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름’ 이 최고의 유흥이니…
대도시에서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던 카지노바와 트렌드 게이바 등 현재 사북 중심가의 모습과는 어울리지 않는 유흥업소들이 문을 열기도 했지만 장사가 안 돼 곧 문을 닫기 일쑤였다. 폐광, 강원랜드 건립, 이후 6년이 지난 강원랜드 주변 유흥가의 현주소는 오히려 피폐한 모습이었다.
밤 12시경 밤을 잊은 갬블러들로 북적이는 카지노를 뒤로 하고 마을 중심가를 찾았다. 그러나 취재진의 눈앞에 펼쳐진 마을 광경은 카지노에서 봤던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연중무휴의 강원랜드를 찾는 인파가 많은 만큼 웬만한 관광지의 유흥가를 방불케 할 줄 알았던 중심가에서 그나마 네온사인으로 번쩍이는 것은 몇 개의 모텔과 안마시술소, 곳곳의 전당포였다.
그나마 성업중인 한 전당포의 주인은 “룸살롱도 하나 있고 단란주점도 여러 개 생겼지만 찾는 사람들은 대부분 마을 주민이나 전국에서 모인 공사장 인부들”이라며 “잠도 안자며 카지노를 하는 사람들이 굳이 지방까지 내려와 유흥업소를 찾겠냐”고 반문했다. 한때는 카지노바나 게이바가 생겨나기도 했지만, 카지노바의 경우 생긴 지 얼마 안 돼 경찰의 단속으로 문을 닫았고, 게이바 역시 찾는 사람들이 없어 문을 닫을 지경이라는 게 마을에서 만난 주민들의 말이었다.
도시의 밤문화와 유행코드를 따라 몇몇 업소들이 생겨났다가 이내 간판을 내리고 마는 것이 강원랜드 주변 상권의 현실이라는 것이다. 이는 사북을 제외한 인근 지역인 고한, 증산 등지도 마찬가지였다.
강원랜드측은 “음식점의 경우 낙후돼 있는 상점들을 대상으로 시설 개선 비용을 지원하는 한편 호텔 조리부에서 레시피를 제공하거나 교육하기도 한다”고 밝혔지만 이곳 주민들은 여전히 지역의 특산물이나 맛을 살린 음식점 하나 선뜻 소개해 주지 못했다.
이러한 실정이다 보니 “낮이고 밤이고 지역 상권을 지탱하고 있는 업종은 전당포나 모텔이 될 수밖에 없다고 상인들은 전한다. 카지노를 찾는 사람들의 수요와 대비해 아직까지는 이곳의 숙박 시설이 부족한 상태고 카지노에서 돈을 잃은 손님들이 스스로 먼저 찾는 곳이 전당포이기 때문이다.
“불법 카드깡과 편법 거래로 단속에 걸린 전당포들이 문을 닫고, 이제는 1백여 개에서 40개 업소만이 살아남았다”는 한 전당포 점원은 “대도시에 카지노바가 생기면서 서울에서 내려오는 손님들도 줄어들었고, 강원랜드 객장 내 규정이 까다로워지면서 매출이 30~40% 떨어졌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폐광지역의 경제 활성화를 돕는다는 명목으로 강원랜드가 건립된 지 7년째. 강원랜드의 이용자와 매출은 개장 초기에 비해 몇 배로 뛰었지만 현지 취재 결과, ‘되는 장사’인 유흥업과 사채업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주민들의 한숨 소리는 커져만 가고 있었다.
강원 정선 = 양하나 프리랜서 hana010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