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 잡은 저격수… 백전노장 코너 몰까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신임 원내대표가 대여 총공세를 앞두고 저격수 실력을 발휘할지 주목된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이 관계자는 “당 내외에선 계파 구도에서 앞선 노영민 의원을 좀 더 유리하게 본 것이 사실이다. 이 정도로 박영선 의원이 압도적일지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면서 “최재성 의원의 선전에서도 알 수 있듯 친노 진영의 표 상당수가 갈렸고, 당 지도부의 입김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반대로 김한길계 표 상당수가 박영선 쪽으로 몰린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결국 계파보단 인물을 선택한 결과”라며 “일반적인 상황이었다면 이러한 압승은 기대하기 어려웠다. 아마도 이번 결과는 세월호 정국이 큰 부분을 차지한 것 같다. 대여 총공세를 앞둔 원내 개편 상황 속에서 온건 성향인 노영민보단 몰아붙일 때 확실하게 몰아붙일 줄 아는 강경파 박영선이 제격이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원내대표의 그간 의정활동 궤적을 보면 그의 저격수적 기질을 여실히 알 수 있다. 초선 기획재정위 시절엔 ‘삼성 저격수’로 이름을 날렸으며 법사위 시절부터는 박지원 의원과 이른바 ‘박남매 콤비’로 짝을 이뤄 대여 공세의 최전선에 나섰다.
이 때문에 여권에선 야권의 원내대표 후보자 네 명 중 박 원내대표를 가장 꺼렸다는 후문이다. 심지어 올 초 박 원내대표가 다시금 기재위로 복귀한다는 소문이 돌았을 때는 핵심 소관기관인 국세청 내부에서 촉각을 곤두세웠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다.
상대 여당인 새누리당은 일찌감치 이완구 의원을 원내대표로 점찍은 상태였고, 8일 추대형식으로 무혈 입성했다. 사실 박 원내대표가 상대할 이완구 원내대표도 만만찮다. 충청의 맹주로 꼽히는 이 원내대표는 일선 행정부터 지방행정, 사정기관, 오랜 경력의 정무, 심지어 외무 경력까지 있는 백전노장이다. 지략은 물론 뚝심을 겸비한 인물로 평가된다.
일단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는 박 원내대표 선출에 앞서 세월호 정국 속에서 세월호 국정조사, 특별검사, 여·야·정 위원회 설치 등을 주장한 상황이며 5월 임시국회, 6월 국정감사 실시 등 국회 정상화를 동시에 요구하고 나섰다. 이에 발맞춰 박 원내대표도 특검에 대해선 다소 조심스러운 입장을 피력하면서도 ‘세월호 특별법 개정’을 1순위 과제로 내세우는 등 한 발짝 더 나아갔다.
이완구 새누리당 신임 원내대표.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이에 이완구 원내대표는 선출 직후 가진 기자회견 자리에서 국정조사를 포함해 야권의 요구를 폭넓은 선에서 받아들이면서도 모든 것보다 세월호 사고 수습이 우선이라고 정확히 선을 그었다. 그는 또한 야권의 특검 요구도 ‘검찰의 중립성이 훼손됐을 경우’라고 한정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야권의 구성권 협조가 있을 때 가능하다고 오히려 야권에 공을 떠안겼다. 야권의 초반 공세에 만만찮은 대응으로 나선 것이다.
일단 정치권에선 본격적인 원내 교섭창구의 선봉에 나선 박영선, 이완구 여야 원내대표의 공수 상황을 놓고 본다면 박 원내대표에게 좀 더 유리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정치컨설턴트 김대진 조원씨앤아이 대표의 설명을 들어보자.
“이미 박 원내대표 선출 이전에 당 지도부가 세월호 침몰에 대한 대여 공세는 물론 국회 정상화와 관련한 아젠다를 대외적으로 제시한 상태다. 이 모든 아젠다가 여론을 등에 업고 있는 것들이다. 어찌됐건 불리한 건 여권이고 방어의 선봉에 서야 할 사람은 이완구 원내대표다. 박 원내대표는 그저 여론을 등에 업은 아젠다를 토대로 자신이 줄곧 해온 대로 대여 공세에 나서면 된다. 현재로선 야권이 강도 높은 공세를 가해도 여권이 대놓고 뭐라 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며 여론이 여권에 쏠려 있는 화살을 야권에 돌릴 리도 만무하다.”
오히려 난점은 내부단속에 있다는 것이 정치권의 반응이다. 이를 의식이라도 하듯 박영선 원내대표는 출마연설에서 “나는 계파가 없는 사람이다. 여러분 모두의 박영선”임을 강조하며 “계파청산에 앞장 설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기자와 통화한 비노진영의 한 초선의원은 “현재 세월호 정국 속에서 다소 가려진 측면이 있지만, 한편으론 지방선거 정국이다. 광주를 비롯해 민주계와 안철수계 사이에서 공천 싸움이 극을 치닫고 있지 않나. 박 원내대표도 당 지도부의 일원으로서 이러한 내부 조율 역할을 피해갈 순 없다”며 “이러한 특수한 정국 속에서 박 원내대표가 적합했기 때문에 선택을 받았지 무작정 좋다고 표를 던진 건 아니다. 강경파라는 이미지 속엔 당 내부에서의 비토도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솔직히 그의 행적만 놓고 보면, 내부관리자의 역할에 있어선 물음표”라고 평했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