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위)박명환 의원, 이훈평 의원, (왼쪽아래)박주선 의원, 이상수 의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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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예비 선량들’이 많다 보니, 각양각색의 이색 후보자들도 자연히 눈에 많이 띈다. 영어의 몸으로도 금배지를 달겠다는 의지를 불사르는 ‘구치소 의원들’과 전직 대통령 집안의 사람들, 여야의 최연소 여성후보들, 동시에 출마한 부부·부자·형제·자매 후보들 등등. 자신의 모든 것을 ‘올인’하고 있는 이들 이색 후보는 과연 얼마나 선전할까. 이들의 당선 가능성을 점쳐보는 것도 이번 총선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다.
불법 대선자금 수수나 개인비리 혐의 등으로 구속 수감된 여야 의원 16명 가운데 5명이 ‘옥중출마’할 것으로 확인됐다. 구속된 한나라당 의원 8명 가운데 박명환·박주천 의원이 출마 의사를 밝혔다. 민주당은 구속된 3명 가운데 이훈평 의원이, 열린우리당도 4명 중 이상수 의원이 “명예회복 하겠다”며 출사표를 던졌다. 또한 지난 19일 민주당을 탈당한 박주선 의원도 무소속으로 재선에 나설 예정이다.
한나라당 박명환 의원(서울 마포갑)은 서울구치소에 면회 온 보좌진에게 “1심 판결이 어떻게 나더라도 반드시 출마할 것”이라며 “당선 가능성보다는 내가 억울하다는 것을 지역주민들에게 알리고 싶다”는 말을 반복하고 있다고. 한나라당은 마포갑에 신영섭 전 <한국경제> 논설위원을 공천한 상태다.
박 의원의 인근 지역구인 마포을의 박주천 의원도 이미 ‘옥중출마’ 뜻을 굳히고 보좌진과 가족들이 ‘물밑 선거운동’에 나선 상태. 박 의원측 관계자는 “신뢰할 수 있는 기관의 여론조사 결과 의원님이 1위로 나왔다”며 “무소속 돌풍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박 의원측은 이미 총선 공약과 선거 홍보물 등의 준비를 마쳤으며, 선거운동원 교육까지 완료했다고 전했다.
지난 1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민주당 이훈평 의원(서울 관악갑)도 ‘옥중출마’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 민주당은 서울 관악갑 공천을 이 의원의 1심 판결일인 26일 이후로 연기한 상태다. 이 의원의 한 측근은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으면 당연히 민주당 깃발을 들고 선거에 나갈 것”이라면서 “설사 유죄 판결이 나더라도 무소속 출마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지역에는 한나라당 김성식 제2정책조정위원장과 열린우리당 유기홍 후보 등이 공천 확정됐다.
지난 19일 민주당을 탈당한 박주선 의원은 전남 보성·고흥에서 무소속으로 옥중 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민주당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박상천 전 대표와 열린우리당 신중식 전 국정홍보처장 등과 경합을 벌이게 된다. 박 의원측은 “민주당은 기득권 안주와 정체성 상실로 좌초돼 극히 위험스런 상황에 처해 있다”며 “고흥 출신인 박상천 의원과 신중식 후보가 표를 나눠 가지면 보성 출신인 박 의원에게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자신했다.
불법 대선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이상수 열린우리당 의원(서울 중랑갑)도 출마할 뜻을 분명히 했다. 지난 19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이 의원이 “대통령을 도와 일하기 위해 총선에 나가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던 것.
이 의원의 측근은 “의원님은 면회 갈 때마다 ‘의원직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뜻을 전했다”고 말하면서도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더라도 지역주민들이 연대서명을 통해 출마를 원한다면 출마할 것”이라고 밝혀, 법원 판결에 상관없이 출마할 뜻임을 강하게 시사했다.
열린우리당은 22일 현재 이 지역 공천을 확정하지 않은 상태. 한나라당의 경우 건축가 곽영훈씨를, 민주당은 김봉섭 전 대한체육회 사무총장을 공천했다.
