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관리하면서 인맥 키워
▲ 윤상림씨가 소유한 것으로 알려진 전남 지역의 J관광호텔. | ||
도대체 윤씨는 어떠한 인물일까? 과연 누구이기에 전직 경찰청장이 “윤씨로부터 거액이 든 선물상자를 건네받은 뒤 비서실을 통해 즉시 돌려준 적이 있다”는 말로 ‘고해성사’를 하는가 하면, 과거 윤씨를 수사하면서 구속을 시키고자 했으나 법원에서 기각당한 경험이 있던 검사가 “당시 검찰 고위 간부의 압력이 있었다”고 폭탄 발언까지 했을까?
최근 기자가 만난 전직 검찰 고위 간부는 윤씨에 대한 얘기를 꺼내놓자마자 “신문 기사의 제목을 ‘준비된 브로커’라고 뽑아도 될 것”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일찌감치 출신 지역에서 중앙까지 이르는 정·관·검·경·군의 탄탄한 인맥을 구축해 놓은 뒤, 군납에서 각종 검·경 지휘 사건의 수사 무마 청탁까지 개입했다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말인 셈이다.
전남 지역 소식통에 따르면, 59년 보성 출신으로 K농고를 졸업한 윤씨는 첫 아내와 사별 후 개인 사업을 하다가 J호텔 여사장과 결혼, 실질적인 호텔 회장 노릇을 하면서 입지를 넓혀 간 것으로 알려진다.
그 뒤 윤씨는 전남 지역 출신으로 국내 조직 3대 패밀리 수장이었던 유명 보스들의 후원자 역할을 했고, 결국 나중에 명실상부한 전남 지역 조직 폭력배의 최고 실세로 통했다는 게 지역 소식통들의 전언이다.
OB파 두목인 이동재와 함께 조직의 쌍두마차로 불린 이아무개씨와는 아주 절친한 관계였다고. 보성 지역의 한 주민은 “윤씨는 OB파 고문으로 알려진 이씨가 가장 아끼는 후배라는 소문이 퍼졌다”며 “그러나 윤씨는 다른 조직과도 적절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세를 키워 나간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조폭 수사 전문가로 꼽히는 전직 검찰 간부도 “현지에서는 이씨보다 더 영향력이 컸다는 얘기까지 있었다”고 밝혔다.
순천 등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한 윤씨는 각 보스들의 장기 투옥으로 생긴 공백을 메우면서 점차 권력과의 인맥을 중심으로 각종 이권 등에 개입하는 쪽으로 변신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호텔 사업과 서울 청계천 오락실, 석유 판매 사업이 인맥 관리의 중심이 됐다고 후문. 특히 군 인맥은 상상을 초월한다는 게 지역 주민들의 말이다. 과거 윤씨의 부친 회갑 잔치 당시 지역 1개 중대 병력이 지원을 나왔으며, 장성들도 여러 명 참석했다는 얘기가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는 전설처럼 전해지는 일화라고 전한다.
윤씨의 이름과 행각, 인맥이 일부분 드러난 것은 지난 96년 12월. 이 당시 광주지검 순천지청이 폭력조직 순천시민파의 보스이자 양은이파 부두목인 오아무개씨 등을 구속하는 과정에서 윤씨가 군납권과 수사 청탁을 미끼로 1억4천여만원을 가로챈 혐의가 드러난 것이다.
당시 수사 검사가 윤씨를 포함한 6명의 신병을 확보,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이 윤씨 등 네 명의 영장을 기각해 한동안 지역 법조계에서 논란이 된 바 있다. 결국 검찰이 영장을 재청구해 사전영장을 받아냈으나 이 과정에서 윤씨가 도주해버리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유재영 기자 elegan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