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챙이는 가라’…대어들만 불티!
대형 증권사 M&A는 활발한 반면 중소형사 매각은 지지부진해 극명한 대조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현대증권도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매각 주관사로 직접 나서 현재 매각작업을 진행 중이다. 현재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현대증권의 인수 1순위 후보로 현대중공업과 현대차그룹 등 ‘범현대가’를 꼽고 있다.
지난 2008년 하이투자증권을 인수한 현대중공업의 경우 현대증권을 인수해 규모를 더 키우는 방안을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증권업 업황이 좋지 않기는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볼 때 현대증권 인수가 시너지 효과 측면에서 크다는 인식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HMC투자증권을 거느린 현대차그룹도 여전한 1순위 인수 후보자로 분류된다. 일단 HMC투자증권은 거래소의 조회공시 답변을 통해 ‘현대증권 인수를 검토한 적이 없다’고 밝힌 상태다. 그러나 IB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직접 나서 현대증권 인수를 타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현대증권은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선친인 고 정주영 명예회장이 벌인 사업인 데다 ‘현대’라는 이름이 갖는 상징성이 워낙 커 금융계열사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현대차그룹은 지난 2011년 현대라이프로 이름이 바뀐 녹십자생명 인수 과정에서 거래소의 조회공시 답변을 교묘히 피해간 전력이 있다. 당시 현대차가 녹십자생명을 인수한다는 설이 나오자 한국거래소는 현대차에 조회공시 답변을 요구했지만 현대차는 이에 대해 “인수를 검토한 바 없다”고 부인했다. 그럼에도 2개월도 채 안 돼 현대차그룹은 녹십자생명을 인수했다. 조회공시 요구를 받은 현대차 대신 그룹 계열사인 기아차와 현대모비스, 현대커머셜 등이 녹십자생명 지분(93.6%)을 인수한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또한 지난 2010년 현대건설 인수전 때도 공식적으로 “인수 의사가 없다”고 부인하다 전격적으로 뛰어들어 승자가 된 바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현대차는 시가총액이 54조 원이나 되기 때문에 인수하는 대상의 매각 가격이 1조 4000억 원 이상이 되어야 거래소의 조회공시 요건을 충족시킨다”며 “M&A 특성상, 대부분 비밀 유지 조약과 더불어 가격 협상 면에서 은밀히 진행하는 사안이 많기 때문에 현대차가 막판까지 정체를 쉽게 드러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증권의 장부가 매각 가치는 브랜드 프리미엄을 더해 7000억 원 수준으로 1조 원 미만이기 때문에 현대차 입장에선 조회공시를 피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대형사들의 M&A가 이처럼 흥행에 성공적인 가운데, 중소형 증권사들의 매각 작업은 사실상 쉽지만은 않은 실정이다.
지난해 증권사 매물 리스트에 가장 먼저 이름을 올린 이트레이드증권은 업황 악화와 대형사 매물이 봇물을 이루자 지난해 12월 매각 작업을 잠정 보류키로 했다. 우리투자증권과 동양증권, 현대증권 등 대형 매물들이 줄지어 나오면서 자칫 제 값을 못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컸기 때문으로 전해진다. M&A업계에 따르면, 현재 이트레이드증권의 매각 가격은 4000억 원대로 추산된다.
지난해부터 매각 작업이 진행되던 리딩투자증권도 대주주 변경이 좌초됐다. 실제 지난해 말부터 리딩투자증권의 대주주 변경 신청서를 낸 동화그룹의 대주주 인수 자격에 금융감독원이 제동을 건 것. 금융당국은 최근 동화그룹의 대주주 적격심사에 문제가 생겨 리딩투자증권에 대한 대주주 변경 신청서를 받아들이지 않기로 최종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동화기업의 대주주 적격성 시비가 불거진 데는 애플투자증권의 최대 주주였던 승은호 코린도그룹 회장(승명호 동화기업 회장의 친형)의 동화그룹 지분 8.69%가 걸림돌이 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자본시장법 대주주 요건 조항에 따르면 ‘자진 폐업한 금융투자업자 주주인 경우 5년간 금융업을 영위하지 못한다’고 명시돼 있다”며 “따라서 지난해 4월, 설립 5년 만에 자진 청산 절차를 밟은 애플투자증권의 최대주주인 승은호 회장의 동화그룹 지분이 이번 리딩투자증권 인수전에서 발목을 잡았을 공산이 크다”고 귀띔했다.
이승훈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