이번 선거에서도 전직 대통령의 아들과 친인척뿐 아니라 측근들도 잇따라 출사표를 던져 총선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장남인 김홍일 민주당 의원은 비례대표(전국구)로 전환해 3선에 도전한다. 김 의원은 지난 1월20일 민주당을 탈당했다가 12일 만에 복당했다. 그리고 2월엔 96년 권노갑 전 고문으로부터 이어받아 내리 재선에 성공했던 전남 목포 지역구의 불출마를 선언했다. 대신 “목포시민들을 이젠 자유롭게 해 주겠다”며 비례대표 후보로 등록했다. 김 의원측은 “당 차원에서 아직 비례대표 순번이 정해지진 않았지만, 지역구 출마까지 포기했는데 당선 가능한 순번을 받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YS)의 차남 현철씨도 경남 거제에서 무소속 출마한다. 현철씨는 지난 2월 거제시 대계마을 YS의 생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거제는 아버님을 대통령으로 만들어준 민주화의 고장이다”며 출사표를 던졌다.
▲ 김영삼 전 대통령 차남 현철씨(왼쪽)는 경남 거제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 장남 김홍일 의원은 비례대표로 출마한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전두환씨의 사위인 윤상현씨는 인천 남구을에서 한나라당 후보로 출마한다. 윤씨는 전두환씨의 사위의 장녀인 효선씨의 남편. 일찌감치 정계진출을 노렸던 그는 이번 총선에서 처음 칼을 빼들었다. 그런데 최근의 ‘전두환 비자금 사건’이 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아진다. 이 지역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안영근 열린우리당 의원이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두환씨의 ‘분신’으로 불리는 장세동 전 안기부장(현 국정원장)도 17년 동안 거주한 서울 서초을 지역구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할 뜻을 굳혔다. 장씨는 지난 대선에 출마해 투표 이틀 전날 전격 사퇴한 이후 이렇다 할 만한 외부활동을 하진 않았다. 그럼에도 지난 연말부터 총선 출마설이 정가에 나돌았었다.
장씨는 “국정 혼란을 바로잡아 안정을 되찾기 위해 출마했다”면서 ‘전두환씨와 출마 여부를 상의했느냐’는 질문에는 “둘째 아들(재용씨)까지 구속된 상황에서 어떻게 (대선 후보로 출마할 때처럼) 또 찾아가 출마하겠다고 말할 수 있었겠느냐”며 사전 교감이 없었다고 말했다. 여론조사 결과, 이 지역에선 5선에 도전하는 한나라당 김덕룡 의원과 현대정보기술 대표를 역임한 열린우리당 김선배 후보 등이 혈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태우씨의 처고종사촌으로 ‘6공 황태자’였던 박철언 전 의원은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 수성갑에서 무소속으로 출마, 정치적 재기를 노린다.
박 전 의원은 88년 13대 의원부터 14·15대까지 내리 이 지역에서 당선됐으나, 14대에선 슬롯머신 비리 사건으로 임기 중간에 구속돼 부인 현경자씨가 보궐선거에서 금배지를 단 바 있다. 그는 15대 때 자민련 후보로 당선됐으나, 16대 총선에선 한나라당 김만제 의원에 패해 정계를 떠나는 듯했다. 하지만 4년 동안 와신상담, 이번 총선에서 재기전을 준비하고 있다. 이 지역에서는 민주당 조순형 대표와 한나라당 이한구 의원(비례대표), 한나라당 공천에서 밀려 무소속으로 출마한 이원형 의원(비례대표), 열린우리당 김태일 후보 등과 일전을 벌여야 할 처지.
