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중심 K대 인맥 ‘오작교’ 놓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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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준영 경찰청장(왼쪽), 고려대 전경(가운대), 김종빈 검찰총장. | ||
수사권 조정을 놓고 검·경이 연일 힘겨루기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여권 내 일부 고려대 출신 인사들 사이에서 은밀하게 김종빈 검찰총장과 허준영 경찰청장 사이를 중재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 총장은 법학과 67학번, 허 청장은 행정학과 73학번이다.
실제 서로 접촉하기를 극도로 꺼려하던 두 사람 사이를 두고 최근 연이어 ‘주말 골프회동설’이 나오는 배경에는 여권이 중심이 된 정치권 및 여타 고대 동문들의 중재가 든든한 힘이 됐다는 후문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최근 경찰이 일부 일선 검사의 지나간 비리를 연이어 공개하고, 이에 검찰도 존대어로 작성하지 않은 경찰의 구속 영장 청구를 기각하는 등 양측의 신경전이 극한 양상으로까지 번진 시점에서 불어 닥친 일종의 ‘화해 기류’라는 점에서 ‘묘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아직은 두 사람 사이에서 누가 ‘가교’ 역할의 핵심을 맡고 있는지는 드러나지 않은 상태. ‘검·경 대란’ 자체가 개인 대 개인 간의 문제에서 빚어진 잡음이 아닌, 조직과 조직 간의 역할 정리 과정에서 불거진 갈등이라는 점에서 “아무리 좋은 일을 한다”고 해도 당연히 이름이 거명되는 자체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더구나 화해의 손짓 자체가 두 수장의 ‘소신’을 압박하는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점 때문이어서인지 여권 내에서는 고대 출신 정치인들이 검·경 갈등 진화에 나섰다는 ‘설’에 대해 대부분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이거나 쉬쉬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이러한 움직임은 청와대 출입 기자뿐 아니라 여당 출입 기자 등에게서도 감지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부는 직접 확인에 나선 것으로 알려진다.
공식적으로 실체가 드러나지는 않지만 두 수뇌부와 같은 대학 출신 여권 인사 등이 두 사람의 화해를 위해 뛰고 있다는 ‘설’은 비공식 석상에서 기정 사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구체적으로 고대 출신 여권 인사가 직접 두 사람과 조율을 하거나 혹은 이들이 동문 라인을 움직였을 것이라는 추측이 팽팽하게 엇갈리고 있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정부 관계자는 “예스도 아니고 노도 아니다”라는 표현을 쓰며 부정하지도, 부인하지도 않았다.
정치권에서는 만약 고대 동문회가 중재에 나섰다면, 김 총장과 허 총장의 과 동문들이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하지 않겠느냐는 일관된 반응이다.
일부에서는 검찰과 ‘평행선’을 달려온 정부 여당으로서는 허 청장보다는 김 총장을 ‘어루만지는’ 부분에 비중을 뒀을 것으로 보고 있기도 하다.
일단 여권 내에서는 김 총장과 법학과 동문인 정세균 원내대표와 임채정 의원을 필두로 최용규 임종인 문석호 오영식 의원이 김 총장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을 후보군으로 꼽힌다.
특히 김 총장의 경우, 측근 인맥 구성이 거의 법학과 선후배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에서 이들의 행보가 주목되고 있다고 한다.
이들이 직접 나서지 않고 다른 라인을 가동했을 경우에는, 김 총장의 법학과 67학번 동기들이 가장 우선으로 꼽힌다.
조성준 전 열린우리당 의원, 사법연수원까지 동기인 이정호, 이관형 변호사와 이재경 정태선 변호사 등도 김 총장과는 막역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특히 지난 대선 당시 노 후보의 선거총본부장이었던 이상수 전 열린우리당 의원은 김 총장과 과 동기이자 같은 여수 출신(여수공고)인 동향 사이다.
특별한 인맥이 부각되지 않은 허 청장에 대해서는 김 총장과도 어느 정도 교감을 나눌 수 있는 인사가 연결 고리 역할을 했을 것이라는 분위기다.
이 점에서 법학과 64학번으로 경찰청 경무국장과 해양경찰청장을 지낸 경찰 출신의 서재관 열린우리당 의원과 사법고시 16기이자 김 총장과는 법학과 후배인 강희락 대구지방경찰청장이 유력한 중재자로 떠오르고 있다.
이처럼 고대 출신 인사들 이름이 비공식적으로 거론되고, 이들이 검 ·경 수뇌부의 갈등 조정자로 나서고 있다는 얘기가 나도는 배경에는 극한 대립 양상으로 치닫는 검·경간의 대립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여권 내의 분위기가 한 몫 한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다.
실제 정부와 여당 관계자들은 최근 강남 부동산 문제, 서울대 입시안 파문 등으로 ‘본의 아니게’ 정국이 대치 구도 형국으로 바뀌는 중에도 검찰과 경찰의 소용돌이는 수그러들지 않아 상당한 부담감을 느꼈다는 후문.
이러한 와중에 러시아 유전 개발이나 행담도개발 의혹 사건이 불거진 이후 그간 검찰을 압박해온 정부 여당 내에서까지 “더 이상 한 쪽 편들기에 매달릴 수 없다”는 기류가 흐르면서 검·경 수뇌부간의 갈등 폭을 하루 빨리 좁혀야 되지 않겠냐는 의견이 대세론으로 굳어지지 않았겠느냐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7월5일 예고도 없이 검·경 수뇌부에게 경고성 발언을 한 의도를 이 같은 맥락에서 풀이할 수 있는 셈이다.
은밀하게 고대 인맥을 내세우게 된 것은 노 대통령 발언 이후 일부에서 정부가 검·경 문제에 너무 개입한다는 비난을 피해가자는 의도가 아닌가라는 시각이다. 실제 일부 여권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이제 두 수뇌부의 동문들이 해줘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한다. 두 사람의 공통분모인 학연에서 교집합을 끌어내는 선택 외에는 달리 방도가 없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노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화를 낸 이후 김 총장과 허 청장이 폭탄 발언을 자제하고 있는 등 외관상으로 양측의 갈등이 진정 국면으로 접어든 분위기다. 그러나 ‘학연’이라는 미봉책으로 잠시 봉합된 갈등이 또 다시 언제 폭발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