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캠프법에도 ‘학교’는 없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위원회의 한 관계자가 한 말이다. 지난해 여름 태안 해병대 캠프 사고와 올해 경주 리조트 붕괴 사고, 이번 세월호 참사까지 잇달아 학생 단체 활동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따라 국회는 지방선거는 물론 대부분의 일정을 중단하고 세월호 침몰 사고와 관련한 각종 안전법들을 집중적으로 논의하거나 발의하고 있다.
세월호 침몰사고 8일째인 4월 23일 안산 단원고등학교 2학년 교실 책상에 희생자들의 영면을 기원하는 국화꽃이 놓여 있다. 구윤성 기자 kysplanet@ilyo.co.kr
여기에 세월호 참사를 겪은 안산단원고등학교가 해병대 캠프 사건 이후 교육부에서 마련한 단체활동 매뉴얼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던 사실이 드러나면서 학교의 안일한 대처에 대한 문제의식도 커지고 있다. 교육부가 당장 1학기 수학여행에 대해 금지령을 내리는 등 강경한 조치를 취한 상황에서 국회 교문위도 분주해졌다. 지난해 김상희 김희정 의원이 각각 학교 단체 활동에 대해 안전을 강화하는 법안을 발의했지만 통과되지 못하고 있었다. 이에 교문위는 지난 23일 법안소위를 열어 두 개의 법안을 한 개의 법안으로 절충하고 다음날인 24일 전체회의에서 통과시켰다.
해당 법안은 김상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지난해 8월, 김희정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해 11월 각각 제출한 법안이지만 그간 다른 법안들에 밀려 상정되지 못하다가 올해 2월 처음으로 교문위 법안소위에서 논의됐다. 해당 법들이 아직까지 제대로 논의되지 못했던 것에 대해 여야가 한국사 교과서와 대학생 등록금, 대학 구조조정 등의 정쟁만 벌여왔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교학사 역사 교과서 논쟁의 경우 여야 이견 차이로 갈등이 깊어지면서 상임위 파행 과정을 겪었고 갈등 끝에 최근 교문위 위원들은 야당 의원들이 요구한 한국사 교과서 수정심의위원회 명단을 비공개로 제공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세월호 참사로 학교 안전 대책에 대한 비판 여론이 일자 교문위는 김상희 김희정 의원의 개정안을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절충된 ‘학교 안전사고 예방 및 보상법’ 개정안은 학생이 참여하는 단체 활동에 안전대책 수립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개정안에는 수학여행과 수련활동 같은 체험 위주의 교육을 할 경우 학교장이 안전대책을 점검하고 체험활동을 위탁받은 기관이 손해배상보장 보험에 가입했는지, 수련활동 인증을 받았는지 여부를 확인하도록 하는 내용 등이 담겨 있다.
사실 해당 개정안은 지난해 7월 한 고등학교에서 외부활동으로 사설 캠프에 참여했다가 5명이 사고로 실종·사망한 해병대 캠프 사고 이후 청소년 활동의 안전을 위해 발의된 법이다. 당시 여성가족위원회에서는 위원장인 김상희 의원의 대표 발의로 일명 해병대 캠프법이라 불리는 ‘청소년활동진흥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해당 법안은 지난 12월에 통과돼 오는 7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해병대 캠프 사건 이후 여가위에서는 다수의 청소년활동진흥법 개정안이 발의됐고 지난해 12월엔 해당 법안들을 검토·심사해 하나의 개정안을 만들어낼 정도로 청소년활동법에 대한 논의가 활발했다.
하지만 여가위 소속 의원들이 지난해 교문위에 발의했던 학교안전법이 최근 통과되면서 그동안 ‘학교’는 빠진 청소년 활동 대책이 논의되고 있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해병대 캠프법은 청소년활동 인증 제도를 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여성가족부에서 총괄하는 단체들에게 적용된다. 이 때문에 청소년 전문가들은 예외 조항을 통해 청소년들이 사설 캠프나 인증받지 않은 프로그램을 이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해왔다.
올해 7월 시행될 해병대 캠프법에 대해 김상희 의원실 관계자는 “학교 포함 여부를 정확히 확인을 해봐야 하겠지만 학교 활동은 청소년활동이라고 하기 어렵다. 청소년활동진흥법에 해당하는 활동은 학교가 책임지지 못하는, 밖에서 이뤄지는 다양한 청소년활동을 뜻한다. 여가부는 학교 밖 활동을 관장하고 학교는 교육부의 책임하에 이뤄지는 곳이라서 (법을) 나눠서 적용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세월호 참사로 해병대 캠프법이 아직 시행되지 않았던 것이 언급되기도 했지만 해당 법에도 ‘학교’에 대한 안전 대책은 없었던 셈이다. 이번에 통과된 학교 안전법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하위내용 조정을 거쳐 6개월 뒤에 시행된다.
김다영 기자 lata13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