이번 총선에서 지역구 후보로 출마하는 여야 4당의 여성후보는 모두 42명. 이들 가운데 특히 각 당의 최연소 여성 후보들의 ‘생존’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들이 성과 나이라는 ‘이중벽’을 동시에 뛰어넘어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최연소 여성후보들은 공교롭게도 ‘적지’나 마찬가지인 전남 여수와 부산에서 각각 공천을 받아 관심을 끌고 있다. 모두 8명인 한나라당의 지역구 여성후보 가운데 최연소자는 김상아 후보(33·전남 여수 갑). 성화대학 사회복지학과 교수인 그는 “한나라당 깃발을 호남에 꽂는 게 아니라 호남의 깃발을 한나라당에 꽂겠다”면서 “지역민을 만나기 위해 거리로 나갈 때마다 두 주먹을 불끈 쥐게 된다”고 비장한 각오를 밝혔다.
16대 총선 때 이 지역에서 한나라당 후보로 출마했던 김영로씨의 딸이기도 한 김 후보는 “당 관계자들이 ‘아버님이 좋아하시겠다’고 위로해준다”며 “대를 이어 지역정치 타파를 위해 노력한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모두 11명의 여성이 출마하는 민주당의 최연소 후보는 부산 남구갑에 출사표를 던진 미혼의 도정옥 후보다. 올해 31세인 도 후보는 대학 졸업 뒤 직장생활을 하다 고향인 부산에서 지난 몇 년간 출마를 준비해 왔다. “대학선배의 추천과 지역주의 타파에 대한 열정이 출마 이유”라는 도 후보는 “부산 남구와 결혼하겠다”는 포부를 밝히며 “정통 민주세력의 정당인 민주당이 전국정당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일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은 여성 11명이 지역구 후보로 출마했다. 그 가운데 대구 달서병 후보로 확정된 박선아 변호사(31)가 최연소자다. 올해로 결혼 4년째를 맞는 주부로 두 살배기 아들을 둔 그는 지난해 대구에 변호사 사무실을 열었는데, 대구·경북지역 3백3명의 변호사 가운데 유일한 여성이었다고.
박 후보는 “대구지역은 보수적인 색채가 강해서 젊은 여성이 자기 목소리를 내면서 사회생활을 하기가 너무 힘들다”며 “젊은 여성도 직접 정치에 참여해 제몫을 해낼 수 있다는 걸 입증하고 싶어 출마를 결심했다”고 기염을 토했다. 그렇지만 어린(?) 나이 탓인지 지역 주민들에게 명함을 돌리다보면 간혹 “나이가 어려 보여서 선거운동원인 줄 알았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고.
박 후보는 “탄핵안 가결 이후 대구에도 열린우리당에 대한 지지율이 상당히 높아져 이대로 가면 총선에서도 승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를 내비쳤다. 이 지역에는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가 공천을 신청해 논란을 빚었던 김석준 이화여대 교수 등이 표밭을 갈고 있다.
▲ (왼쪽위)김상아, 도정옥, (왼쪽아래)박선아, 정현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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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소자는 서울 서대문갑에 출마하는 정현정 후보. 여야 4당에서 지역구에 출마하는 여성 후보 가운데 가장 나이가 어리다. 76년생으로 올해 겨우(?) 29세. 연세대에서 사회학을 전공한 후 줄곧 진보정당 운동을 해왔다.
대학 선배들이기도 한 한나라당 이성헌 의원과 열린우리당 우상호 후보 등과 일전을 벌여야 하는 정 후보는 “선배들이지만 불편할 것은 없다. 선거는 정책과 인물로 치르는 것 아니냐”며 “탄핵안 가결 이후 당 지지도가 떨어졌지만 다시 조금씩 회복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역 분위기는 아주 좋다”고 말했다.
과연 최초로 동시에 등원하는 ‘부부 의원’은 탄생할까. 또 ‘부자 의원’과 ‘형제 의원’도 볼 수 있을까. 이번 총선에선 부부와 부자, 형제 등 ‘정과 피가 섞인’ 후보자들이 유독 많이 눈에 띈다.
