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주름잡은 강원랜드 스타
▲ 드라마 <올인>의 한 장면. | ||
김씨와 함께 여러 차례 게임을 즐긴 적이 있다는 강원랜드 VIP 회원 유아무개씨는 “아직도 김씨가 세운 70억원 기록은 깨지지 않고 있다. 당시 나도 그의 게임을 봤는데 정말 세계 최고의 도박사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고 전했다. 그가 전해주는 김씨에 대한 기억은 다음과 같다.
증권사 직원이던 김씨가 강원랜드에 나타난 것은 메인카지노가 개장한 지 6개월여가 지난 2003년 늦가을이었다. 일반실에서 카지노를 시작한 그는 불과 몇 시간만에 수천만원, 1~2일만에 수억원을 손에 쥐게 되었고 강원랜드는 그에게 VIP 자격을 주었다. VIP실로 옮겨간 그는 불과 2~3일 만에 70억원이 넘는 돈을 손에 쥐며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인터넷을 통해 도박을 공부했다”는 말을 주변 사람들에게 했다는 김씨는 “3백억원을 벌기 위해 여기에 왔다”고 말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당시 그의 행운은 여기까지였다. 도박으로 딴 1백억원에 가까운 돈을 불과 1주일여 만에 모두 잃게 된 그는 카지노에 상주하는 전주들의 돈마저 수십억원을 잃은 뒤 미국으로 야반도주를 감행했다. 그러나 그것이 끝은 아니었다.
미국으로 건너간 뒤 불과 몇 달이 지나지 않아 라스베이거스에 나타난 그는 몇백달러의 판돈을 바탕으로 재기에 성공, 수십만달러의 돈을 다시 벌었다고 한다. 불과 한두 달 사이에 벌어진 일. 이러한 소식은 도박사들의 입을 통해 당시 강원랜드에도 전해졌다. 이후 그는 라스베이거스, 마카오, 필리핀, 강원랜드 등을 돌아다니며 수백억 혹은 수천억원을 벌거나 혹은 잃는 과정을 반복했다.
한때 강원랜드에 그가 나타나면 VIP룸에서 다른 게임은 하지 않고 그와의 게임에만 집중했을 정도였다고 한다. 그리고 2004년 여름에는 세계의 도박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마카오에서 선상크루즈 게임을 벌이기도 했다.
유씨는 “나도 당시 마카오에서 그가 게임을 하는 것을 몇 번인가 봤다. 당시 그의 이름은 국제적으로도 유명할 정도였다”며 “선상크루즈 게임은 정말 장관이었다. 수십억원씩 베팅이 되는 게임에서 그가 하루에 딴 돈이 무려 4백억원이 넘었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사람의 운명은 알 수 없는 것. 그는 이후 나락의 길로 빠졌고 결국 그에게 돈을 댄 전주들의 고발로 인터폴에 의해 국제지명수배를 받기에 이르렀으며 지난해 초 홍콩에서 체포돼 현재는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다고 한다.
한때 수백억원을 주무르며 전세계 도박계를 평정했던 누구보다 화려했던 그의 인생도 불과 2~3년에 불과했던 것이다. 유씨는 “게임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들에게 돈은 있다가도 없는 것이다. 갑자기 수백억원이 생길 수도 있고 또 며칠 만에 알거지가 될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김씨에게 2~3년은 아주 긴 시간이다”고 말했다.
정선=한상진 기자 sjine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