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장 절반이 ‘관피아’…이게 화근이다
공대위에서 전해 받은 상세 분석 자료에 따르면, 38개 기관에 속한 ‘관피아’의 현황은 다양했다. 38개 기관 중 단 한 명도 관료 출신 임원이 없는 기관이 있는 반면, 임원의 절반 이상이 관료 출신인 기관도 있었던 것이다. 대표적으로 한국가스기술공사, 농수산식품유통공사, 예금보험공사는 임원 과반수가 관료 출신이었고, 한국수자원공사는 임원 중 관료 출신이 한 명도 없었다. 평균적으로는 38개 기관 상임임원과 비상임임원 중 관료 출신 비율이 각 30% 정도로 나타났다.
중점관리기관의 기관장 중에는 해당 기관과 다소 동떨어진 관료 이력을 가진 이도 있어 눈길을 끈다. 한국가스기술공사의 강기창 사장과 지역난방공사의 김성회 사장, 한국전력공사의 조환익 사장 등이 그 장본인이다. 공공기관 공시시스템인 ‘알리오’의 공시 참고 결과, 강기창 사장은 중앙인사위원회의 성과후생국 국장 출신으로 강원도 행정부지사 등을 거쳐 2011년 가스기술공사 사장으로 임명되었다. 김성회 사장은 육군 대령과 18대 국회의원이라는 이력으로 현재 지역난방공사의, 조환익 사장은 산업자원부 차관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사장을 거쳐 현재 한국전력공사의 수장을 맡고 있다.
그렇다면 ‘관피아’들은 도대체 어느 부처에서 왔을까. 공대위 발표 자료에 따르면 38개 기관 내 관피아 중 기획재정부(구 재정경제부, 기획예산처 포함) 출신이 21명으로 가장 많았고, 산업통상자원 출신이 20명, 국토교통해양 출신이 19명으로 뒤를 이었다. 중점관리기관 관피아 133명 중 절반에 가까운 60명이 이 세 부서에서 근무하다가 각 기관 임원으로 선임된 것이다.
이번 자료 조사를 맡은 이승헌 공공연맹 정책실장은 “임추위는 사실상 찬반 역할밖에 하지 못한다. 사람을 정해놓고 낙하산으로 선임하려고 마음만 먹는다면, 임추위가 제대로 필터링도 할 수 없는데다 결정적 임명권을 가진 것도 아니다”라며 “사실상 노동조합 등 근로자를 대변하는 사람은 임추위에 포함되지 않고, 임원 선출을 위한 공모기간이나 심사기간도 일부러 법의 예외 규정을 적용하는 경우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공대위의 이번 발표와 함께 참여연대의 박근영 협동사무처장도 관피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다. 박근영 사무처장은 “공공기관 부실화의 상당 부분은 정부와의 관계에 있어서 독립적이지 않은 인사들이 기관장이 되면서 발생했다”며 “예를 들면 정부가 4대강 사업을 추진하는데, 수자원공사 임원들이 관료 출신이라면 수자원공사의 독립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공공기관이 정부의 손가락 역할을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반면 이번 자료 조사 결과 두 번째로 많은 관피아를 배출한 산업통상자원부의 대변인실 관계자는 “‘관피아’라는 개념에 대해 관료 출신이면 무조건 관료 마피아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단순히 선임된 것 자체만 문제로 삼는다면 대한민국의 퇴직자들은 어디로 가야 하는가”라고 반문하며 “다만 인사 과정에서 문제가 있다면 고쳐야 할 것이고, 잘못된 점이 있다면 상식에 맞게 고쳐져 나갈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전했다. 기획재정부 대변인실 관계자 또한 “어느 사안이나 양면성이 있기 때문에 어느 방향에 포커스를 맞추느냐에 따라 달라질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말을 아꼈다.
공대위의 이승헌 정책실장은 각 부서의 이 같은 의견에 대해 “‘공공기관 정상화’를 위해선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도덕적으로 관리를 받아야 하는 공공기관에 감독 기관 출신의 퇴직자가 간다는 것은 관리·감독이 되지 않는다고밖에 볼 수 없다”며 “게다가 근무했던 부처와는 상관없는 기관에 선임된 사람도 있고, 그렇다고 전문성이 검증되지도 않았다. 전문성과 윤리성 모두 문제가 있는 상태다”라고 설명했다.
이번 자료 조사 결과에 핵심이 없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이승헌 정책실장은 “객관적인 사실만 다루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일부러 정치권 인사와 당연직 임원은 포함하지 않았다”며 “시간이 많이 걸리겠지만 현재 304개 공공기관으로 확대 조사도 진행하는 중이다”라고 향후 계획을 전달했다.
이연호 기자 dew9012@ilyo.co.kr
윤영화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