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부터 장장 6개월에 걸친 ‘제3회 일요신문 만화공모전’이 그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이번 공모전엔 대상 3000만 원, 금상 1000만 원, 장편·중편·웹툰 부문별 우수상 각 500만 원씩 모두 5500만 원이 걸려 있었다. 응모작은 모두 40편. 제효원 한국만화가협회 사무국장과 서서영 일요신문 카투니스트, 일요신문 만화공모전팀이 함께 진행한 예심(9월 25일)을 거쳐 수상작의 2배수인 10편이 10월 2일 본심에 올라 치열한 경합을 펼쳤다.
유명 만화작가 김수용, 이충호, 이현세 씨와 만화칼럼니스트 서찬휘 씨(왼쪽부터)가 2일 본사 회의실에서 열린 최종심사에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서찬휘 만화칼럼니스트가 심사위원 대표로 집필한 심사총평과 금상의 영예를 안은 성주삼 작가 인터뷰, 각 부문별 수상작 소개와 수상 소감을 싣는다. 수상작은 <일요신문i>(www.ilyo.co.kr) 만화공모전 코너에서 볼 수 있다.
지난 10월 2일, 제3회 일요신문 만화공모전의 본선 심사를 진행했습니다. 예심을 통과한 10작품이 본심 무대에 올라 창의력과 작화력, 스토리 그리고 대중성에 이르는 네 가지 항목을 100점 만점으로 두어 그 합계를 따지는 방식으로 평가받았습니다. 하지만 심사위원들은 이날 오랜 숙고와 토론 끝에 3000만 원의 상금이 걸린 대상 수상작을 내지 않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제3회 공모전의 당선작은 대상을 제외하고 상금 1000만 원을 받는 금상 한 편과 상금 500만 원씩을 받는 각 부문별 우수상 세 편입니다.
먼저 금상을 수상한 성주삼 작가의 <아술당의 아이들>은 심사위원 네 명이 모두 가장 높은 점수를 준 작품이었습니다. 응모작 가운데에서 가장 뛰어난 필력과 연출, 세련미 있는 구성을 보여준 줬으며 이야기를 흥미롭게 전개한 점과 글맛이 뛰어났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다만 기획에서 기개 있게 밝혔던 당시 조선·명·왜의 사상과 민중들의 시각이 채 드러나지 못한 점과 대사 읽기가 다소 부담스러운 컷들은 아쉬운 점으로 지적되었습니다.
장편부문 우수상으로 꼽힌 박정호 작가의 <스퀘어>는 스릴러다운 미스터리한 구조로, 뒤를 궁금하게 하는 이야기 흐름과 독자를 몰입하게 하는 호흡이 긴장감을 잘 유발하는 작품이었습니다. 그러나 여러 인물이 각자 시점에서 맞물려가는 과정의 세련미가 다소 부족하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중편부문 우수상인 <웃는 남자>는 용산참사를 비롯해 우리나라에 큰 상처가 되고 있는 철거민들의 모습을 과감하게 소재로 선택한 점이 눈에 띄었습니다. 소재의 무게에 걸맞게 힘 있는 연출과 능숙한 필력이 돋보이는 작품이었고, 이야기를 끌어가는 능력과 문장력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중성 면에서 독자에게 좀 더 영리하게 전달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점이 지적됐습니다.
웹툰부문 우수상 <파랑새 날다>는 그림과 연출에 들인 힘 면에서 나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벼랑 끝에 몰린 사람들의 심리와 표정을 그럴듯하게 묘사해 낸 점 등이 좋은 점수를 받을 만했지만 그림이 다소 예스럽고 개성이 부족한 점, 그리고 이야기가 조금 늘어진다는 점은 약점이었습니다.
이번 심사에서 심사위원들이 특히 중점을 두었던 점 중 하나는 ‘주간 신문의 지면 연재를 긴 시간 꾸준히 힘 있게 진행할 수 있는가’였으며, 나아가 ‘늘어지지 않는 전개와 구성을 보일 수 있는가’도 중요하게 보았습니다. 이러한 기준을 놓고 보았을 때 이번 응모작들에서는 부족한 점이 많이 노출되었습니다.
만화란 대중예술이기도 하지만 ‘대중문화상품’이기도 합니다. 독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그만큼 소재를 어떻게 전달하는가도 관건이며, ‘보이는’ 면과 ‘읽히는’ 면의 균형을 잘 잡는 점도 중요합니다. 이것이 뒷받침될 때 비로소 긴 지면 연재에서 독자들의 반응을 이끌어내며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번 공모전 응모작들에서는 이러한 부분들에서 균형이 안 맞거나 대중들에게 어떻게 읽힐까에 관한 고민이 부족한 점들이 적잖이 눈에 띄었습니다. 공모전에 응모하고자 하시는 분들은 자신이 원고를 내려는 연재 지면의 성격과 특성, 그리고 주 독자층이 누구인지를 면밀하게 살피고 그에 맞는 만화를 그려낼 수 있어야 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러한 지점을 환기하고자 심사위원들은 이번 공모전에서 대상 수상작을 내지 않고 그 상금을 내년에 열리는 ‘제4회 일요신문 만화공모전’의 상금에 합쳐 규모를 키우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습니다. 기본기를 갖추되 기발하면서도 현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을 만한 스타일을 갖춘 분들의 관심과 분발을 바랍니다.
옥고를 보내주신 모든 응모자들에게 감사 말씀을, 당선한 네 분께 축하 말씀을 전하며 제4회 일요신문 만화공모전에서 한층 더 알찬 작품들을 만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정리=서찬휘 만화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