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배트’ 억울한 누명 인생공부 잘했슴다
최근 자신과 무관한 ‘부정배트 논란’에 휘말리며 가슴앓이를 했던 나성범. 그 덕(?)에 잠시 뒤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나성범은 최근 마산의 한 오피스텔로 이사를 했다. 이전의 집보다 조금 더 넓은 평수라 생활하기가 훨씬 편안해졌다고 말한다. 그래서 기자가 아파트가 아닌 오피스텔을 구입한 이유를 묻자, 나성범은 “내 연봉이 얼마인 줄 아느냐?”라고 되묻는다. 알고 보니 7500만 원이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겨우’ 4000만 원을 받았다. 그로선 아파트는 고사하고 오피스텔에 사는 것도 감사할 지경인 것. 오피스텔도 월세라고 귀띔하며 “마산이 의외로 집값이 비싸다”며 볼멘소리를 한다.
연봉 1억 원도 받지 못하는 선수가 올스타 투표에서 최고의 인기 선수로 등극했다. 먼저 소감부터 들어본다.
“지난해는 감독님 추천으로 뽑혀 존재감 없이 올스타전을 끝냈기 때문에 올해도 큰 기대를 하진 않았다. 그런데 중간 투표 결과가 나왔을 때 의외로 큰 지지를 받고 있어 깜짝 놀랐다. 내가 마산에선 ‘아이돌’ 급이지만, 아직 전국구 스타는 아니지 않나. 그런데 상위권에 이름이 올라 있어, ‘아, 올 시즌 성적이 큰 기여를 했구나’ 싶었다. 당연히 기분이 좋았다. 축하도 많이 받았고. 프로 경험이 짧은 선수에게 이런 큰 타이틀을 안겨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투표는 비밀로 진행된 건데, 인터뷰에서 공개를 해도 되는지 모르겠다. 선발투수로는 KIA 양현종 선수를, 1루수에는 박병호 선배님을 추천했는데, 모두 가장 많은 투표를 받고 올스타에 선발됐다. 누구보다 박병호 선배는 정말 대단한 분이다. 2년 연속 MVP에 뽑히는 것도 어려운 일인데, 올 시즌 성적이 시즌 끝까지 간다면 3년 연속 MVP를 수상할 수도 있을 정도다. 병호 형이랑 많이 친해지고 싶은데, 그동안 별다른 계기가 없었다. 기회 되면 식사라도 하면서 형으로부터 많은 조언을 듣고 싶다.”
평소 술, 담배를 하지 않는 나성범을 두고 팬들은 ‘모범생’이라는 수식어를 붙여줬다. 같은 팀의 선배 이호준은 “인생을 굉장히 심심하게 사는 스타일”이라며 술 한 잔 입에 대지 못하는 나성범을 흔들었다.
“술은 체질적으로 맞지 않는 타입이라 노력해도 안 되는 부분이다. 마산에서 야구장과 집만 오가는 생활을 하니까 선수들도 나에 대해 ‘재미없는 사람’이란 인식을 갖고 있다. 하지만 집에서 잘 논다. 특히 ‘리그 오브 레전드’(LOL) 게임을 하다보면 시간이 금세 지나간다. 스트레스를 게임을 하며 풀곤 한다. 술, 담배만 안할 뿐, 모범생과 나하고는 좀 거리가 있다고 본다.”
나성범은 광주진흥고 시절 LG 트윈스의 지명을 받았지만, 포기하고 연세대로 진학했다. 이전부터 그 속사정이 궁금했다. 이에 대해 나성범은 “원래 연세대행이 결정돼 있었고, 드래프트에서 지명을 받기 전에 이미 연세대 입학 도장을 찍었기 때문에 지명을 받아도 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라고 밝혔다.
나성범이 지난 4, 5, 7일 마산구장에서 열린 LG전에서 맹활약한 모습. 사진제공=NC 다이노스
“당시 프로에 지명되리라곤 꿈도 꾸지 못했다. 그래서 드래프트 결과를 전달받았을 때는 상당히 아쉬웠다. 주위에선 대학 진학 결정을 왜 이렇게 빨리 했느냐고 야단이었지만, 연세대에선 고2 때부터 우리 형(나성용)이랑 같이 오라고 제안을 했기 때문에 갈 수밖에 없었다. 대학 1학년 때는 프로 지명을 거절하고 대학으로 온 것과 관련해서 상당히 힘든 시간을 보냈다. 행운의 기회를 놓친 듯해 미련과 아쉬움이 컸다. 대학에서 보낸 4년의 시간이 상당히 길었지만, 투수로 좋은 평가를 받았고, NC에 당당히 지명됐기 때문에 지금은 전혀 후회되지 않는다.”
나성범은 최근 부정배트 논란에 휘말린 적이 있었다. 3할8푼까지 찍었던 그의 타격감이 3할4푼대로 내려오면서 타격 페이스가 주춤하자 나성범의 연관검색어에 ‘부정배트’가 뜰 정도였다.
사연은 이렇다. 지난 6월 18일 4개구장에서 한국야구위원회(KBO) 심판위원들이 선수들의 배트 검사를 했는데 당시 마산구장을 찾은 심판위원이 NC 다이노스 더그아웃에서 도료가 짙은 검은색 배트 사진을 찍었고, 이런 내용이 기사화되면서 온라인상에서는 NC 선수들이 부정배트를 쓴다는 얘기와 함께 공교롭게도 그 즈음 타격감이 떨어진 나성범을 두고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던 것이다.
나성범이 부진했던 진짜 이유가 있었다. 경기 중 자신의 타구에 오른 발목 부근을 맞은 이후로 타격 밸런스가 흔들렸던 것.
“통증이 심해서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였다. 병원에서 정밀검사를 받았고, 뼈에 이상이 없다는 소견을 받았지만, 통증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이를 악물고 경기에 나섰다. 개인만을 생각한다면 통증이 가라앉을 때까지 경기를 쉬는 게 좋았겠지만, 팀 상황이 좋지 않아 쉴 수도 없었다.”
통증으로 타격 밸런스가 흔들리고, 자꾸 방망이가 안 맞다보니 생각이 많아지고…. 경기를 하면서 스스로 무덤을 파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잘할 때는 온갖 칭찬과 격려를 보내주시던 팬들이 못할 때는 듣도 보도 못한 비난을 쏟아내시더라. 프로에 와서 처음 겪는 일들로 인해 잠시 뒤를 돌아봤던 시간들이었다.”
나성범은 인천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 예비 엔트리에 포함돼 있다. 4년 전, 광저우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최종 엔트리에 탈락한 아픔이 있는 그라 이번에는 반드시 대표팀에 뽑히고야 말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4년 전에는 대학 3학년 때라 최종 엔트리 탈락에 대해 별다른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지나고 보니 당시 대표팀에서 활약했던 선배들이 정말 쟁쟁하더라. 추신수 김태균 이대호 류현진 윤석민 등등, 우승할 수밖에 없는 멤버였다. 이젠 우리가 만들 차례다. 그리고 그 기회가 나에게 주어졌으면 좋겠다. 8월 15일 발표인데,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