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내부의 적’ 견제하다가…
안철수 전 대표와 문재인 의원은 ‘자기 사람’ 위주로 지원 유세에 나섰다. 야권단일화가 성사되기 전 기동민 서울 동작을 후보를 찾은 안철수 전 대표. 구윤성 기자 kysplanet@ilyo.co.kr
이번 지방선거 결과를 전해 듣고 좀처럼 웃음기를 감추지 못했다던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재보선 15곳 중 이정현 후보가 당 지도부 지원을 거절한 전남 순천·곡성을 제외하고 14곳을 빠짐없이 다녔다. 첫 번째 지원 유세지였던 충남 서산·태안 김제식 후보는 당선 후 “당 대표께서 저를 두 번씩이나 무등을 태워줬다. 그 이후에 승기를 잡았다”는 공치사를 남겼을 정도다.
김 대표는 지난 7월 24일 서울 동작을에서 야권단일화가 성사된 이후 하루도 빠짐없이 동작구를 찾아 나경원 후보 지지를 호소했다. 동작을과 함께 여당 일정팀이 선거 막판 가장 심혈을 기울인 곳은 경기 평택을이었다. 이곳은 여론조사에서 줄곧 열세를 보여 왔으나 김 대표 측은 공식유세기간 13일 중 7일이나 할애하면서 결국 승리를 견인해 냈다. 김 대표는 당선가능성이 희박한 호남 지원에도 하루를 배정했는데 공교롭게도 모든 새누리당 후보가 100% 선거비용 보전 기준인 15% 이상 득표했다.
반면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는 이번 재보선에서 ‘선택과 집중’에 실패했다. 특히 지난 24일 오후 기동민 후보가 사퇴 이후 4일 동안 한 번도 서울 동작을 지원유세에 나서지 않았던 것은 뼈아픈 실수였다. 안 대표는 단일화 이전까지는 거의 매일 동작구를 찾아 기동민 후보 지원에 열을 올렸지만, 노회찬 진보당 후보로 단일화된 이후에는 발길을 끊은 셈이다. 이와 함께 안 대표 측은 무소속 야권단일후보가 뛰고 있던 울산 남구을 역시 한 번도 지원에 나서지 않았다.
가장 박빙 지역이었던 ‘수원벨트’ 역시 온도차를 보였다. 새정치연합이 천막당사를 마련해 필사의 각오로 지원했던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안철수 대표는 13일 가운데 10일을 박광온 수원정(영통) 후보 지원에 나서 당선에 기여했지만, 손학규 수원병(팔달) 후보 지원 유세는 불과 이틀에 그쳤다. 박광온 후보는 거의 매일 지원했던 반면 손학규 후보 지원에는 소극적이었던 셈이다. 손학규 캠프 측에서도 당 지도부에 적극적으로 도움을 구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아 전략적 공조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던 것으로 평가된다. 반면 김무성 대표는 13일 중 6일을 수원병 지원 유세에 나섰다.
친노 박영순 대전 대덕구 후보를 지원 유세하는 문재인 의원. 연합뉴스
문재인 의원은 지난 6·4 지방선거 때와 마찬가지로 독자적으로 유세 일정을 소화했다. 또 지난번과 같이 지역적으로 PK(부산·경남), 계파적으로 친노무현계 후보를 집중 지원하고, 호남 지원에는 소극적이었다. 문 의원은 자신이 후원회장을 맡고 있는 윤준호 부산 해운대·기장갑 후보, 지난 대선 캠프 SNS팀장이었던 조한기 서산·태안 후보, 노무현 정부 당시 함께 일했던 박영순 대전 대덕구 후보 지원에 긴 시간을 할애했지만 이들 모두 패했다.
특히 25일에는 전략공천 이후 <뉴스타파>의 재산축소 의혹 보도 등으로 여론의 공세를 받은 권은희 후보 지원 일정을 계획했다가 돌연 취소하기도 했다. 전날 새벽까지 세월호 도보행진 등의 일정을 소화하느라 부득이하게 취소됐다지만, ‘노무현의 남자’가 출마한 전남 순천·곡성에서 내리 이틀을 할애했던 것과 분명 대조적인 모습이다. 이정현 후보가 서갑원 후보를 꺾은 데는 노무현 정부에서 불붙은 ‘호남소외론’이 일조했다는 점에서 깊은 성찰이 필요한 대목이다.
김임수 기자 ims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