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민’ 만날까 걱정… ‘만남 범위’ 한정 경향
▲ 재벌가 자녀들의 사랑을 다룬 SBS 드라마 <루루공주>의 한 장면. 최근 재벌가 자녀들의 일반인 접촉 기회가 많아지자 재벌가 부모들은 ‘만남’ 자체를 한정하고 있다고 한다. | ||
자유로운 시장에서 자유로운 발상을 상품화시켜 성공의 성공을 거듭, 어마어마한 부와 명예를 거머쥔 재계 거물들. 결론부터 말하자면 겉으로는 무엇인들 다 받아줄 수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녀의 연예와 결혼에 대해서만큼은 꽤나 엄하고 보수적이다.
우선 이들의 자녀 교육이 일반인들과 다를 것임은 충분히 상상하고도 남는다. 일반인들도 자녀 교육에 모든 것을 희생하는 판에 스스로가 만들어 놓은 것을 물려줄 자녀의 교육에 무관심할 리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교육은 본인의 능력과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한 만큼 부모의 마음대로 되지는 않는다. 따라서 여기서부터 부모와 자녀간의 갈등이 시작되기도 한다. 한국에서 대학을 마칠 경우 외국 유명대의 유학은 당연한 것이지만 본인의 능력 탓에 국내에서의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거나 국내에서 무엇인가 문제를 일으킬 경우 도피 유학도 흔한 실정이다.
그러나 이런 유학이 오히려 화를 부르는 경우도 흔하다. 누구의 간섭도 없이 자유분방하게 살다 비뚤어지는 경우도 있고 부적응과 외로움으로 극단적인 방법을 택하는 경우도 없지 않다.
그러나 재벌가 부모와 자녀 간의 갈등은 연애나 결혼 문제에서 더욱 심하다. 아들들의 경우는 그래도 나은 편이다. 연예인과의 결혼도 심심치 않고 평범한 여자와 만나 결혼하는 경우도 적지는 않다.
그러나 딸들의 경우 결혼 상대자를 고르는 데 있어서 아들들과는 달리 많은 제약을 받는 것이 현실이다. 연애나 결혼 상대자를 만나는 데 있어 본인 의사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 것 같다는 이야기다. 실제 재벌가의 딸들을 보면 정계 거물급 인사나 혹은 다른 재벌가의 자제와 연을 맺은 케이스가 대부분이다. 부모들 뜻으로 대부분 정략결혼을 했다는 것이다.
지난 8월 발표된 연세대 사회학과 유지혜씨의 ‘최상류층 미혼자녀들의 생활양식을 통한 계급재생산 연구’라는 논문에서도 재벌가 딸들의 결혼 상대자가 다른 재벌가나 고위 관료 자제로 편중되는 현상이 사례 분석을 통해 입증되기도 했다.
이 논문에서는 대기업 회장, 부회장 등의 20대 미혼 자녀 결혼 사례 39건을 분석한 결과, 28건이 비슷한 수준의 계층끼리 결혼한 것으로 조사됐다. 재벌가 내에서도 ‘비슷한 처지의 사람끼리 만나야 잘 어울리고 잘 산다’는 일반론은 단어 의미 그대로 답습되고 있는 셈.
최근에는 결혼의 사전 단계인 연애 때부터 부모들이 철저하게 관리하는 현상이 두드러진다고 한다. 자연히 재벌가의 딸들은 선별된 연애 상대를 만날 수 있는 자선 모금 파티나 할로윈 파티 등의 특별한 모임 자리나 강남의 고급 결혼 정보회사로 모여들 수밖에 없다.
대기업 총수를 곁에서 보좌한 적이 있다는 한 기업인은 “인터넷이 발달하고, 여가 문화가 발전하면서 딸들이 평범하다고 판단되는 남성들과의 접촉 빈도수가 늘어날 수 있다는 점에 대해 기업 총수들이 상당히 걱정을 한다”며 “미리부터 짝을 정해 놓으면 역효과가 나기 때문에 우선 만남의 범위를 한정하려고 하는 경향이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가입비가 10번 만남에 5백만원에서 천만원까지 육박하는 소위 고품격 결혼정보회사에 가입된 여자 회원들 중 약 30~40%는 재벌가 딸들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 ‘물’ 관리가 철저하기로 유명한 결혼정보업체의 대표는 “결혼 상대자뿐만 아니라 연애 상대로도 아주 특별해야 한다는 게 재벌가 부인들의 소신이자 절대적 요구 사항”이라며 “이들은 업체에서 별도로 관리하면서 소위 킹카로 불릴 만한 남성들만을 소개한다”고 전했다.
엄청난 화제를 뿌리며 평범한 남성과 결혼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큰딸 이부진 호텔신라 상무의 경우는 예외 중의 예외. 그런 만큼 셋째 딸 윤형씨의 고민도 더 컸을지 모른다는 이야기다.
유재영 기자 elegan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