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김 양강 ‘온라인 민심잡기’ 과열
새누리당 전당대회가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온라인 민심 잡기’에 나선 당권주자들 간 경쟁이 과열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일요신문 DB
이 과정에서 두 캠프 측이 보여준 모습은 “이번 전당대회를 깨끗하고 공정하게 치르자”는 ‘클린 캠페인’ 약속과는 사뭇 달랐다. 전당대회 사상 초유의 ‘여론조사 결과 조작 의혹’이 제기됐는가 하면 지난 18대 대선 당시 온라인 여론조작의 한 축으로 지목됐던 ‘SNS 십자군 알바단(십알단)’이 다시 등장하기도 했다.
지난 6월 22일 일요일 오전. 김무성 캠프 권오을 경선대책총괄본부장이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이 있기 며칠 전부터 몇몇 언론 매체를 통해 보도된 ‘모노리서치’ 여론조사 결과가 조작됐음을 알리기 위한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 권오을 본부장은 “차기 당대표 적합도 조사에서 ‘서청원 후보가 김무성 후보를 43.8% 대 38.2%로 5.6%포인트(p) 앞서고 있다’는 모노리서치 여론조사 내용은 수정된 자료에 의한 것”이라며 “수정되기 전 ‘당대표 1차 적합도’ 자료에 따르면 새누리당 지지자의 경우 김무성 34.2%, 서청원 15.6%를 지지했지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는 한마디로 “누군가가 김무성 후보 지지율을 빼고 서청원 후보 지지율을 더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해당 여론조사의 의뢰자가 누구였는지에 대한 의문도 풀리지 않고 있다. 모노리서치에서는 “여의도 소재 모 기획사”로만 밝힐 따름이다. 모노리서치 측은 “우리는 해당 여론조사를 서청원 캠프나 언론사에 전달한 적조차 없다. 우리도 피해자”라며 억울함을 호소한다. 한 여론조사 기관의 공정성에 크나큰 타격을 입힌 사건임에도 두 후보자의 캠프에서는 이 부분에 관해서 더 이상 문제 삼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김무성 의원 쪽에서도 불공정한 여론형성에 나선 정황이 잡혔다.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국정원 선거개입 의혹 과정에서 그 정체가 공개됐던 SNS 십알단 ‘댓글알바’ 활동이 김 의원 주변에서 일어난 것이다.
십알단이란 이름은 지난 대선 당시 여의도에 SNS컨설팅 회사를 차린 후 온라인에 조직적으로 박근혜 후보 지지 활동을 벌인 윤정훈 목사가 선관위에 적발된 이후 이름 붙여졌다. 윤 목사는 지난해 12월 유죄가 확정됐고, 서강대 동문모임인 ‘서강바른포럼’ 역시 지난해 대선 SNS 불법 사무실을 운영하다 선관위에 적발돼 일부 임원이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바 있다.
십알단 활동은 익명의 계정을 통해 이뤄진다는 점에서 그 실체를 밝히기가 쉽지 않다. 과거에는 수백 개 계정이 연동돼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면 최근에는 더욱 세밀하게 쪼개져 활동하는 것이 특징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해 <일요신문>은 SNS상에서 한 가지 실험을 했다. 지난 22일 김무성 캠프의 긴급 기자회견 직후 관련 온라인 기사를 올린 이후 SNS 동향을 살핀 것이다. 그 결과 해당 기사가 포털사이트에 뜬 지 3분여 만에 ‘애국 보수’를 지향하는 한 익명의 트위터 계정으로 스크랩 됐고, 불과 1분 사이 비슷한 성향을 가진 익명의 계정 24개가 동시다발적으로 해당 내용을 퍼 날랐다. 지난 대선과 비교해 규모와 양상은 다르지만 분명 조직적인 여론형성 활동임이 분명했다.
이 과정에서 일반 사용자로 보이는 계정은 최초 기사를 스크랩한 계정 하나뿐이었고 나머지는 유령 계정, 이른바 ‘봇(bot) 계정’이었다. 또 다른 하나는 지난 6·4 지방선거 당시 정몽준 서울시장 후보 캠프 관련 기사를 퍼 나르는 용도로만 사용된 계정이기도 했다.
물론 이 같은 활동을 김무성 의원 캠프에서 직접 수행했다고 단정할 근거는 없다. 기자가 접촉한 김무성 캠프 관계자들은 “캠프 내에서 SNS 동향을 살피고 보고하는 담당자가 있지만 그러한 트위터 계정 여러 개를 직접 운영하지는 않는다”며 “외부 SNS 컨설팅 업체에게 맡긴 적도 없다”라고 밝혔다.
6월 초 복수의 계정을 통해 김무성 의원 지지 활동을 벌인 것으로 확인된 한 SNS 홍보업체 대표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지금 병원 통원치료 중이어서 회사를 운영하지 않고 있다”며 “김무성 의원과 관련해 어떤 활동도 하고 있지 않다. 이쪽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금방 들통 날 일을 하겠느냐”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업계 사정에 밝은 한 정치권 인사는 “십알단 활동은 외부 공간에서 컴퓨터 두세 대 놓고도 충분히 할 수 있어 진상을 밝히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실제 이런 일을 벌이는 사람들은 특정인을 지지한다기보다 선거 때마다 이리저리 옮겨 다니면서 전문가 행세를 한다. 캠프에서도 자원봉사자로 보고 그냥 놔두는 것”이라고 전했다.
최근에는 ‘트위터’라는 열린 공간을 떠나 폐쇄적이면서 동원력이 뛰어난 네이버 ‘밴드’가 적극 활용된다. 최근 새누리당은 1만 명 규모의 청년선거인단 모집을 접수 마감 이틀을 앞두고 돌파해 눈길을 끌었는데, ‘카카오톡’이나 밴드를 통한 동원 활동이 주효했다고 입을 모은다.
한 여권 관계자는 “청년선거인단 역시 대부분 각 캠프에서 동원된 사람들”이라며 “요즘 캠프에서는 밴드를 통해 누가 하루에 몇 명을 모집했는지까지 집계하는 것으로 안다. 실제 여론을 반영한다기보다 누가 동원력이 뛰어난지 보는 것이기에 실제 표심과는 차이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기자 역시 최근 2주간 새누리당 관계자들로부터 받은 밴드 모임 요청이 8개에 달했다.
김임수 기자 ims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