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 찍고 남해도 찍고 거제로 GO?
▲ 이건희 삼성 회장이 지난해 사들인 여수 사곡리 임야. 남해와 맞닿아 경관이 빼어난 곳이다. | ||
<일요신문>은 여러 경로로 세간의 소문을 추적한 끝에, 이 회장이 육로 최남단격인 여수 사곡리 부근의 임야 7필지를 매입한 사실을 단독 확인했다.
이 회장이 여수 땅을 매입했다는 소식은 사실 최근 들어 몇몇 언론과 정가에서 거론됐다. 그러나 정확한 위치와 평수가 확인되지 않은 채 “올해 이 회장이 사곡리 주변 임야를 4천평 정도 매입했다”는 정도의 얘기만이 돌았다. 그러나 취재 결과, 사곡리 땅은 올해가 아닌 지난해에 매입했으며, 평수도 4천평이 아닌 6천4백여 평인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해 최첨단 공기 청정 시설이 설치된 것으로 알려진 이태원동으로 자택을 옮긴 이후, 동해안이 한눈에 들어오는 경북 칠보산 부지를 매입한 데 이어 ‘청정지역’인 남도 해안가 임야까지 매입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이 회장의 ‘장수 프로젝트’가 이제 윤곽을 드러내는 게 아닌가 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실제 재계 일각에서도 몇 해 전 폐암 치료를 받은 이후 철저한 건강관리를 해온 이 회장이 가장 쾌적하게 휴양할 수 있는 장소를 물색한 끝에 이들 지역 땅을 사들였을 것이라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이 회장이 매입한 여수 사곡리 땅은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 천혜의 명승지로, 전국에서 손꼽힐 정도로 공기가 깨끗하고, 자연 경관이 빼어난 곳이다. 특히 70대 이상 주민들 대부분이 특별한 병 없이 건강을 유지하고 있는 장수촌 지역으로도 알려져 있다.
이 회장이 매입한 임야는 사곡리 산 ×6, 산 ×9번지 등 7필지. 총 면적은 6천3백86평이다. 사곡리 마끝 부분의 임야로 바다와 맞닿아 있다.
임야 정상에 오르면 푸른 바다가 삼면에 걸쳐 눈에 들어온다. 임야 중심으로 우로는 가까이 복개도와 모개도 등 작은 섬들과 바다 넘어 고흥 지역이, 좌로는 문선명 통일교 총재가 대거 사들였다고 해서 유명해진 여수시 화양면 일대가 자리잡고 있다. 특히 복개도는 진도에 버금가는 ‘모세의 기적’이 일어나 관광객들이 자주 찾는 곳으로 남도에서도 절경지로 꼽힌다.
▲ 이건희 삼성 회장 | ||
이곳 사곡리 땅은 이 회장이 매입하게 전부터 땅값이 폭등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수시가 2012년 세계엑스포 유치에 나서면서 부동산업자들의 관심이 높아졌고 평당 가격이 자연스럽게 치솟을 수밖에 없었던 것. 이 회장도 평당 20만원 선에서 땅을 매입한 것으로 전해진다. 땅값으로 약 12억원을 지출한 셈이다.
이 회장은 지난해 11월22일 오전 이곳을 전격 방문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 계열사인 제일모직의 여수 공장 관계자들도 이 회장의 방문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고 한다. 당시 전용항공기편으로 여수에 도착한 이 회장은 헬기로 임야 주위를 둘러본 뒤 인근 M레스토랑에서 점심식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레스토랑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회장은 이날 12시께 부인 홍라희씨와 손녀 세 명 등 가족 8명, 수행원 10여명과 함께 이곳을 찾았다고 한다. 헬기에서 내린 뒤 에쿠스 승용차로 이동한 이 회장은 여수 앞 바다가 창문 너머로 보이는 M레스토랑 홀에서 신라호텔에서 미리 준비해온 음식으로 식사를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식사는 캘리포니아 롤과 초밥에 각종 국과 차가 코스별로 어울려 서비스됐으며, 이 회장은 아내와 손녀들을 위해 두 종류의 스파게티를 네 접시 주문했다고 한다.
당시 이 회장 가족들이 수행원들의 ‘호위’를 받으며 레스토랑으로 입장하자 레스토랑 안에서 식사중이던 다른 손님들이 매우 놀랐다는 후문. 특히 업소 관계자들도 11시30분쯤에서야 ‘레스토랑을 찾을 귀빈’이 이 회장이라는 말을 듣고 어쩔 줄 몰라 했다고. 업소 관계자는 “전날 수행원들이 찾아와 ‘귀한 분’이 온다고만 하고 홀 안의 자리 배치 등을 무척이나 까다롭게 점검했다”고 말했다.
예기치 않은 방문으로 고객과 점원들에게 민폐를 끼쳤다는 생각 때문이었는지 이 회장은 신라 호텔에서 마련한 점심 일부를 레스토랑 종업원과 손님들에게 나눠줬으며 식사 1시간 후 자리를 떴다고 한다.
이 회장이 매입한 여수 사곡리 땅은 주변 경관과 자연 여건이 좋은 데다 칠보산 임야처럼 지방자치단체에 특별한 사업계획도 제출하지 않은 점으로 미루어, 일단 작은 별장 등 이 회장 일가의 휴양을 위한 목적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항간에는 한때 제일모직 여수 공장 직원 숙소가 세워진다는 소문이 나돌았으나 평수도 작고 경사도 급해 실현 가능성은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다는 게 주민들의 얘기.
일각에서는 이 회장측이 모개도와 북개도 2만여 평을 한꺼번에 매입, 새로운 관광 사업에 나설 것이라는 소문도 흘러나오고 있으나 원 소유주의 매매 불가 의지가 워낙 강하고,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바지락과 굴을 일본 등에 수출하는 주민들의 반대를 이겨내야 한다는 점에서 크게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한편 이 회장은 경남 거제 부근에도 일부 땅을 매입했을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이 회장이 11월22일 사곡리를 방문한 뒤 전용기 편으로 거제로 날아갔다는 점에서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한반도 동서의 손꼽히는 무공해 명승지를 ‘접수’한 이 회장의 다음 ‘행선지’가 점점 더 궁금해진다.
유재영 기자 elegan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