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한한 성폭행 사건 앞과 뒤

150cm 키에 동안 외모로 초등생 꾀었다

[일요신문] 150㎝ 남짓한 키와 유난히 앳된 얼굴을 가진 이 아무개 씨(21)는 어딜 가도 “어려 보인다”는 말을 들었다. 초등학생이라고 해도 믿을 만한 외모였는데 이런 그의 모습이 범죄의 도구로 쓰일 줄은 아무도 몰랐을 터. 그것도 ‘진짜’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말이다.

지난해 5월 이 씨는 한 인터넷 포털 사이트 카페에서 초등학교 6학년인 A 양을 알게 됐다. “친구를 구한다”는 글과 함께 휴대전화 번호를 공개한 A 양의 글을 본 이 씨가 이를 보고 먼저 접촉한 것이었다. 이 씨는 A 양과 친해지기 위해 자주 연락을 주고받았고 이윽고 두 사람은 ‘친구’가 됐다. 문제는 이 씨가 자신의 신분을 속였다는 점이다. 이 씨는 A 양이 자신에게 쉽게 마음을 열 수 있도록 “나도 초등학교 6학년”이라며 초등학생 행세를 했다.

A 양은 이 씨의 정체에 대해 어떤 의심도 하지 않았고 점점 친해진 둘은 실제로 몇 차례 만나기도 했다. 그런데도 A 양은 이 씨가 성인인 것을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고 한다. A 양의 눈에도 이 씨는 초등학생으로 보일 정도로 어린 외모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얼굴을 마주하고도 자신이 성인임을 모르는 A 양을 본 이 씨는 흑심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남자친구 행세까지 하며 A 양을 강제로 추행하더니 급기야 A 양의 집 근처에서 2차례에 걸쳐 성관계까지 맺은 것. 이 과정에서 충격을 받은 A 양은 가족들을 비롯한 어른들에게 성관계 및 성추행 사실을 알렸다. 뒤이어 경찰의 수사가 시작됐고 이 씨가 성인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져 A 양과 가족들은 또 한 번 충격을 받게 됐다.

결국 이 씨는 미성년자의제강간 및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돼 1심 재판부로부터 “피해자와 동갑인 초등학교 6학년으로 속여 피해자의 경계심을 푼 뒤 범행을 저지르는 등 죄질이 매우 불량하고 피해자의 나이가 만 12세로 어리고 범행횟수도 적지 않은 점, 피해자가 정신과치료까지 받게 한 점 등을 고려해 실형이 불가피하다”며 징역 2년 6월을 선고받았다. 더불어 재판부는 40시간의 성폭력치료프로그램을 이수하고 4년간 신상정보 공개를 명령했다.

선고받은 형량도 이 씨가 범행을 모두 자백하며 반성하고 막 성년에 이른 사회초년생인 점 등을 고려해 양형기준상 가장 낮은 형이었다. 하지만 이 씨는 “형량이 높고 신상정보 공개는 부당하다”며 항소했으나 항소심 재판부 역시 “피해자와 그 가족은 정신과 치료를 받는 등 상당히 큰 정신적 충격을 겪고 있으며 피해회복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며 항소를 기각했다.

윤영화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