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인터넷상 이적표현물 단순 퍼나르기, 이적행위 목적 입증 안돼 국보법 위반 아냐” 판결

[일요신문] 이적표현물이더라도 인터넷 상에서 단순히 퍼나른 행위만으로는 국가보안법(국보법)을 적용해 처벌할 수 없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대전지법 형사항소2부(부장판사 권희)는 지난 2011년 4월부터 1년여 간 자신의 인터넷 블로그에 북한을 찬양하거나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인하는 글 등 이적표현물 84건을 올린 혐의(국가보안법상 찬양·고무 등)로 기소된 조 아무개 씨(54)에 대해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를 선고했다고 30일 전했다.

검찰은 조 씨가 30년 이상 공무원으로 근무한 점 등을 들어 자신의 행위가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점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이적표현물을 퍼날랐기 때문에 이적목적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도 조 씨가 블로그에 올린 글 등이 이적표현물이라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조 씨가 올린 글은 대부분 직접 작성한 것이 아니라 인터넷 상에 널리 유포된 것들을 별다른 제한 없이 복사해온 것들”이라며 “그가 블로그에 올린 3500건의 게시물 가운데는 대한민국이 북한과의 체제경쟁에서 승리했다는 등의 내용도 다수 포함돼있기 때문에 조 씨의 행위에 북한을 찬양·고무하거나 국가변란을 선전·선동할 목적이 있었다고 단정하긴 어렵다”고 검찰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 역시 ‘표현물의 이적성을 인식하고 이적표현물을 복사·소지·반포하는 등 행위를 했더라도 이적행위를 할 목적이 인정되지 않으면 범죄 구성요건이 충족되지 않는다’는 대법원의 판례를 들며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조 씨의 이적목적이 입증되기 어렵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민웅기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