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연예인 야구 홍일점 ’라바’ 이윤아 SBS 아나운서
지난 9일 “다문화 가정과 함께하는” 제6회 한스타 연예인 야구대회가 경기 양주시 백석생활체육공원에서 개막했다.
이날 ‘라바’와 ‘이기스’의 개막 경기에 여성 최초로 연예인 야구 선수로 참가하는 이윤아 아나운서가 ‘라바’ 소속 1번 타자로 선발 출전했다.
인터뷰에서 이윤아 아나운서는 지난 2013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LG와 두산 4차전 경기 후 SNS로 물의를 빚은 바 있어 야구하기가 조심스럽다며 말문을 열었다.
-지난해 LG가 한국시리즈 진출에 실패하자 SNS에 심경을 담은 글을 올려 많은 논란이 일었다.
“먼저 타팀 팬들께 죄송하다. 내가 한 말이 큰 파장을 불러일으킬 지 몰랐다. 팬들의 야구에 대한 열기가 뜨겁다는 걸 뒤늦게 알았다. 야구를 게임으로 안 보고 한 선수의 스토리까지 다 아니까 기분이 울컥했다. 그래서 감정이입이 너무 격해져 본의 아니게 LG 선수들, LG 팬들께 폐를 끼쳐 죄송했다. 반성 많이 했다. 회사 측에 야구 때문에 구설에 오른 적이 있는데, 야구를 해도 되겠냐고 물었더니 SNS만 하지 말라고 하더라. (웃음)”
사진 설명=당시 논란이 된 이윤아 트위터
당시 멘션이 논란이 되자 이윤아 아나운서는 사과의 글을 올렸다
-언제부터 야구에 관심을 가졌나.
“처음에는 ‘포수 뒤 심판을 보고 같은 팀인데 왜 안 친하지?’라는 생각을 했을 정도의 초짜였다. 안경현 SBS 야구해설위원과 야구 프로그램을 3~4년 해오면서 배웠다. 갑작스레 맡게 되면서 공부를 하게 됐고, 직접 해보자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기회가 닿았다.”
-남자들이 주를 이루는 연예인 야구대회의 첫 여성 선수다.
“많이 떨린다. 연습경기 때 공을 맞아서 많이 아팠다. 상대팀 투수가 제구가 안 되서 천천히 던지려다 빈 볼이 나와 내게 미안해하시더라. 서로 미안해하지 않고, 안 다치고 좋은 분들과 오래 경기를 뛰고 싶다.”
-‘라바’ 팀에 입단하게 된 계기는.
“지난 3월부터 SBS 교양프로그램 <세상에 이런 일이>를 진행한다. 같은 MC인 변기수 씨가 라바 자랑을 많이 했다. 변기수 씨가 야구 이야기를 하면서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한 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부탁드렸더니 기회를 주셨다. 현재 변기수 씨는 라바 감독이다. 일종의 낙하산이라고 할 수 있겠다. (웃음)”
-야구 연습할 때 팀원들이 여자라고 봐주지 않나.
“처음에는 여자니까 봐줄 수도 있는데, 상대팀과 우리팀에도 게임이 안 될 수 있어 서로 미안해한다. 그래서 내가 더 연습을 해야 한다. 오늘(지난 9일)은 지명타자로 출전하는데, 다음 경기부터는 야수로 뛰기 위해 노력하겠다.”
-주 포지션은 어디인가.
“아직은 공이 많이 안 오는 우익수가 주 포지션이 될 것 같다. 외야는 발이 빨라야 하는 것도 있지만, 공을 잡고 중계를 하는 역할이라 내야수보다 마음이 편하다. 야구 경기를 볼 때는 쉬워 보였는데, 막상 하려니까 공을 어디로 던져야 할지 모르겠다. 경기를 뛰어보니 ‘야구라는 운동은 똑똑하지 않으면 못 하겠구나’라고 느꼈다.”
-아나운서로서 친분 있는 야구선수는 없는가.
“선수들 만날 기회가 없다. 대신 김재현·김정준 SBS 야구해설위원과 많이 만난다. 특히 안경현 해설위원은 직장 동료이자 학교 선후배로 호형호제 하는 사이다. 해설위원 분들은 내가 야구를 잘 몰라서 방송에서 아는 척 하지 않는 점과, 모르거나 궁금한 것을 많이 묻는 모습을 예뻐해 주는 것 같다.”
-평소 야구연습은 어떻게 하는가.
“방송을 아침과 새벽에 했는데 지금은 많지 않다. 그래서 평일 한 번, 주말에 두 번을 했는데, 생활 리듬이 깨지고 햄스트링까지 왔다. 몸을 충분히 풀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근육을 쓰는 바람에 병원까지 갔다. 더블헤더는 힘들다는 것을 깨닫고, 지금은 평일 한 번 주말에 한 번 경기에 참여한다.”
-야구를 보는 것과 하는 것 중 재미있는 것은 뭔가.
“백 배, 천 배 하는 게 재밌다. 요즘 야구뉴스 큰 이슈만 알지, 야구를 보지 못한다. 볼 시간에 하러가야지 하는 생각이 든다. 볼 때는 ‘왜 저걸 못 잡아?’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하니까 공이 쏜살같이 달려와 무섭다. 야구를 하면서 야구 간단치 않다고 많이 느낀다. 처음에는 남자들과 나도 한 번 해 볼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일이 점점 커지고 있는 것 같다.”
-여자야구도 활성화 되지 않았나.
“그렇지 않아도 투수가 하고 싶어서 여자야구팀을 알아봤다. 알아봤더니 ‘블랙펄스’(여자 사회인 야구리그 1등 팀) 같은 경우 10주간의 교육을 통과해야 엔트리에 들어갈까 말까다. 여자 야구단 선수들도 열정이 대단하다. 휴가를 내고 지방 원정까지 가서 게임을 뛴다. 아직 내가 기초체력이 부족해 올 시즌 남자들과 뛰면서 체력을 키우고 내년에 몸이 만들어 지면 투수로 뛰고 싶다.”
-야구를 하다가 재미있다고 느낀 순간은.
“처음에는 남의 배트를 사용하니까 내 몸에 안 맞아서 손목을 다쳤다. 그래서 유소년 초경량 배트를 구입했다. 장비도 나한테 맞는 것을 쓰니까 재미있다. 또 어느 순간 볼과 스트라이크를 판단하게 되고, 하나하나 야구를 알게 되며 실력이 늘어가는 맛이 좋다. 스포츠를 하면서 순수해지는 것 같다. 마치 어린아이가 걸음마를 떼면 주위 사람들이 칭찬해주고 행복해 하는 것처럼, 내가 안타를 치면 팀원들이 칭찬해주니까 내가 언제 이런 사람들과 같이 운동할 수 있을까하며 행복하다. 물론 남자 선수들이 배려를 해주는 부분도 있다.”
-연예인팀이 꽤 많다. 왜 연예인들이 야구를 즐긴다고 생각하나.
“다들 직장이 있겠지만 나 같은 경우 방송 일을 하니까 업무에서 성과가 바로 나오지 않아 도태되는 부분이 있다. 그래서 몸과 마음이 지칠 때가 있다. 반면 야구는 승패가 확실한 게임으로 몇 시간 안에 승부가 난다. 또한 내가 노력한 만큼 성적이 나오니까 스트레스도 풀리고 힐링이 되는 것 같다.”
이날 경기에서 이윤아 아나운서는 첫 타석에서 삼진을 당했지만, 두 번째 타석에서는 볼넷으로 출루했다. 이후 이윤아 타석은 최우석이 이어 받았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