가장 대표적인 ‘커플 후보’는 민주노동당 울산 동구의 김창현 시지부장과 아내인 같은 당 비례대표 이영순 후보. 김 지부장은 무소속 정몽준 의원과 한판 승부를 펼쳐야 할 입장이다. 그런데 비례대표 3번을 받은 이 후보가 남편 김 지부장보다 당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특히 이들 부부는 지난 98년 7월 김 지부장이 울산 동구청장에 당선된 이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되자 이 후보가 보궐선거를 통해 구청장을 이어 받은 특이한 경력을 갖고 있다. 김성희 민노당 부대변인은 “이 후보는 사실상 당선 안정권으로 볼 수 있으며 김 지부장도 박빙의 승부를 펼치고 있어 부부 국회의원 탄생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의 또 다른 ‘부부 후보’는 서울 강서을에 출마하는 남편 김단성 후보와 영등포갑에 출사표를 던진 아내 홍승하 후보. 신혼부부인 이들은 작년 4월 서울 양천 지역구 재보선 당시 선거운동을 하면서 애정을 싹 틔워 9월에 결혼했다. “아직 신혼인데 많은 시간을 같이하지 못해서 안타깝다”며 겸연쩍어 하는 홍 후보는 “그러나 총선 승리라는 목표를 이루는 게 더 시급하다”는 당찬 의지를 밝혔다.
열린우리당의 비례대표 상위순번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경숙 전 공동의장과 전북 김제 공천을 신청한 남편 최규성 전 국민정치연구회 사무총장이 ‘부부 의원’으로 탄생할지도 관심사.
당 관계자는 “탄핵 정국으로 당 지지율이 급등했기 때문에 김제 지역에서 공천만 받으면 부부 국회의원이 탄생할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 전 총장이 국회로 입성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7명의 당내 공천 신청자와의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 여기에 본선에서도 지난 21일 공천이 확정된 민주당 오홍근 전 국정홍보처장과의 혈전이 기다리고 있다.
이번 총선에선 ‘아버지와 아들’이 동시에 금배지를 달 수 있을지도 관심거리다. 민주당 간판으로 출마한 김상현 의원(광주 북을)과 김 의원의 3남인 김영호 전 <스포츠투데이> 기자가 화제의 주인공. 영호씨는 아버지의 ‘정치 고향’인 서울 서대문갑에서 출마했지만, 최근 여론조사에서 열린우리당 우상호 후보와 한나라당 이성헌 의원 등에 비해 지지율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유명 중화요리업체인 ‘하림각’의 남상해 대표와 남광영 사장 부자도 나란히 한나라당 비례대표 공천을 신청,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형제 출마’로 화제가 됐던 후보들 가운데엔 공천탈락으로 명암이 엇갈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갈 길’을 달리해서 눈길을 모았던 양재호 변호사(민주당·서울 양천을)-양재원 전 청와대 행정관(열린우리당·경기 시흥) 형제는 형 양 변호사만, ‘국민의 정부’ 시절 청와대 비서를 지낸 최진(민주당·광주 북을)-최성(열린우리당·경기 고양 덕양을) 형제는 동생 최성 후보만 공천을 받았다. 최성 후보는 “형과 당을 달리 해서 출마를 준비하긴 했으나 정치개혁에 대한 신념은 같았다”며 “탄핵안 가결 이후 형에게 민주당 탈당을 권했고 형도 공감하고 있다. 조만간 열린우리당에 입당하거나 무소속으로 총선에 출마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비해 김두관 전 행자부 장관과 동생 김두수씨는 경남 남해·하동과 경기 고양 일산을에서 동시에 열린우리당 공천을 받음으로써 형제 의원 탄생이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이밖에 민주당 경기 남양주갑 공천을 받은 신낙균 전 의원과 열린우리당 비례대표를 신청한 신필균 전 장애인고용촉진공단 이사장도 당을 달리한 ‘자매 후보’로 주목받고 있다. 또 열린우리당 유시민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인 경기 고양 덕양갑에서 출마했으며, 누나인 유시춘 전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도 같은 당 비례대표를 신청한 상태다.
한상진 기자 sjine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