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제발 저렸나
▲ 정태인 전 국민경제비서관 | ||
행담도 개발 의혹과 관련, 도로공사와 행담도개발(주)(대표 김재복) 간의 분쟁이 발생하고 문정인 전 동북아시대위원장과 정태인 전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이 중재에 나섰던 지난 3월, 개발 의혹에 깊숙이 개입되어 있는 것으로 드러난 정 전 비서관이 국민경제자문회의 사무차장으로 자리를 옮긴 것을 두고 갖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는 것. 특히 정 전 비서관의 보직이동과 함께 동북아시대위원회의 Hub전략 관련업무(금융, 물류, 경제자유구역)가 ‘자문회의’로 이관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의혹은 불어나고 있다.
정 전 비서관은 지난 2월 도로공사 직원을 불러 행담도 개발의 회사채 발행에 동의하지 않는 이유를 질책하고 도로공사가 말을 듣지 않자 건교부 차관 앞으로 팩스를 보내 행담도 개발을 도와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의혹의 중심에 서 왔다.
정 전 비서관과 관련된 새로운 의혹은 지난 13일 국회 재정경제위원회에서 터져 나왔다. 한나라당 최경환 의원은 “올해 초 동북아 금융허브관련 업무가 동북아위에서 국민경제자문회의로 이관된 것은 동북아위의 정모 비서관의 자리이동에 따른 것이란 설이 있다”며 “대통령 직속 위원회의 방만한 운영과 역할 혼선 문제를 추궁하겠다”고 말했다.
동북아위원회의 주요 업무를 자문회의로 이관한 것에 대해 청와대측은 “2005년 2월17일 열린 국정과제조정회의에서 동북아시대위원회의 금융, 물류, 경제자유구역 등 Hub전략 관련업무가 국민경제자문회의로 이관 결정됐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동북아위원회의 중요업무를 통째로 ‘자문회의’에 넘긴 것은 어딘지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는 게 정치권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청와대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한 결과 동북아시대위원회는 지난 2004년 한해 18개의 토론, 연구보고 자료를 발표한 바 있다. 그 중 자문회의로 이관한 금융, 물류, 경제자유구역 관련 보고는 총 10개에 달했다. 반면 동북아 평화협력 등과 관련된 주제는 5개뿐이었다. ‘자문회의’로 이관된 동북아위원회의 업무가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해 왔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국회 재경위의 한 관계자는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사실상 동북아위원회의 업무를 마비시키기 위한 업무조정이었다는 느낌이 든다. 참여정부가 만든 10여 개의 위원회 중 가장 큰 주목을 받았던 곳 중 하나인 동북아시대위원회는 이로써 사실상 휴면상태로 들어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업무의 이관에 따라 동북아 위원회에 배정된 예산(20억원) 중 3억4천5백만원도 국민경제자문회의로 이관됐다.
정치권에서는 이와 관련 “청와대가 먼저 행담도 문제가 불거질 것을 알고 조치를 취하는 차원에서 인사와 업무의 이동을 준비한 것이 아닌가”하는 의혹을 던지고 있다. “청와대가 뭔가에 쫓기듯 서둘러 업무 이관과 인사이동을 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는 것이다.
‘자문회의’의 회의록에도 이러한 의혹의 일단은 발견되고 있다. 자문회의가 국회에 제출한 업무보고현황을 보면 동북아시대위원회는 ‘이미’ 지난 3월10일 ‘자문회의’에 Hub전략 관련업무를 이관하고 사무처를 개편한 것으로 되어 있다. 조직체계도 2실 1과에서 4실로 개편한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같은 달 31일 열린 ‘2005년 국민경제자문회의 제1차 전체회의 결과 보고’에는 조직개편 필요성과 함께 “분야별로 간사위원을 선정하여 구체적인 정책을 생산, 제안 바람”이라고 되어 있다. 결국 정책생산을 위한 조직의 구성이 채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편 정 전 비서관의 청와대 행적에 대한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최 의원은 지난 14일 보도자료를 통해 “정 전 비서관이 국민경제자문회의 사무차장으로 부임하기 전인 3월3일 이미 사무차장 명의의 대외공문을 발송한 것이 확인됐다”며 “이미 2월에 열린 국정과제조정회의 이후부터 무자격자로서 대통령 직속기구인 자문회의의 사무차장직을 수행한 이유를 밝히라”고 주장하고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