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복부인들 ‘제주땅 싹쓸이’ 경계령
대우건설이 짓고 있는 주상복합 ‘용산푸르지오 써밋’은 모델하우스에서 직접 외국인들에게 프레젠테이션까지 해주고 있다. 임준선 기자
1998년 외환위기를 겪은 직후인 2000년대 들어서는 복부인들이 내놓은 자리를 미국의 ‘스미스’, 일본의 ‘와다나베 부인’들이 금융투자와 연계해 조금씩 차지하는가 싶더니, 2010년부터는 ‘다마’의 활약상이 커지고 있다.
외국자본의 한국 부동산 투자는 최근에 나타난 새로운 현상은 아니다. 다만 그동안은 대규모 개발사업에 거대자금을 투자하는 형태였다면 최근에는 개발사업뿐 아니라 소규모 수익형 부동산 투자까지 범위가 넓어졌다는 것이 특징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외국인의 국내 토지 소유면적은 2억 2593만㎡로 국토면적 10억 188㎢의 0.2%를 차지하고 있다.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32조 4424억 원 규모다. 전년도인 2012년과 비교하면 소유 토지 수는 8만 5581필지에서 9만 1056필지로 6.4% 증가했고, 토지가액도 892억 원 늘었다. 제주도는 지난 한 해 동안 11.9% 증가했다. 제주 센트럴시티의 경우 전체 객실 중 20%가 중국계 등 외국인에게 팔렸다.
외국인이 보유한 토지 가운데 중국 법인과 개인이 2012~2013, 2년 동안 사들인 우리나라 땅은 총 6489필지, 300만㎡에 이른다. 이는 여의도 면적(290만㎡)과 맞먹는 규모다. 특히 제주도의 경우 지난해 말 기준 18개 제주지역 외국인 투자유치 사업(총 사업비 7조 3282억 원) 가운데 13개 사업(4조 6849억 원)이 중국 자본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제주도뿐 아니라 서울과 부산, 또 영종도 송도 등 중국과 가까운 인천경제자유구역에 투자하는 중국인들도 늘고 있다. 중국 랑룬그룹은 영종도 미단시티 서쪽에 대형 쇼핑몰과 중국식 리조트를 건설할 계획이며 뤼디그룹은 삼성동 한국전력 부지 매입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부산 해운대 주상복합과 오피스텔, 송도센트럴파크 푸르지오시티 등이 중국과 미국 재미교포 등에 팔렸다.
중국계 다마들이 국내 부동산 투자에 적극 진출한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우선 ‘부동산투자이민제’ 영향이 크다. 외국인이 우리나라 콘도, 호텔, 펜션, 별장, 리조트 등 휴양 시설에 5억 원 이상 투자하면 5년 뒤 영주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4월 “투자이민제 투자금액을 낮추고, 대상도 미분양 주택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중국 내부사정도 한몫한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 정부가 투자규제를 강화한데다 최근 부동산시장 거품이 꺼지면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부호들이 한국으로 눈길을 돌렸다는 것이다. 홍콩과 중국 등지의 금융회사들이 최근 한국의 부동산 개발 사업에 자금을 펀딩하는 PF(프로젝트 파이낸싱)에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국내에 중국인을 포함한 외국 관광객 수가 급증한 것도 주요 원인이다. 한국에 들어온 자국인들을 대상으로 숙박 등의 영업을 직접 하려는 투자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관광공사와 안전행정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를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총 1217만 6000명이다. 또 우리나라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은 144만 5000여 명이다. 이는 광주광역시 주민 수에 육박하는 규모다.
이 가운데 중국인 관광객 수는 지난 한 해 440만 명으로 전년 대비 52%나 늘었다. 올 1분기(1~3월)에도 우리나라를 찾은 중국인 관광객은 104만 6771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4.9%나 증가했다. 1분기 전체 외국인 관광객 286만 852명 중 36.5%에 달한다. 부동산디벨로퍼협회 관계자는 “중국인들이 자국의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직접 숙박이나 음식업 등의 영업을 하기 위해 부동산을 직접 개발하거나 매입하려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계 다마 등 외국인들의 부동산 투자 붐이 확산되자 주택업계도 이들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해외에 전담 마케팅팀을 꾸리는가 하면 모델하우스에선 다양한 언어로 분양상담을 실시하고 있다. 또 외국인의 한국 정착을 위한 다양한 입주 지원 서비스를 마련하는 등 제공하는 혜택도 늘고 있다.
대우건설이 짓고 있는 주상복합 ‘용산푸르지오 써밋’은 모델하우스에서 직접 외국인들에게 프레젠테이션까지 해주고 있다. 육근환 분양소장은 “용산은 외국인 전용 고급 임대아파트가 있을 정도로 외국인들이 많고 관심도 크다”며 “처음부터 외국인을 겨냥해 마케팅 계획을 세웠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중국계 자본의 국내 부동산 투자 급증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는 시각도 있다. 이들이 갑자기 투자 자금을 회수하거나 부동산을 매각할 경우 국내 부동산시장에 타격을 줄 수 있어서다. 이에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말 제주도는 부동산투자이민자 자격이 주어지는 투자금액을 5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상향조정하는 안을 정부에 건의하기도 했다. 김동욱 제주대 교수는 “부동산 투자이민제 시행으로 중국 자본의 투자가 최근 2~3년 새 부쩍 늘면서 도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며 “제주도의 경우 중국인 투자에 대한 속도조절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정수영 이데일리 기자 grassdew@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