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과 판타지 사이 스펙터클하지만 지루한 건 왜?
@ 영화 정보
성경 내용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영화지만 오히려 기독교계의 반응은 탐탁지 않았다. 심지어 반기독교적인 영화라는 반응이 더 많았을 정도다. 가장 큰 이유는 성경과는 다른 영화 내용 때문이다.
성경과 가장 다른 부분은 방주에 탄 인간들이다. 성경에는 방주에 노아(러셀 크로 분)와 그의 아내 나메(제니퍼 코넬리 분), 세 명의 아들과 그들의 아내들까지 모두 여덟 명이 탔다고 기록이 돼 있다. 반면 영화 <노아>에는 노아와 그의 아내, 큰 아들 셈(더글라스 부스 분)과 그의 아내 일라(엠마 왓슨 분), 그리고 둘째와 셋째 아들 함(로건 레먼 분)과 야벳 등이 탄다.
그리고 대홍수가 시작되자 두발가인(레이 윈스턴 분)이 창문을 통해 방주에 몰래 탄다. 두발가인은 하나님의 말씀을 어기고 타락한 인간 종족의 우두머리로 노아의 가족을 괴롭히던 인물이다. 그리고 셈의 아내가 쌍둥이를 잉태하고 있었으니 성경처럼 방주 탑승 인원은 모두 여덟 명이 되긴 한다. 두발가인은 방주에서 사망하므로 대홍수 이후 새로운 인류의 기원은 나머지 일곱 명이다.
이런 부분은 영화의 갈등 구조를 높이기 위한 장치로 풀이된다. 악역인 두발가인이 대홍수 이후 방주에서도 살아남아 있어야만 영화가 끝까지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짝 없이 방주에 올라 고뇌하는 둘째 아들 함 역시 영화의 주된 갈등 구조를 만든다. 부상을 입은 두발가인을 함이 돕는 까닭 역시 여기에 있다.
영화 <노아>의 내용대로라면 상황이 복잡해진다. 대홍수 이후 살아남은 이들은 노아와 그의 아내, 셈과 그의 아내, 함과 야벳, 그리고 셈의 쌍둥이 딸만 남는다. 성경처럼 네 쌍의 부부가 아닌 터라 인류를 새롭게 번성시키는 과정이 복잡해진다. 셈의 쌍둥이 딸이 삼촌인 함과 야벳의 부인이 돼야 인류 번성이 가능해지는 셈이다.
그럼에도 감독이 이런 복잡한 설정을 야기하면서까지 성경과 다른 줄거리를 끌고 나간 데에는 결정적인 이유가 있다. 여기에는 단순히 영화에 갈등 구조나 판타지를 주입하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바로 인간 노아의 고뇌다.
노아는 대홍수라는 하나님의 계시를 인류의 멸종으로 이해한다. 자신과 가족이 방주를 만드는 까닭은 단지 동물들을 보호해서 대홍수 이후의 세상을 살아가게 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인간은 나약하고 타락한 존재이므로 대홍수 이후에는 지구에서 인류가 사라져야 한다고 믿는다.
큰 아들 셈의 아내 일라는 어린 시절 입은 상처로 임신을 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남은 두 아들을 결혼시키지 않으면 더 이상 후손을 만들 수가 없어 결국 인류는 멸망한다. 형처럼 부인을 얻어 결혼하고 싶은 셈과 노아가 거듭된 갈등을 겪은 까닭 역시 여기에 있다. 일라가 기적적으로 임신하자 노아는 태아가 남자일 경우 살려두고 딸일 경우 태어나자마자 죽이겠다고 말한다. 딸, 다시 말해 여성은 새로운 인류를 번성시킬 수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이 부분에서 노아는 큰 아들 셈과 그의 아내 일라와도 갈등을 겪는다.
기독교계에서는 이 부분 역시 문제 삼고 있다. 성경은 노아를 ‘의인이요 당대에 완전한 자’라고 묘사하고 있다. 그렇지만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은 노아의 인간적인 면모를 강조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 추천 초이스 기준 : 반기독교적인 영화? 오히려 성경에 더 다가가고자 한다면 클릭
기자는 오히려 기독교 신자들에게 이 영화를 추천한다. 영화를 본 뒤 성경에 나오는 노아의 방주 이야기를 다시 찾아보게 된다면 한 단계 더 성경에 다가갈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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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으로 재미있는 영화는 아니다. 거대한 방주를 만드는 과정이나 대홍수 장면은 스펙터클하지만 영화는 주로 노아의 고뇌를 그리고 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