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티켓파워 대단 그들한테도 ‘귀한 별’
이병헌이 출연한 할리우드 영화 <레드2>(첫 번째·세 번째 사진)와 <지 아이 조> 2편 스틸컷. 그는 이변이 없는 한 <지 아이 조> 3편에도 합류한다.
이병헌은 2009년 <지 아이 조:전쟁의 서막>으로 할리우드에 처음 진출했다. 이 영화는 북미를 제외하고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지역에서 가장 많은 수익을 거뒀다. 제작사 파라마운트픽쳐스는 아시아 흥행 원동력을 ‘한류스타’ 이병헌의 공으로 돌렸다. 이후 제작한 <지 아이 조> 2편과 또 다른 블록버스터 시리즈 <레드2>에 이병헌을 캐스팅한 이유도 아시아에서 발휘하는 티켓파워를 인정한 결과다. 이에 힘입어 곧 제작이 추진되는 <지 아이 조> 3편에도 이변이 없는 한 합류한다.
여배우 가운데서는 배두나가 독보적이다. <매트릭스> 시리즈로 유명한 앤디, 라나 워쇼스키 남매 감독이 연출한 <클라우드 아틀라스>를 통해 2012년 미국 진출에 성공했다. 올해 7월에는 이들 감독이 만든 또 다른 영화 <주피터 어센딩>으로 다시 세계 관객을 만난다.
배두나
배두나는 <클라우드 아틀라스> 개봉을 전후로 주로 영국에 머물러왔다. 최근에도 그의 주 근거지는 영국이다. 아직은 완벽하지 않은 영어 공부를 위한 선택이지만 한편으론 세계 여러 나라의 영화 관계자들과 더 가깝게 만나고 싶은 욕심이기도 하다.
<클라우드 아틀라스> 개봉 당시 배두나는 “영화 촬영장에는 매니저 없이 혼자 갔다”며 “영어를 잘못하지만 통역이 없어야 더욱 치열하게 연기하고 적응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고 말했다. 매니저도, 통역도 없이 혼자 촬영장을 다니는 그의 방식은 이후 <주피터 어센딩> 때도 그대로 이어졌다.
이병헌, 배두나처럼 세계 시장에 존재가 알려지는 배우들이 늘면서 할리우드 제작진이 먼저 한국으로 눈을 돌리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 한국 여배우로는 처음 할리우드 인기 히어로 시리즈에 합류한 수현도 비슷한 경우다.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 제작진은 한국인 과학자이자 의사 역을 맡을 연기자를 찾기 위해 직접 오디션을 진행했다. 영어에 능통한 여러 배우들이 지원했고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수현은 세 차례에 걸친 오디션을 통과했다. 유년기를 미국에서 보낸 덕분에 갖춘 유창한 영어 실력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수현은 현재 영국에 머물면서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 촬영에 한창이다. 영화의 주인공인 ‘아이언맨’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등과 호흡을 맞추고 있다. 영화가 개봉하기까지 아직 1년의 시간이 남아있고 극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연기에 대한 평가는 향후 판단해야 하지만 수현의 출연은 그 자체만으로 의미 있는 기록을 남긴다.
반면 ‘할리우드 진출’이라는 타이틀에 기댄 활동도 이어지고 있다. 제작비 가운데 상당 부분을 한국 투자금으로 채우고도 ‘미국 영화’로 포장해 관객에게 실망을 안기거나 그 비중이 미미한데도 할리우드에서 대단한 활약을 펼친 것처럼 알리는 경우다. 반드시 의도하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짝퉁 미국영화’라는 오해를 받는 사례도 종종 나온다.
보아의 할리우드 진출작 <메이크 유어 러브>의 한 장면.
가수 보아는 ‘할리우드 진출작’이라는 설명과 함께 첫 주연 영화 <메이크 유어 러브>를 4월 17일 국내서 개봉했다. 앞서 음악영화로 흥행에도 성공한 <스텝업>의 제작진이 참여한 사실도 대대적으로 알렸다. 하지만 이 영화는 개봉하고 10일이 더 지난 4월 28일 현재 9313명의 관객을 모으는 데 그쳤다. 국내 1위의 투자배급사인 CJ엔터테인먼트가 배급했다고 믿기 어려운 저조한 성적이다.
영화감독들의 할리우드 진출 벽은 배우들보다 높다. 이미 지난해 박찬욱 감독이 <스토커>로 할리우드에 진출했고 비슷한 시기 김지운 감독 역시 <라스트 스탠드>로 나섰지만 작품성은 물론 흥행 면에서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 이들 영화는 미국은 물론 국내서도 흥행에 실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우와 감독들의 미국 진출은 꾸준히, 그리고 적극적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이미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이병헌과 배두나를 중심으로 현지 드라마로 먼저 안착한 배우 김윤진 역시 장기적으로는 할리우드를 목표로 여러 활동을 모색하고 있다.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