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은 ‘관피아’의 폐해를 끊기 위한 개혁방안도 제시했다. 고위 공무원의 취업이력공시제도를 도입하고 퇴직 공직자의 취업제한 대상기관과 취업제한 기간을 대폭 늘리기로 했다. 과감한 사과와 대책들이다. 그러나 이것만 가지고는 안 된다. 향후 대책이 사고 발생에 대한 대비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사고 발생의 근본원인을 제거하는 내용은 부족하다. 나라 자체가 세월호를 닮았다.
첫째 세월호는 여객선을 마음대로 개조하고 화물과 승객을 과적했다. 나라는 윤리와 가치를 알고 탐욕과 비리를 과적했다. 둘째 선원들은 승객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들만 살겠다고 도망을 쳤다. 관료들은 국민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들의 이익만을 위해 추구한다. 셋째 세월호는 관리감독 기관과 업자들이 결탁하여 사고를 유발했다. 나라는 권력과 자본이 결탁하여 부실과 부패사회를 만들었다. 제2, 제3의 참사가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나라이다.
세월호 참사는 기본적으로 민관유착 비리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우리 경제는 사실상 관료들의 포로로 잡혀있다. 경제는 성장의 궤도에 들어서면 시장에 돌려줘 스스로 발전하는 체제를 갖춰야 한다. 그리하여 국민이 주인이 되어 투명한 감시체제를 갖추고 공정한 발전을 해야 한다. 우리나라 관료들이 고속성장에 공헌을 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갖가지 규제를 양산하여 경제를 결박했다. 그리고 점령군으로 권력을 누린다. 이런 상황에서 사회가 고속성장에 도취되어 기본과 원칙을 잃었다. 자연히 민관유착과 먹이사슬이 구조화하여 무슨 참사를 겪을지 모르는 위험한 구조가 되었다.
경제를 국민에게 돌려주는 규제개혁과 관피아 해체를 강력하게 추진해야 한다. 그리하여 국민이 혁신의 주체가 되어 사회 공공선을 중시하는 경제발전을 해야 한다. 여기서 일반규제는 풀되 안전관련 규제는 획기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정부개혁이 조직개편으로 끝나면 안 된다. 국민 위에 군림하는 정부가 아니라 국민에 봉사하는 정부로 개념을 바꿔야 한다. 퇴직 관료들의 낙하산 인사 금지는 필수적이다. 무엇보다도 이번 개각은 정부 운명이 걸린 사안이다. 올바르고 참신한 인사가 절실하다. 더 나아가 기업인의 역할과 책임을 철저하게 규명하여 반사회적 기업인들을 추방해야 한다. 또한 공동체의 이익을 위해 부정과 비리를 거부하는 국민의식도 함양해야 한다.
이와 같은 국가개혁을 추진하기 위해 국회, 정부, 민간이 참여하는 범국민 개혁기구의 설치가 필요하다. 이 기구에서 모든 이해관계를 배제하고 개혁안을 만들어야 한다. 개혁안의 올바른 실천을 위해 국회의 초당적인 협력이 필요함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이필상 서울대 초빙교수·전 고려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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