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호 좌초되자 특집방송 ‘꼬르륵’
MBC <무한도전>, SBS <힐링캠프>, KBS <우리동네 예체능> 등 지상파 3사 대표 예능프로는 월드컵 특수를 누리기 위해 철저히 준비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한국의 경기가 시작되기 전 MBC <무한도전>, SBS <힐링캠프>, KBS <우리동네 예체능> 등 지상파 3사를 대표하는 예능프로그램이 나란히 브라질 현지로 날아갔다. 그들이 브라질에 간다는 사실 자체가 화제를 모았고 입출국 때는 그들의 공항 패션이 인터넷 기사로 보도되며 포털 사이트를 도배했다. 원정길에 오르는 국가대표 축구팀의 공항 풍경 못지않게 많은 취재진이 몰렸다.
하지만 예능 월드컵 응원단은 결국 ‘양날의 칼’이었다. 월드컵 열기에 힘입어 응원단 역시 대중의 지지를 받지만 대표팀의 성적이 부진하면 관심 역시 사그라질 수밖에 없다. 6월 17일 러시아전에서 무승부를 기록할 때만 해도 분위기가 좋았다. H조 중 상대적으로 강호로 꼽히는 러시아를 상대로 승점 1점을 올리며 16강 전망을 밝게 했다. 하지만 약체로 분류했던 알제리와 경기에서 대량 실점하며 패배해 분위기는 급반전됐다.
<무한도전>은 벨기에 전을 앞두고 25일 귀국했다. 때문에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 전후의 현지 소식은 전할 수 없다. 게다가 <무한도전> 측은 “응원단과 관련해 추가 촬영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사실상 응원단 프로젝트는 끝난 셈이다.
이는 <무한도전>의 방송일과도 관련이 있다. 매주 토요일 방송되는 <무한도전>은 28일 방송됐지만 벨기에전은 27일 오전 열렸다. 응원단 특집방송 전에 이미 한국의 16강 탈락이 결정된 것이다. 때문에 <무한도전> 응원단 방송은 ‘뒷북’이 되고 말았다.
MBC는 <일밤> ‘아빠 어디가’에 출연 중인 김성주와 안정환 등이 중계를 맡은 터라 ‘아빠 어디가’ 제작진 역시 브라질로 향했다. 축구 캐스터 중 가장 인지도가 높은 김성주를 보유하고 있는 MBC가 이번 월드컵을 앞두고 대규모 물량공세로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하지만 국가대표 축구팀의 성적이 신통치 않은 상황에서 제대로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말았다.
한 방송 관계자는 “지상파 3사 대표 예능프로그램이 월드컵 특수를 누리기 위해 철저히 준비했지만 별다른 성과는 거두지 못했다. 오히려 뻔한 구성과 밋밋한 전개로 ‘왜 브라질에 갔나’라는 혹평만 받았다”며 “결국은 대표팀 성적이 좋지 못했기 때문에 이를 기반으로 한 프로그램 역시 외면받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답답하긴 가요계도 매한가지다. 월드컵 열기를 피하기 위해 대형 가수들의 컴백이 뜸한 틈을 타 몇몇 가수들이 월드컵 응원가를 발표했다. 가수 정동하 소찬휘를 비롯해 걸그룹 와썹과 풍뎅이 등이 ‘오 필승 코리아’ 대신할 월드컵 응원가를 띄우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포스트 윤도현’은 없었다. 월드컵 열기가 예전 같지 못하다지만 이번에 발표된 응원가를 읊조리는 이는 찾아보기 어렵다. 광화문과 영동대로 등 합동 응원이 벌어진 곳에서도 ‘오 필승 코리아’는 울려 퍼졌지만 신곡이 설 곳은 없었다.
이에 대해 한 가요계 관계자는 “윤도현의 ‘오 필승 코리아’는 2002년 한국이 개최한 월드컵이라는 특수한 상황 속에서 국민적인 응원가로 자리매김했다. 이후에는 월드컵과 올림픽을 가리지 않고 공식 응원가로 불리고 있다”며 “게다가 응원가의 특성상 국가대표의 선전과 운명을 같이할 수밖에 없는데 이번 월드컵에서는 한국의 성적도 저조해 대부분 응원가가 사장됐다”고 분석했다.
한국과 브라질의 시차 역시 월드컵 열기가 한풀 꺾이게 만든 요소였다. 한국전은 한국 시간으로 평일 새벽 4~7시에 열렸다. 출근 전이거나 출근 시간과 정확히 겹쳤다. 전 국민이 열광하기에는 아쉬운 시간대다.
이는 영화계에도 영향을 미쳤다.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은 한국전을 큰 스크린으로 볼 수 있도록 월드컵 이벤트를 마련했다. 하지만 좌석 점유율이 예전만 못하다. 새벽에 굳이 영화관까지 찾아와 단체 응원을 벌이려는 이들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8년 만에 월드컵 공동 중계에 나선 지상파 3사의 아쉬움은 더 크다. SBS가 단독 중계했던 2010 남아공월드컵과 달리 이번에는 SBS가 KBS와 MBC에 중계권을 되팔면서 지상파 3사의 ‘중계 전쟁’ 역시 시청자들의 관전 포인트였다.
지상파 3사는 월드컵 시작 전 1000억 원에 육박하는 광고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물론 한국이 출전하는 18일 러시아전과 23일 알제리전을 비롯해 27일 방송된 벨기에전은 일찌감치 경기 전후 광고가 모두 판매됐다. 하지만 다른 국가 간 경기 중계에 딸린 광고 판매는 저조하다.
각 방송사의 시청률도 저조하다. 25일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알제리전을 중계한 KBS, MBC, SBS의 시청률은 각각 14%, 9.2%, 5.1%였다. 앞서 열린 러시아전의 시청률이 각각 22.7%, 18.2%, 11.6%였던 것을 감안하면 시청층 이탈률이 높다. 애매한 시간대에 경기가 치러지는 데다 한국 대표팀이 믿음직한 실력을 보여주지 못하는 탓이다.
또 다른 방송 관계자는 “이번 월드컵은 ‘그들만의 잔치’가 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다. 이미 많은 방송 관계자들이 월드컵 이슈는 사실상 끝났다고 생각하고 그 다음을 준비하고 있다”며 “월드컵 특수를 노리고 투자했던 금액을 회수하지 못하는 방송사와 업계 관계자들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