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에게 놀이문화 가르쳐라
▲ 일진회 사이트의 모임광고(왼쪽), 일진회 실상을 공개한 정세영 교사 | ||
정세영 교사가 일부 일진회 회원들과 연계해 운영하는 F포털 사이트에는 최근 일진회 실상을 공개한 정 교사와 언론을 비난하는 글로 가득차 있다. 일진회 전체를 폭력적이고 변태적인 모임으로 묘사했다는 비난인 것이다. 정 교사 역시도 일부 일진회의 행태가 너무 부각됐다고 지적했다. 정 교사는 “요즘 아이들에게서 자신이 부정적인 인간으로 몰릴 경우, 더욱 부정적이고 부도덕한 행동을 일삼으려 하는 심리적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 교사는 일진회 문제의 해결 방법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일진회는 과거의 학교 폭력조직에 비해 관리가 의외로 쉬울 것”이라고 간단하게(?) 답했다. 정 교사의 이 같은 확신은 학교의 테두리에서 벗어나고자 발버둥쳤던 과거의 폭력서클 학생들과는 달리, 일진회 학생들은 학교 안에서 자신을 드러내려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학교측의 관리가 가능하다는 점을 전제로 한 것이다.
정 교사는 “일진회의 행태가 도를 넘어서게 된 데엔 교사나 부모들이 그들의 놀이 방법을 제대로 지도하지 못한 잘못이 크다”고 지적했다.
정 교사는 해결책으로 현행 교육 구조의 개선과 부모들의 의식전환을 꼽았다. 정 교사는 “일진을 면담하고 그들의 인성을 확립시켜줄 교사들이 학사 행정 처리에 모든 시간을 뺏기고 있으며, 부모들도 자식의 교육을 모두 교사들에게만 떠넘기고 있다”며 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구조적으로 일진을 지도할 수 있는 여건이 전혀 마련되지 않았다는 자책 아닌 자책인 셈이다.
정 교사는 경찰이나 정부가 일진회를 제재하겠다는 입장을 적극적으로 표명한 부분에 대해 “천편일률적인 방법으로 일진회를 해체시키기 전에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먼저 설정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취미나 상식 선으로 이해될 수 있는 놀이문화를 공유하는 일진회와 폭력, 음란, 퇴폐 활동을 일삼는 일진회를 구별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상식 선에서 관리가 가능한 일진회는 일정 범위 내에서 그들의 존재를 인정하고, 반면 말썽의 소지가 높은 일진회는 강력하게 엄벌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 교사는 일진회 문제에 탄력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빠른 시일 내에 일진회를 특별 관리할 전담 검사와 경찰, 장학사, 교사제가 신설돼야 한다는 주장도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