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 유가족 “사과도 제대로 안하는 대통령, 이제는 분향소 문구까지 건드리나” 오열
정부가 세월호 유가족 민원 해결을 위해 마련한 ‘장례지원단’이 유가족 측이 제시한 분향소 현수막 문구에 대해 “장례지원 취지와 맞지 않는다”며 재정적 지원을 거부한 사실이 드러났다.
유가족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유가족대책위원회는 지난 1일 장례지원단과의 회의에서 분향소 현수막, 피켓과 어깨띠 제작을 요청했다. 당시 유가족 측이 요청한 현수막 문구 내용은 ‘내 아들딸들아 보고 싶다’, ‘생명보다 중요한 게 무엇이었습니까’, ‘왜 구조가 늦춰졌습니까’, ‘정부는 거짓말을 그만 하세요’,‘성금은 마음만 받겠습니다’ 등이다.
이에 장례지원단은 “유가족 측이 제시한 현수막 문구가 장례지원 취지와 맞지 않아 지원할 수 없다”며 재정적 지원이 불가능함을 밝혔다.
결국 유가족들은 사비를 털 수밖에 없었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의 한 유가족은 2일 통화에서 “사고가 일어난 지 벌써 16일 째다. 대통령은 대응책을 마련한 뒤 사과를 하겠다고 한다. 사고 수습을 못했으면 진심 어린 사과를 해야 하지 않나. 국회의원 들 앞에서만 유감이니 어쩌니 하더니…. 사고수습은 뒷전이고 이제서야 대응책을 만든다고 한다. 다 됐다. 너무 지쳤다”며 “우리 얘들은 바다 속에 있고 가족들 마음은 갈기갈기 찢어졌는데, 유족의 마음을 담은 문구도 마음에 안 든다고 한다. 내 자신이 너무 초라하다. 우리 OO는 남의 나라 자식인가. 우리도 대한민국 사람이에요 대한민국..”이라고 말했다.
장례지원단 관계자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현수막은 어디까지나 추모의 마음을 자발적으로 담는 것이다. 유가족들의 요구대로 당국에서 바꿀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고 해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합동분향소라는 게 엄숙하고 경건한 분위기인데 유가족 측이 제시한 문구의 현수막은 분향소에 어울리지 않는다”면서 “어떤 문구가 되고 안 되는지는 지금 판단할 단계가 아니다. 어디까지나 희생자를 애도하는 수준의 경건한 분위기를 유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의 해명에 따르면 ‘문구의 내용을 판단할 단계가 아니다’라면서도 사실상 유가족 측이 제시한 분향소 현수막 문구를 ‘경건한 분위기’에 맞게 검열하고 있는 상황으로 해석될 수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안행부 실장급을 단장으로 하는 장례지원단은 지난달 25일 세월호 사건 사망자 가족 민원 해소를 지원하기 위해 설립됐다.
김포그니 기자 patronus@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