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청와대 긴장하라’ 안철수 ‘남느냐 떠나느냐’
김무성 대표는 재보선 지역을 골고루 돌며 지원 유세에 나섰다. 나경원 동작을 후보가 김 대표와 함께 지지를 호소하는 모습.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7·30 재보선 직전인 지난 7월 24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서 발표한 차기 대선지지율(여야 통합) 조사에서 문재인 의원이 15.5%로 7주 만에 1위로 올라섰다. 6·4 지방선거 이후 줄곧 1위를 지켜오던 박원순 서울시장은 전주 대비 2.3%포인트 하락한 15.2%로 2위로 내려왔다. 문 의원은 이번 재보선 공식선거운동 기간에 전국 지원 유세에 나서면서 주목을 끌었던 반면, 박원순 시장은 현역 광역단체장으로서 선거 지원이 불가능해 상대적으로 하락한 형국이다.
7·30 재보선은 이들의 운명을 급격히 바꿔놓았다. 복수의 야권 관계자들은 재보선 참패로 문 의원을 비롯한 모든 야권 잠룡이 타격을 입은 반면 박원순 시장만은 잘 피해갔다는 평가를 내 놓고 있다. 박 시장은 선거 초반 최측근인 기동민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 전략공천을 물밑에서 동의·지지했다는 의구심에 휩싸였으나 기동민 후보가 선거 막판 사퇴하면서 이번 참패로부터 자유로워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재보선 직후인 8월 1일 리얼미터 발표에 따르면 김무성 대표가 16.1%를 얻으며 처음으로 여야 통합 1위에 올랐고 박원순 시장은 15.8%로 2위를 수성했다. 1주일 전 1위였던 문재인 의원은 13.7%에 그치며 3위로 떨어졌고 안철수 의원은 정몽준 전 의원(10.6%)에 이어 5위, 지지율은 한 자릿수인 9%까지 하락했다.
3위로 떨어진 문재인 의원은 기로에 섰다. 적극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조한기 후보(충남 서산·태안), 윤준호(부산 해운대·기장갑), 송철호 후보(울산 남구을)가 모두 참패한 데다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의전·정무비서관을 지낸 서갑원 후보가 텃밭인 전남 순천·곡성에서 이정현 새누리당 후보에게 압도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은 까닭에서다.
야권의 한 베테랑 보좌관은 “당분간 야권은 ‘친노 문재인’과 ‘비노 박원순’이 엎치락뒤치락하지 않을까 싶다. 박 시장이 비노계라기보다 비노계가 박 시장을 밀 것”이라며 “다만 박 시장이 대망론에 휩쓸리지 않으면서도 서울시정 2기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야한다는 어려움이 있다. 문 의원의 경우 안팎으로 차기 당 대표 및 2016년 총선을 맡아야 한다는 요구가 끊이지 않을 것이기에 충분한 대비와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7월 전당대회 직후 여권주자 1위에 오른 뒤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통합 1위에 오른 김무성 대표는 이번 재보선 압승으로 당권이 더욱 공고해짐은 물론 차기 잠룡으로서의 가능성도 커졌다는 게 중론이다.
여권에서 그를 견제할 다른 대권주자가 마땅치 않다는 것도 호재다. 김 대표와 함께 여권 내 1위 자리를 놓고 다퉜던 김문수 전 경기지사는 당 지도부의 서울 동작을 차출을 거부하고 장고에 들어가면서 존재감이 줄어드는 중이다. 정몽준 전 의원이나 오세훈 전 시장 역시 당 외곽에 머물고 있는 만큼 김 대표에 비해 운신의 폭이 좁다.
새누리당 한 전략통은 “지금 차기 대권 구도를 이야기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시간이 남았다”면서도 “여권은 당분간 김 대표 지지율을 넘어설 사람이 없긴 할 것이다. 다만 남경필 경기지사나 홍준표 경남지사와 같은 현역 광역단체장들이 차차기가 아닌 차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당권과 대권을 분리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면서 나설 수 있다. 지금 남 지사의 ‘대연정’이나 홍 지사의 지리산 케이블카 공약이 넓게 보면 대권 프로젝트의 일환이 아니겠느냐”라고 반문했다.
7·30 재보선 참패로 대표직을 내려놓은 안철수 공동대표의 재기는 불투명하다. 기동민 후보 동작을 전략공천으로 촉발된 공천 파동, 권은희 후보가 나섰던 광주 광산구의 최저투표율(22.3%) 등은 변명의 여지가 없을 정도다. 이 과정에서 안 대표의 책임소재가 불분명할지라도 최측근인 송호창 의원이 전략기획본부장을 맡고 있었다는 점에서도 남 탓만 할 수도 없다.
그나마 위안이라면 자신과 지지율을 나누는 양상에 있던 손학규 고문의 대권레이스 중도 탈락이다. 수원병(팔달) 보궐 선거에서 패한 손학규 고문은 지난 31일 “지금은 제가 물러나는 것이 순리”라며 정계은퇴를 선언했다. 2007년 대선 때부터 잠룡으로 거론되던 그는 긴 정치여정을 마치고 ‘저녁이 있는 삶’으로 돌아간 셈이다.
앞서의 야권 관계자는 “안 대표에게 기회가 아주 사라진 것은 아니라고 본다. 공천 역시 안 대표보다 김한길 대표 측에서 좌지우지했기에 본인은 억울한 측면도 있을 것”이라며 “지난 이명박 정부 중반까지도 여론조사 시 야권 잠룡 1위는 안철수도 문재인도 아닌 유시민 전 장관이었다. 독기를 품고 인내하다 보면 한 번은 더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임수 기자 ims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