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탄핵에 반대하는 민심이 총선 구도를 송두리째 뒤엎고 있다. 지난 20일 광화문 촛불집회.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탄핵안 가결 이전에 열린우리당은 25% 정도의 지지율을 나타내면서 60석에서 1백 석 정도를 얻을 것으로 예상됐었다.
하지만 탄핵 정국 이후 정당 지지율이 50%에 이르고 탄핵 반대 의견이 75%를 육박하면서 과반 의석인 1백50석(비례대표 포함 2백99개 의석 중)까지 얻을 것으로 내다보는 여론조사 전문가들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현재로서는 의석 수 예상이 별다른 의미가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무엇보다 정당 지지도가 곧바로 지역구의 후보들 지지로 이어질지는 여전히 미지수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리고 후보등록이 끝나고 선거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4월 초가 되면 후보들의 면면이 유권자들에게 자세히 전파되면서 무조건적인 정당 지지 투표 성향도 자제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이 같은 추세가 계속될 경우 열린우리당이 1백30~1백50석까지 차지하며 제1당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요신문>은 국내 6대 여론조사 기관의 전문가들에게 권역별 의석 수, 제1당 예상 정당 등에 관해 질문을 던졌다.
앞으로 총선 때까지 여러 가지 변수가 많이 남아있음에도 현재의 탄핵정국 상황이 지속될 경우를 상정해 4·15총선 판세를 예측해 보았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이번 총선에서 어떤 정당이 제1당이 될 것으로 보고 있을까. 단 1명만이 앞으로 남은 변수가 있기 때문에 섣부른 예측을 할 수 없다는 유보 입장을 밝혔고 5명은 대체로 열린우리당이 제1당을 차지할 것으로 보았다(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신분 노출을 꺼렸기 때문에 부득이 모든 전문가들은 익명으로 처리했음을 밝혀둔다).
유보 입장을 밝힌 전문가 A씨는 “현재의 지지도만 보면 열린우리당이 압승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특정 정당의 지지도를 후보들의 능력이나 다른 변수가 많은 지역구 지지율로 일반화시켜 열린우리당이 1당이 될 것이라는 예측에는 동의할 수 없다. 사상 유례 없는 정당 지지율 50% 상회는 분명 상식적인 판단 기준이 될 수 없다고 본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열린우리당이 제1당으로 등극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다만 지금과 같은 ‘열광적’인 지지도에는 조정이 있을 것이고 앞으로 정국이 얼마나 요동치느냐에 따라 거품이 많이 빠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전문가 F씨는 “열린우리당의 지지도는 탄핵정국 전 25%대였다. 그런데 탄핵이 가결된 뒤 50%까지 치솟았다. 약 25%의 탄핵 상승 효과가 있었는데 이는 텔레비전에서 반복적으로 충격적인 장면을 방영한 데 따른 감정적인 표가 많이 섞여있을 것으로 본다”고 전제하면서 이런 관측을 내놨다.
“문제는 25%의 탄핵 효과로 나타난 지지자들이 열린우리당 후보에게 직접 표를 찍어줄 행동까지 가는 과정에서 지지도가 일부 빠져나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들이 전통적인 열린우리당 지지자들이 아니기 때문에 실제로 한 표를 열린우리당 후보에게 행사할지에 대해선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이를 감안하면 투표일 직전까지 열린우리당 지지율은 많이 빠질 것으로 보고 있다.”
탄핵 반발표가 투표장의 열린우리당 지지표로 연결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변수가 발생해 지속적인 지지 효과가 날지 의문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전문가 B씨는 “앞으로 세 번 정도 정국이 요동칠 것으로 본다. 하지만 ‘대사변’이 없는 한 지지율 역전은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각 정당의 권역별 획득 의석 수 예상에서는 4명의 전문가들이 현재로서는 그런 예측이 의미가 없다며 유보적 입장을 밝혔다.
