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보희 전 한국문화재단 이사장(73)에게 7월16일 사기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박 전 이사장은 선화학원 이사장, 세계일보 사장, 남북통일지도자총연합회 회장, 금강산국제그룹 회장 등을 역임한 통일교 재단의 2인자로 알려진 인물이다. 지난 94년 7월 세계일보 사장 재직 당시 김일성 북한 주석 장례식 참석을 위해 비밀리에 북한을 다녀와 한동안 논란을 빚기도 했다.
박 전 이사장은 부동산 개발업자로부터 (주)일화의 구리 공장 부지에 아파트를 짓게 해주겠다며 계약금 20억원을 건네받고 소유권 이전을 시켜주지 않은 혐의로 지난 3월부터 검찰 조사를 받아왔다. 검찰이 4개월여 간의 내사 끝에 최근 구속 영장을 청구하면서 박 전 이사장이 통일교 재단 소유의 재산 매각을 빌미로 거액의 돈을 모은 ‘내막’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박 전 이사장이 검찰 조사에서 “1천억원대 재단 기금을 마련하려다 일이 어렵게 됐다”는 진술을 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1천억원대 프로젝트의 실체와 문선명 통일교 재단 총재가 박 전 이사장에게 직접 모금을 지시했는지 여부도 새로운 쟁점 사항으로 떠오르고 있다.
박 전 이사장에게 사기를 당했다며 그를 고소한 부동산 업자는 M기업의 임아무개씨와 C개발회사의 양아무개씨. 동업 관계인 이들은 “정리회사인 일화 소유의 구리시 수택동 본사 및 공장부지 등 총 9필지의 소유권 이전 등기를 넘겨받는 조건으로 박씨와 계약을 체결하고 1차 계약금 20억원을 지불했으나, 1월30일 박씨가 소유권 이전 등기를 넘겨주는 것을 미루고, 계약 위반 손해배상금으로 합의한 40억원도 지급하지 않았다”며 검찰에 고소장을 접수시켰다.
양씨는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최초 지난해 12월8일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1월30일 가등기를 완료해 주기로 했으나 해외출장 등의 핑계를 대며 계속 미뤄왔다. 박 전 이사장은 매매계약 당시 자신이 통일교 제2인자로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으므로 소유권 이전이나 가등기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했다. 그러나 2월4일 가등기 계약 연기를 합의했다는 ‘허위 내용’이 기재된 연기확인서를 받아보고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양씨 등은 그후 계약 불이행에 따른 위약 배상금을 요구했고, 박 전 이사장은 3월10일까지 계약금의 배액인 40억원을 주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박 전 이사장이 6차 약속일로 정한 3월22일까지도 약속을 이행치 않자 양씨 측은 서울 동부지검에 고소장을 접수시켰다.
양씨 측은 고소장을 접수하면서 토지매매계약서 및 지급 수표 사본, 박 전 이사장이 계약금 20억원을 받고 서명한 영수증, 양측의 미팅 녹화 테이프, 계약 연기 확인서 사본, 약속어음 공증증서 및 지불각서 등을 검찰에 제출했다.
이에 법원은 지난 7월19일 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박 전 이사장이 정신적인 충격으로 병원에 입원함에 따라 심사를 연기한 상황이다.
한편 고소인측은 박씨가 문 총재의 관련설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문 총재와 ‘위장 결별’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박 전 이사장은 고소를 당한 직후인 4월 명예퇴직 수순을 밟고 한국문화재단 이사장직에서 물러났다.
양씨 등은 “박 전 이사장이 부동산 매매 계약과 약속어음 금액 지급 연기 과정에서 ‘문 총재의 재가가 있었다’고 말했고, 여러 가지 설명과 정황상으로 볼 때 문 총재의 대리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였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들은 박 전 이사장이 매매하고자 했던 부동산은 주무관청의 허가를 얻어 법인정관을 변경해야 하는 재단법인의 부동산임과 동시에, ‘세계기독교통일신령협회’등 각 교회 소속 교인들의 공동소유 부동산이라는 점에서 박씨가 아무리 재단의 2인자라고 하나 독자적으로 계약을 성사시키는 것은 무리가 있지 않느냐고 항변했다. 또 고소인측은 박 전 이사장이 모든 개인 자산을 사전에 정리한 듯 현재 재산이 전무하다는 점도 이 같은 의혹을 부추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박 전 이사장측의 한 관계자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조심스럽게 “통일교와 관련한 모든 재산은 특정 개인이나 단체의 명의로 되어 있지만 문 총재의 허가 없이는 1cm도 벗어 날 수 없다. 그러나 문 총재와 박 전 이사장은 사돈지간이자 50년을 함께 해온 특수한 관계다. 박 전 이사장은 국내외 부동산 거래를 할 때마다 일일이 문 총재에게 보고하지 않고도 업무 처리에 대한 일정한 권한을 갖고 있다”며 고소인 측의 주장에 맞섰다.
한국문화재단과 통일교 재단 측은 “박 전 이사장은 지난 4월 명예 퇴직한 상태이기 때문에 우리와는 관련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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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기사 ( 2024.12.13 10: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