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의 신원이 드러날까봐 지문까지 잘라낼 정도로 완전범죄를 꾀했던 유영철은 어떻게 해서 꼬리를 잡히게 된 것일까. 경찰은 신촌의 보도방(출장마사지) 업주가 ‘같은 번호로 전화를 거는 남자에게 여자들을 보낼 때마다 연이어 사라지는 것이 이상하다’고 신고해 수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당시 유씨가 사용한 전화는 이른바 ‘대포폰’이었다. 자신의 신원을 감추기 위해 명의불상의 휴대전화를 구입해 사용했던 것. 그토록 용의주도했던 그가 왜 같은 업주에게 재차 여자를 보내달라고 전화하는 실수를 저질렀던 걸까.
이는 유씨가 미처 출장안마사를 보내주는 보도방 업계의 생리를 미처 몰랐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유씨는 길거리의 출장마사지 선전 명함들을 보고 전화로 범행 대상인 여성들을 불러냈다. 그는 서로 다른 업소에 전화를 했다고 믿고 있었지만 그 전화를 받은 보도방들은 서로 연락망을 공유하는 일종의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를 미처 몰랐던 유씨는 검거 후 자신의 실수에 대해 “천추의 한”이라고 말했다. 보도방 여성들이 너무 쉽게 자신의 유인에 넘어오자 자만심에 빠진 나머지 조심성이 없어졌던 것.
출장 윤락업에 종사하는 여성들은 항상 도주나 폭행의 우려가 있기 때문에 속칭 ‘로드매니저’라는 사람들이 일일이 주변을 감시를 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렇다면 왜 이들 업주들은 휘하의 여성들이 하나둘 ‘실종’돼도 손을 못 썼던 걸까.
이는 이들 업주들이 일반적인 보도방과는 다른 특이한 방식으로 영업을 해 왔기 때문이었다. 보통 보도방은 사무실을 하나 두고 영업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인근 단란주점 노래방 등에서 도우미를 보내달라는 요청이 오면 즉각 보내주기 위해 도우미들이 대기할 장소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출장 안마도 보통의 경우에는 보도방을 차려놓고 영업을 한다. 안마시술소는 시설투자에 비용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웬만큼 돈이 많지 않고서는 영업을 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출장 안마의 경우는 사무실 임대비용만 있으면 영업이 가능하기 때문에 쉽게 시작할 수 있다. 때문에 보도방을 이용한 출장안마가 성행하고 있는 것.
그러나 유씨 사건의 보도방 업주들은 사무실 없이 전화만으로 영업을 해오고 있었다. 서로의 위치를 파악하고 있다가 전화가 오면 ‘주문’한 사람과 가장 가까운 위치의 여성을 수배해서 내보냈던 것이다.
이럴 경우 전단지 인쇄비용 이외에 사무실 운영비 등의 제반 운영비용을 쓰지 않고도 쉽게 영업을 시작할 수 있다. 여성들도 특정한 곳에 매여 있지 않기 때문에 선불금이나 결근비 등의 돈을 떼이지 않고 자유롭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게다가 다른 유흥업종에 비해 비교적 수월하게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에 일할 여성들도 쉽게 구할 수가 있다.
그런 까닭에 업주들은 자신들이 데리고 있는 여성들에 대한 감시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 유영철은 이런 점을 이용해 출장안마 여성들을 집중적으로 노렸던 것으로 보인다. 유씨는 경찰에서 자신의 전처와 최근 사귄 동거녀 둘 다 출장안마 일을 했었다고 밝혔다. 때문에 유씨는 출장안마사의 세계를 어느 정도 꿰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유씨가 간과한 것은 몇몇 지역의 출장안마 업주들이 서로 일종의 ‘카르텔’을 맺고 있었다는 점이다. 한 사람이 넓은 지역을 커버하기에는 벅차기 때문에 서로 연락망을 두고 가까이에 있는 여성들을 그때그때 상황에 맞춰 보내주었던 것.
유씨는 서로 다른 업소에 전화를 했다고 믿고 있었으나 사실은 같은 업소에 전화를 한 셈이었다. 유씨로부터 전화가 와서 보낸 여성들마다 행방불명이 되니까 업주들은 이를 수상히 여기고 기동수사대에 신고를 한 것이다. 만약 업주들의 ‘카르텔’이 없었더라면 지금까지도 유영철은 누군가의 목숨을 노리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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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기사 ( 2024.11.18 01: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