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 최대 인사 ‘왕의 남자들’ 들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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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무현 대통령 등 사법연수원 시절 만나 친분을 유지해온 ‘8인회’가 신임 대법관과 헌법재판관 임명을 앞두고 최근 다시 구설수에 올랐다. 청와대사진기자단 | ||
8인회는 이미 현직 검찰총장과 헌법재판관을 맡고 있다. 여기에 대법관까지 진출한다면 사법부 주요 조직의 수뇌부를 모두 장악하게 되는 셈이다. 법조계뿐만 아니라 정치권에서도 대법관 임명 절차를 예의주시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오는 7월 임명될 신임 대법관 5명에 대한 임명 절차를 앞두고 8인회 멤버 가운데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인사는 김종대 창원지방법원장과 이종백 부산고검장이다. 김 법원장은 지역 안배를 위한 지역 법관 발탁 대상자로, 이 고검장은 관행상 검찰에 돌아가는 한 자리로 거론되고 있다.
신임 대법관 임명이 이뤄진 직후인 8~9월에는 신임 헌법재판관 5명에 대한 인사가 이뤄진다. 여기에도 역시 8인회 회원들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서상홍 헌법재판소 사무처장(장관급)이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고, 이 고검장은 대법관 후보군에 이어 헌법재판관 후보군에도 올라 있다.
조대현 헌법재판관은 8인회 멤버들 가운데서 가장 먼저 지난해 6월 이미 이 ‘명예의 전당’에 입성했다. 대법관과 헌법재판관이 판사들이 꿈꾸는 ‘명예의 전당’이라면 검사가 꿈꾸는 최고 요직은 검찰총장. 현 검찰총장 역시 8인회 멤버인 정상명 총장이다. 정 총장은 지난해 10월 임명됐다. 공교롭게도 이들 두 사람은 과거부터 8인회 멤버들 중에서도 또한 유독 노 대통령과 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검찰총장 인선을 놓고 정 총장과 치열한 경합을 벌인 인사 가운데 한 명이었던 이 고검장은 서울중앙지검장(고검장급)에서 부산고검장으로 전보 발령될 당시만 해도 좌천성 인사로 받아들여졌다. 인천지검장 재직 당시 임창욱 전 대상그룹 회장에 대한 봐주기 논란이 불거지면서 천정배 법무장관이 강력한 의지를 발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법조계 주변에서는 다소 다른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다음 해 있을 대법관이나 헌법재판관 임명을 대비한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가 아니냐는 관측이 그것. 검찰 몫으로 한 자리가 배정될 것을 염두에 둔 분석이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 법조단체와 야당이 목소리를 서서히 높이고 있다.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이하 시변)은 그 대표적인 단체다. 시변의 이헌 총무간사는 “8인회 회원이라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반대하지는 않는다”면서도 “현재 대법관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두 명 정도의 8인회 인사가 법조인으로서 보인 행적을 볼 때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임명에 반대하는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 간사는 “대법관 임명이 끝난 뒤 헌법재판관 임명에서도 이들이 계속 거론될 것이므로 끝까지 예의주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치권 역시 마찬가지. 한나라당은 “대법관과 헌법재판관은 능력과 합법성 여부를 떠나 삼권분립 훼손의 오해를 남겨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다분히 대통령 최측근인 8인회 인사들을 겨냥한 발언이었다. 최근 한나라당은 지방선거의 압승으로 정치적 입지가 한층 공고해진 상황이어서 이런 공세는 더욱 강경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2004년 3월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이 한반도를 요동쳤을 때 ‘구원투수’로 등장한 변호인단 역시 8인회가 주도했다. 강보현 법무법인 화우 대표변호사와 이종왕 삼성그룹 법률고문이었다.
8인회의 위력은 사법부와 검찰뿐만 아니라, 법조계의 또 다른 한 축을 담당하는 변호사계에서도 막강하다. 강 변호사가 대표로 있는 법무법인 화우는 지난 2년 간 가장 많은 사건을 수임한 대형로펌으로 성장했다. 이 법률고문은 최근 삼성 그룹의 핵심 간부인 전략기획위원회(구 구조조정위원회) 위원으로 선임됐다. 각각 로펌과 대기업 법무팀의 상징적인 리더로 자리잡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8인회의 위력이 갈수록 더해지는 것에 대해 우려와 견제의 목소리가 높다. 30대 중반의 한 지방법원 판사는 “대법관과 헌법재판관은 6년 임기이기 때문에 8인회는 노 대통령 퇴임 이후에도 사법부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라며 “대법관 인사에 법조계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길 기대하나 노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을 볼 때 코드 인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한편 8인회 멤버들은 주변의 이러한 시선이 괜한 확대 해석이라 얘기한다. “별다른 모임이 아닌 남들 하는 망년회 정도일 뿐”(서상옥 사무처장)이라거나, “8인회란 이름도 언론이 붙인 것”(강 헌법재판관)이라는 얘기들로 마치 권력화된 단체인 양 바라보는 주변의 시선을 경계하고 있다.
신민섭 기자 ksiman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