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8부(부장판사 김종호)에서 열린 첫 공판에서 강덕수 전 회장의 변호인은 계열사 부당 지원 혐의 일부만 인정하고, 나머지 횡령·분식회계 혐의에 대해서는 아예 몰랐거나 범행 의도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강 전 회장 변호인 측은 “STX그룹은 조선, 해운, 에너지, 건설 등 사업을 수직 계열화해 시너지 효과를 냈다. 그러나 2008년 세계 금융위기와 2010년 유럽 재정위기로 수직 계열화가 오히려 경영난을 가중했다”며 “STX그룹은 하나의 거대한 조선소 같아서 계열사 하나가 무너지면 전체 그룹에 큰 영향을 미치는 구조였다. 이에 부실 계열사를 버리지 못하고 그룹이 고통을 분담할 수밖에 없었다”고 호소했다. 부도 위기에 놓인 STX건설 등을 살리기 위해 다른 우량 계열사의 지원을 무리하게 동원했다는 항변인 것.
이어 변호인은 “회사를 살리려던 피고인의 노력이 횡령과 배임으로 치부됐다”며 “피고인 강 전 회장은 개인적 이득을 취한 바 없고, 경영 정상화를 위해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은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강 전 회장 역시 재판부의 기회를 받아 5분간 직접 항변을 했다. 강 전 회장은 “STX그룹 회장으로서 회사를 제대로 경영하지 못해 채권은행과 임직원들에게 고통을 준 것에 깊은 책임을 통감한다”며 “회사 정상화를 위해 열심히 일한 임직원들을 함께 법정에 서게 한 것은 내가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강 전 회장은 “나 혼자 희생하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생각해, 재산 전부를 채권단에게 맡겼다. 잘못한 부분은 처벌을 달게 받겠지만, 그룹 회생을 위해 노력한 점은 깊이 이해해달라”고 호소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