해 안간힘을 쓴 것으로 전해진다.
고 최혜정 씨.
올해 첫 부임한 단원고 2학년 9반 담임교사 고 최혜정 씨(여·24)는 사고 당시 SNS로 제자들에게 “걱정하지마, 너희부터 나가고 선생님 나갈게”라고 전하며 10여 명의 학생을 구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급박한 상황 속에서도 그는 자신의 첫 제자들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돌보지 않았다.
이 외에도 승무원과 아르바이트생으로 일한 고 정현선 씨(여·28)와 고 김기웅 씨(남·28)는 결혼을 약속한 사이로, 사고 당일 승객들을 구하다 같은날 세상을 떠났다. 부모와 오빠를 잃고 울고 있는 권지연 양(6)을 구출한 단원고 박호진 군(17)도 세월호의 ‘영웅’이었다.
국민들은 ‘감동’을 심어주고 떠난 이들을 의사자로 지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복지부 측은 “고 박지영 승무원과 고 남윤철 선생님 등은 큰 이견 없이 의사자 지정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며 “관련 절차와 서류가 준비되면 5월 중에라도 의사상자심의위원회를 열어 인정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수현 기자 penpop@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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