전문가 E씨는 “현재 열린우리당의 ‘1백40석 상회’를 예상하는 사람도 있는데 그런 것에 동의할 수 없다. 어떤 근거로 그런 수치가 나왔는지 모르겠다. 지금으로선 큰 이슈가 터지고 여론이 조정되는 국면이기 때문에 예상 의석 수는 의미가 없다”고 밝혔다.
전문가 F씨도 권역별 의석 수 예상은 별 의미가 없다고 말한다. 그는 “과거 예를 보면 한 달 가까이 남은 상황에서 정당 지지도는 총선 결과 예측에 그렇게 중요한 변수 아니었다. 왜냐하면 선거 전 여당 지지도는 항상 높게 나타나고 야당은 낮게 나왔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었을 때 그 반대의 결과가 나타나기도 했다. 또한 후보자 개개인에 대한 평가가 아직 내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이른 감이 있다.
4월 초 선거 운동 개시일 직전까지 지켜봐야 지역구 의석 수를 예측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이 전문가는 우리나라 역대 선거는 항상 마지막 순간에 중대 변수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판문점 총격 사건이나 부산 복집 사건 등 선거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사건이 선거일 직전에 많이 일어났기 때문에 이번에도 그런 ‘막판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2명의 전문가는 탄핵 정국 지지도가 역전되거나 크게 변하게 될 가능성이 낮다고 지적하면서 전국 권역별 의석 수를 예측했는데 두 명 모두 비슷한 의석 분포를 보였다.
또한 부산·경남·울산 지역은 전체 41석 가운데 5~10석을 열린우리당이, 나머지는 한나라당과 민노당 무소속 등이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대구·경북의 경우 27석 가운데 열린우리당의 의석은 1~2석 정도에 그칠 것으로 보았다.
광주·전남·전북 31석 가운데 20석 정도는 열린우리당이, 나머지는 민주당이 차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충청권 24석 가운데는 15석 정도를 열린우리당이, 나머지는 한나라당과 자민련이 양분할 것으로 보았다.
강원도는 8석 가운데 4석을 열린우리당이 차지하고 제주도는 1~2석 정도를 열린우리당이 잡을 것으로 보았다.
여론조사 전문가 D씨는 열린우리당이 약 1백30석 정도 차지해 제1당이 될 것으로 보았고 한나라당도 1백20석 정도 차지할 것으로 보았다. 앞서의 전문가 B씨보다 열린우리당의 예상 의석 수가 줄어든 게 특징이다.
D씨는 “전체 2백99석 가운데 2백50~2백60석을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이 양분하고 나머지 약 30석을 두고 민주당 자민련 민노당 무소속 등이 나눠 가질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D씨는 또한 민주당이 자민련 민노당과 같은 ‘등급’으로 떨어져 겨우 당맥만 유지할 것으로 보았다.
수도권에서는 열린우리당이 약 70석 정도(총 1백9석)를 차지하고 한나라당이 35석, 민주당과 무소속 등이 4석 정도 차지할 것으로 보았다. 또한 부산·경남의 경우 열린우리당이 10석 이상도 가능하다고 예상했다.
가장 예측하기 어려운 대구경북에서는 무소속과 열린우리당 합해서 2~3석 정도를 예상하고 있다. 광주·전남·전북은 31석 중 23석 이상 차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약 7~8석을 민주당이 건질 것으로 내다봤다.
호남은 지난해 10월 중순까지만 해도 민주당 압승지역이었는데 한-민-자의 정치개혁법 파동 이후 처음 열린우리당과 박빙의 지지세를 보였고 서청원 변수와 탄핵 정국을 지나면서 전세가 완전히 역전돼 버렸다.
D씨는 충청권은 24석 중 15석 이상을 열린우리당이 차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나머지는 자민련이 70%, 한나라당이 30% 정도 차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충청은 열린우리당의 지지도가 최근 급격한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강원도는 대체로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의 2강 체제인데 여당인 열린우리당 후보들이 예전 여당인 민주당 후보들보다 훨씬 강세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열린우리당이 8석 가운데 4석 정도 휩쓸 수도 있지만 워낙 지역이 넓고 인물 변수가 많아 예측불허라는 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