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비밀이 고스란히 가족에게? 상상하기도 싫은 일”
일반적인 디지털 유산은 민법이 아니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에 관한 법률’, 통신비밀보호법 등 특별법 영역에서 다뤄질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계정 보유자가 사망한 뒤 상속권자가 정당한 ‘접근권한자’가 될 수 있는지, 고인이 이메일 등에 남긴 정보가 보호받아야 할 ‘비밀’에 해당되는지 등 논란을 부를 요소가 한둘이 아니다. 사전에 디지털 유산의 처리에 대한 법적인 준거나 판단 근거를 마련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과연 트위터리안은 디지털 유산의 처리 방안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기본적으로 SNS는 ‘타인과의 소통’을 대전제로 삼고 있다. 트위터리안이라면 ‘디지털 유산 공개’에 ‘대범한’ 모습을 보일 법도 하다. 그러나 의외로 많은 이들이 디지털 유산의 유족 공개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dud****는 “개인적인 글, 대화들이 고스란히 가족에게 전달된다는 건 상상하기도 싫다”면서 “디지털 유산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비밀로 보호되어야 한다”고 적었다. mas****도 “디지털 유산 중에는 현실의 나와는 다른 내 모습이 투영된 것들이 많다”며 “굳이 그런 면면까지 가족에게 공개할 필요가 있느냐”고 물었다. spe****는 “이메일과 SNS는 또 하나의 삶의 영역이고, 그중 상당 부분은 프라이버시에 해당된다”며 “단순히 법적 상속자라는 이유로 나만의 비밀을 들여다보게 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한 걸음 더 나아가 udi****는 “계정 명의자가 동의할 경우 사후에 메일 내용 등을 삭제해주는 서비스도 필요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반면 상대적으로 소수이긴 하나 ‘유가족이 부모라면 적어도 디지털 유산의 열람 정도는 허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mor****는 “갑자기 떠난 아들딸이 어떤 마음으로 살았는지, 어떤 일에 행복해 했고, 또 어떤 일에 가슴 아팠는지 부모라면 간절히 알고 싶지 않겠느냐”며 “단지 ‘비밀 보호’라는 이유만으로 그 문을 닫아버리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고 적었다.
그렇다면 디지털 유산을 어떻게 처리하는 것이 좋을까. 사전에 ‘사후 공개 여부’ ‘공개 대상’ 등을 미리 정해놓도록 하자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aco****는 “디지털 계정을 만들 때 상속권자, 공개 여부 및 공개 범위 등 항목을 따로 정해 동의 절차를 밟는다면 문제될 것”이라며 “이를 위한 관련 법 규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you****는 “고인이 된 연예인 미니홈피에 악플이 달려 관계자가 삭제를 부탁했더니, 해당 운영자로부터 ‘본인이 아니면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들었다는 웃지 못할 얘기가 있다”며 “유사시를 대비해 디지털 유산 ‘접근권’에 대한 사전 체크 등의 절차가 꼭 필요한 것 같다”고 적었다.
한 트위터리안은 디지털 유산을 놓고 이런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떠난 자의 잊힐 권리와 남은 자의 추억할 권리, 둘 중에 과연 어느 쪽이 더 절실한 권리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