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불통 유세…마음은 콩밭에?
이정현 후보의 캠프 건물에 걸린 선거 문구.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는 이 후보를 순천 시내에서 찾아볼 수가 없었다.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일요신문>은 2일, ‘여당 국회의원 후보 이정현’의 유세 현장을 취재하기 위해 전남 순천을 찾았다. 하지만 뜻밖의 벽에 부딪혔다. 이 후보가 오로지 수행원 한 명과 함께 1인 유세를 고집하고 있다는 것. 그의 휴대전화는 ‘불통’이었다. 선거캠프 관계자는 “우리도 후보와 연락이 안 된다”며 “상식에서 벗어나는 방식의 유세활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취재진에 주어진 것은 오후 4시 순천역, 오후 8시 이후 순천의 대형마트 유세 등 캠프 측이 제공한 단 두 줄의 일정표였다. 드넓은 순천 시내서 ‘이 서방 찾기’에 나선 꼴이었다.
<일요신문>은 순천역 근처 5일장인 ‘아랫장’에서부터 순천역과 대형마트가 몰려있는 덕암동 일대를 추적했다. 때마침 내린 장맛비 속에서 오후 10시까지 이 후보를 기다렸다. 취재진은 현장에서 새정치연합 예비후보인 노관규 전 순천시장과 조순용 전 청와대 정무수석과 조우했다. 하지만 이 후보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중간 중간 캠프 측에 유세 현황을 확인했지만, ‘알 수 없다’는 답만 되풀이했다. 오후 10시경 그의 수행원과 어렵게 통화가 됐다. 그러나 그는 “언론과의 접촉을 원하지 않는다. 이 후보의 오늘 일정은 우천 탓에 취소됐고 지인과 약속자리에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취재진은 다음날 아침 다시 캠프를 찾았다. 캠프 관계자는 ‘절대 거짓이 아니다’라며 순천 조례동 백화점과 근처 아파트 단지 일대의 오전 유세 일정을 일러줬다. 취재진은 캠프 측이 제시한 일정을 토대로 오전 내내 해당 지역에서 이 후보를 기다렸다. 하지만 취재진은 그를 보지 못했다. 2일과 3일에 걸쳐 캠프 측이 <일요신문>에 제시한 유세 일정은 사실과 달랐던 셈이다.
전날 통화를 약속한 수행원은 끝내 <일요신문>의 전화를 받지 않았다. 취재진이 보낸 회신 부탁 문자에도 여전히 답은 없었다. 이 후보의 전화 역시 불통이었다. 취재진이 이 후보의 캠프에서 철수할 때, 캠프 건물 외벽엔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는 그의 선거 문구가 눈에 띄었다. 이 후보를 찾아 헤맸던 취재진의 마음도 매한가지였다.
이 후보의 캠프를 찾는 이는 취재진뿐 아니라 지인을 포함한 지역인사들도 있었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 이 후보를 만나지 못하고 허탈한 표정으로 돌아갔다. 멀리 서울에서 온 인사들도 마찬가지였다. 이 후보의 유세방법과 캠프운영을 두고 현지에선 벌써부터 비판이 오가고 있었다.
캠프에서 만난 한 지역 인사는 “특별한 부탁이나 로비를 하러 온 것도 아니고 그저 음료수 한 통 사들고 멀리서 찾아 온 이들도 그냥 돌려보내더라”며 “이렇게 소통이 안 되니 그가 내건 공약에 대한 오해도 번지고 있는 거다. 지역에선 벌써 예산폭탄 공약을 두고 ‘순천시민이 무슨 거지냐’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어차피 안 돼도 위로 올라가면(중앙당 복귀)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정현 후보는 재보선 뒤 핵심 당직 복귀나 입각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이 후보의 상식 밖 유세 방식의 이유에 대해 캠프 측은 “이 후보만의 깊은 뜻이 있지 않겠는가”라고 반문하며 “이유를 말씀 안하니 우리도 알 수 없다. 우리도 연락이 안 돼 답답할 때 있다”며 되레 취재진에 하소연했다.
전남 순천=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