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주’ 겔겔대니 ‘코스피’ 덜덜 떤다
코스피 지수 2000선 지지 일등공신인 삼성전자의 2분기 실적이 전년동기보다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삼성전자 주주총회 모습. 사진제공=삼성전자
2분기 실적발표(8일)를 앞둔 삼성전자에 대해 증시 전문가들은 ‘어닝쇼크(Earning Shock, 예상치에 크게 못 미치는 실적)’를 점쳤다. 문제는 2분기뿐이 아니라는 점이다. 상당기간 삼성전자의 실적이 전년동기보다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심지어 이건희 회장의 입원이 장기화되면서 후계구도를 위해 삼성전자가 주가하락을 방치할 것이라는 분석까지 나올 정도다. 삼성전자 주가가 하락하면 당장 이건희 회장이 보유한 3.38%의 지분을 상속·증여받을 때 세금이 줄어든다.
익명의 증권사 연구원은 “최근 삼성전자 IR(투자자관계) 담당자들이 애널리스트들에게 먼저 전화를 걸어 2분기는 물론 3분기도 힘들 것으로 예상되는데 실적추정치나 목표주가를 낮춰야 하는 게 아니냐고 언급한다”고 전했다.
삼성전자가 실적부진에 따른 주주들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자사주 매입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고개를 들고 있다. 하지만 후계구도를 앞두고 그룹 내 현금이 절실한 마당에 대규모 자사주 매입에 나서기 부담스럽다는 신중론도 있다. 한꺼번에 자사주를 많이 사면 주가하락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 따라서 자사주 매입에 나서더라도 주주를 달래는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이미 자사주 지분율도 14%를 넘는다.
삼성전자의 부진으로 SK하이닉스나 LG그룹 전자 계열사들이 상대적 수혜를 볼 것이란 기대도 있다. 하지만 SK하이닉스와 LG전자는 상반기에 이미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실적전망이 밝은 편이지만 하반기에도 또 다시 가파른 상승을 기대하기는 부담스럽다.
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국내 기관투자자들은 삼성전자 비중이 줄이면 SK하이닉스나 LG관련 IT주로 채우겠지만, 글로벌시장에 투자하는 외국인들은 삼성전자 대신 애플 등 다른 국가의 경쟁사 IT주 비중을 높이는 게 보통”이라며 “외국인이 적극적으로 사지 않으면 주가가 오르기 어려운 게 우리 시장 구조다. SK하이닉스나 LG전자 관련주가 유망하기는 하지만 삼성전자의 반대 수혜로 대박을 내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설명했다.
상장사 전체에서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영업이익이 33%, 순이익이 40%가량이다. 삼성전자 이익이 10% 줄어들면 시장 전체 순이익이 3~4% 줄어드는 셈이다. 게다가 삼성전자의 실적부진은 부품주들의 실적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실제 시장이 미치는 파장은 그 이상인 셈이다.
한편 삼성전자의 부진은 후계구도에 대한 시장 관심을 높여 삼성물산의 투자매력을 부각시킬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다른 곳도 아닌 삼성증권 양대용 연구원은 최근 하반기 유망종목 10개를 추려내면서 “하반기 유망종목으로는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 시 기업가치 상승이 기대되는 현대글로비스와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 시 보유 우량자산의 현실화 가능성이 부각되는 삼성물산을 추천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의 가치와 상장을 앞둔 삼성SDS 지분 가치가 부각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삼성증권이 제시한 하반기 10개 핵심 추천주에서 삼성 계열사 보통주는 삼성물산이 유일하다. 웬만하면 추천종목에서 빠지지 않던 삼성전자는 삼성전자 우선주로 대체됐다. 주주친화적 배당정책이 기대된다는 이유에서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