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천호 가나무역 사장 YTN=화면촬영 | ||
하지만 <일요신문>은 요르단과 두바이 등의 전화취재를 통해 김 사장의 형인 김비호 가나무역 회장에 대한 철저한 조사도 이루어져야 할 것임을 밝혀냈다. 이라크 소식에 정통한 요르단의 한 교민은 “김 회장이 동생 김 사장을 통해 김선일씨의 납치사건을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김 회장이 동생 김 사장에게 납치 사건 해결에 대한 조언을 해주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왜냐하면 김 회장이 김 사장의 군납 사업을 미군과 연결시켜 준 장본인이었기 때문에 그의 사업 안전을 위해서라도 이번 사건이 빨리 해결되기를 바랐을 것이기 때문. 김선일씨 피살 사건과 관련해 떠오르는 제3의 인물 김비호 가나무역 회장에 대한 미스터리를 집중 추적해보았다.
먼저 김천호 가나무역 사장은 63년생으로 올해 만 41세다. 비호씨는 49세로 김 사장의 둘째 형이라고 한다. 김천호 사장의 원적은 경남 함안 칠원으로 처 구아무개씨(35)와의 사이에 딸 둘을 두고 있다. 그는 정규 고교를 졸업하지 않고 고입 대입 검정고시를 통해 83년 부산의 D전문대학을 졸업했다. 85년에는 H출판사에 입사해 일을 한 경력이 있다. 그 뒤 형 김비호 회장의 사업을 도와주다가 이라크 전쟁이 일어나자마자 독자적으로 군납 사업을 시작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형인 김비호 가나무역 회장은 중동과 인연이 깊다. 그는 중동기독실업인연합회장을 맡아오면서 지난해 6월부터 이라크난민돕기 시민네트워크에 참여해 이라크 돕기 사업을 열성적으로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김선일씨가 실종되었을 때인 지난 6월17일 이라크 바스라의 아동병원을 방문해 매달 1천5백만원 상당의 산소 탱크를 공급하기로 해 한국 신문에 소개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열린우리당의 한 관계자는 “이라크에서 안전하게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현지 민심을 얻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구호활동은 인도적 목적과 함께 사업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다목적 포석인 셈”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한국에서 국방부와 관련된 일을 하다가 이라크에서 사업을 시작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라크 소식에 정통한 요르단의 한 교민은 “김 회장은 한국에 있을 때 국방부쪽과 일을 많이 했다고 들었다. 군납인지는 정확하게 모르겠는데 군과 관련한 라인이 많이 있는 것 같다고 들었다. 또한 이를 바탕으로 미군과도 교분을 쌓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군내의 폭 넓은 인맥을 바탕으로 동생 김천호 사장의 가나무역 군납사업도 미군에 연결시켜준 것으로 전해진다. 형의 배려 덕분에 김천호 사장도 중동에서 꽤 오랫동안 사업을 할 수 있었던 것.
또한 김 회장은 경호사업도 크게 하려고 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쿠웨이트에서 2년 뒤 커다란 국제 스포츠 대회가 열리는데 이에 맞추어 경호사업 용역을 딸 계획을 세웠다고 알려진다. 김비호 회장이 군의 인맥을 바탕으로 중동 다른 지역에서 미군 군납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한편 김 사장측은 자신이 미군에 군납 사업을 독점적으로 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치안이 극도로 불안한 상황에서 목숨을 무릅쓰고 군납을 하려는 기업이 없었기 때문에 우리가 미군에 독점적으로 납품할 수가 있었다”라고 밝혔다. 미군과의 인맥 때문이 아니라 자신이 노력한 끝에 군납을 따낸 것이라는 설명이다.
김 사장이 어떻게 미군에 군납을 할 수 있었는지는 중요한 문제다. 만약 형 김비호 회장의 소개로 이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다면 지금까지 알려진 것보다 김 사장과 미군의 관계가 훨씬 가까웠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 김선일씨 납치 사건도 이런 사적인 ‘끈’을 이용해 얼마든지 미군에 사건 초기에 ‘비밀스럽게’ 알렸을 가능성이 크다. 미군이 김선일씨 사건을 초기에 알았을 가능성을 더욱 높여주는 대목이다.
하지만 김씨의 말대로 자신의 노력 끝에 ‘오더’를 따낸 것이라면 미군과의 관계도 사무적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어차피 부하 직원의 실종에 대해서도 미군에 크게 기대려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김천호 사장이 어떻게 미군에 독점적으로 군납을 할 수 있었는지가 이번 사건의 의혹을 규명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김비호 회장은 현재 아랍에미리트(UAE)의 두바이에서 건강관련 기구 판매사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두바이의 한인 교회에서 장로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우리 언론에 알려져 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두바이의 한 교민은 김 회장에 대해 “한인교회에서 그를 본 사람은 없다. 장로도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지난해 초 이라크 사업을 동생 김 사장에게 넘기고 두바이로 왔다고 전해진다. 그는 두바이의 알물라 프라자 쇼핑몰에서 ‘세라젬월드’라는 건강관련 기구 숍을 열었다고 한다. 사업 규모는 그리 크지 않다고 한다. 두바이의 한 교민은 이에 대해 “김 회장은 3만~4만달러(3천6백만~4천8백만원) 정도의 가게 렌트비와 스폰서비 5천~6천달러(6백만~7백만원)를 합쳐 1년에 약 4천만~5천만원 정도를 낸다. 이것도 연 3~4회 정도 나누어 내기 때문에 별 부담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이 교민 관계자는 김 회장이 한인회에 거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라고 전한다. 그는 “김비호씨가 워낙 조용히 살고 있었기 때문에 여기에 있는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런데 이 사건이 나는 바람에 그 사람과 이름이 비슷하니까 몇 사람 정도는 알게 되었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 관계자는 김 회장이 자신의 신분을 한인사회에 드러내지 않는 것에 대해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뭔가 말못할 사정이 있을 수도 있지 않겠나”라고 덧붙였다.
그런데 요르단의 한 교민 관계자는 ‘형 김비호 회장이 김선일씨 납치 사건이 발생했을 때 이를 미리 알고 있었던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먼저 김 사장 사업은 형 김 회장과 밀접한 관계가 있었기 때문에 어떤 일이 생기면 가장 먼저 김 사장이 같은 중동 지역에 있는 형을 찾았을 것이라는 것은 당연한 얘기다. 또한 이 과정에서 김 회장이 동생에게 김선일씨 피랍 사건에 대한 조언을 해주었을 개연성은 충분하다. 동생 사업의 성공이 곧 자신의 성공과 직결되기 때문에 사건의 원만한 해결을 바랐기 때문일 수도 있다.
김선일씨 피살과 관련해 김천호 사장의 행적에 대해서만 초점이 맞추어져 있지만 이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보다 확실하게 규명하기 위해서는 형인 김비호 회장에 대한 조사도 철저하게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