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청년-‘엽기’ 여학생…이보다 더 악독할 순 없다
언론을 통해 공개된 공소장 내용에 따르면 피해자 윤 아무개 양(15)이 집을 나간 날은 3월 15일이었다. 이제 막 고등학교에 진학해 새 교복을 입고 열흘 남짓 등교하며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 나가던 시점이었다.
윤 양은 스마트폰 메신저를 통해 김 아무개 씨(24)를 알게 됐다. 김 씨는 윤 양과 연락을 자주 하며 “사귀자”고 제안했고 윤 양은 이에 따랐던 것으로 전해진다. 경찰은 김 씨가 성매매로 화대를 갈취할 목적으로 윤 양에게 접근한 것으로 판단했다. 김 씨를 통해 또래의 허 양, 양 양, 정 양(15)과 또 다른 양 양(16)을 알게 됐다. 10대의 학생들은 20대 청년들인 이 씨, 허 씨(24)와 또 다른 이 씨(25)와 어울려 다니던 사이였다.
윤 양과 사귀는 사이였던 김 씨는 이들의 친구였다. 윤 양은 3월 15일 김 씨를 따라 가출해 부산의 한 여관에서 지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부터 김 씨와 그의 친구들은 본색을 드러냈다. 윤 양을 시켜 성매매를 시키고 그 화대로 유흥비 등 생활비를 마련했던 것.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이른바 ‘가출팸(가출한 패밀리의 약자로, 가출을 해서 가족처럼 사는 집단)’의 전형적 범죄수법이었다. 윤 양은 폭압적인 그들의 자세에 위축돼 시키는 대로 성매매를 하고 다닐 수밖에 없었다. 윤 양이 집에 들어오지 않자 윤 양의 아버지는 경찰에 가출신고를 했다. 이를 어떻게 알게 된 것인지 김 씨 일행은 윤 양을 잠시 집으로 보내게 된다. 그들은 윤 양에게 “성매매를 시킨 사실을 가족이나 누군가에게 절대 알리지 말라”고 당부했다.
윤 양의 아버지는 14일 만에 돌아온 초췌한 안색의 딸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었다. 윤 양은 울며 “오빠들이 시켜서 성매매를 했다. 감금하고 하루에 한 끼만 먹였다. 사실을 알리면 다시 찾아와 데려갈 것 같다”며 그간 있던 일을 낱낱이 알렸다. 이를 들은 윤 양의 아버지는 경찰에 사실을 알리자고 설득했지만 윤 양은 “오빠들이 무섭다”는 이유로 아버지를 말렸다. 평소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던 윤 양의 아버지와 윤 양은 일요일인 다음날 평소처럼 교회를 나갔다. 어른들과 청소년 예배가 분리돼 있어 따로 예배를 드렸다. 예배를 마치고 나온 12시경 윤 양의 아버지는 딸이 없어진 사실을 알게 됐다. 그제야 다시 경찰서를 찾아가 “딸이 사라졌다. 집을 나간 사이 어떤 남성들과 또래 아이들이 성매매를 시켰다”고 신고했다. 경찰은 다시 수색팀을 가동해 윤 양의 행방을 쫓았다. 경찰이 수색하고 다니던 20일 사이에 윤 양은 김 씨 일행에게 여기저기 끌려 다니며 상상도 못할 고문을 받았다.
범죄 사실이 알려질까 두려워 윤 양을 끌고 간 일행은 다시 성매매를 강요했다. 조건만남 남성들을 연결시켜주며 윤 양에게 하루 4~8회씩 성매매를 강요했다. 이들이 윤 양을 무차별적으로 때리기 시작한 건 4월 4일부터였다. 윤 양이 페이스북에 접속했다는 이유에서였다. 페이스북을 통해 현재 위치가 노출될까 걱정한 남성들은 윤 양에게 화를 내며 폭행을 가했다. 또래 여학생들을 시켜 7명이 돌아가며 윤 양을 감금하고 감시하기까지 했다. 날이 지날수록 이들의 폭행과 학대 정도는 더해졌다. 윤 양에게 냉면그릇에 소주 두 병을 부어 마시게 하고 마시다 토하면 그 토사물까지 먹게 했다. 남성 세 명은 여학생 네 명과 윤 양을 차례로 싸움을 붙이며 “이기면 나가게 해주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윤 양을 죽인 이들은 조건만남 남성 한 명도 살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MBC 방송 화면 캡처.
여학생들도 집기를 집어던지며 폭행에 가담했다. 너무 맞아 온몸이 화끈거리자 윤 양은 이들에게 “물 좀 뿌려 달라”고 애걸했다. 이들 중 한 명이 포트에 물을 끓여 윤 양의 팔다리에 부었다. 이후 수차례 끓는 물을 부어 윤 양의 팔다리는 화상을 입어 피부가 부풀어 오르고 까졌다. “집에 가고 싶다”고 말할 때마다 온몸을 구타했다. 몸을 가누지도 못하는 윤 양에게 앉았다 일어서기 100번을 시키고, 정신이 혼미해진 윤 양에게 구구단을 외우게 해 제대로 답하지 못하면 또 때렸다. 이들은 “만약에 죽게 된다면 누굴 데려가고 싶느냐”고 묻기도 했다. 윤 양이 한 명을 지목하면 지목된 사람은 또 윤 양에게 집요하게 폭행을 가했다. 여학생 한 명은 보도블록을 뜯어와 윤 양을 내려치기까지 했다. 윤 양은 지속된 학대에 결국 4월 10일 대구의 한 모텔 근처 주차장에 세워둔 차 뒷좌석 바닥에서 쇼크로 인한 급성심정지로 숨을 거뒀다.
윤 양이 숨진 것을 발견한 이들은 범행이 드러날까 더 두려워졌다. 무작정 차를 몰아 경남 창녕군으로 이동했다. 길가에 차를 세우고 숨진 윤 양의 얼굴에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붙였다. 윤 양의 얼굴을 최대한 못 알아보게 만들어 혹시 발견되더라도 검거를 늦출 작정이었다. 11일, 창녕의 한 과수원에 윤 양을 묻고 돌아갔지만 사흘이 지난 뒤 다시 사체를 파내 더 으슥한 곳으로 들어갔다. 너무 길가에 묻은 것 같아 발각될 것 같다고 생각했다. 다시 윤 양을 묻으며 시멘트를 반죽해 사체 위에 뿌렸다. 거기에 흙을 덮고 돌과 풀로 덮어 위장했다.
이들은 범행 후 대전으로 가 또 한 차례 살인을 저질렀다. 남성들은 4월 19일 대전에서도 채팅앱을 통해 40대 남성 김 아무개 씨(47)을 유인한 후 양 양에게 성매매를 시켰다. 대전 유성구 봉명동의 한 모텔로 남성을 유인한 뒤 “미성년자와 성관계를 한 것을 알리겠다”며 돈을 뜯어낼 작정이었다. 하지만 양 양이 ‘꽃뱀’임을 인지한 김 씨가 빠져나가려 하자 모텔 앞에서 무차별 폭행을 가했다. 정신을 잃은 김 씨를 준비한 차에 태워 이동해 돈을 뜯어내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김 씨가 사망했고 사체와 차량을 길가에 세워두고 달아났다가 사흘 뒤 경찰에 붙잡혔다. 이 사건으로 이 씨, 허 씨, 또 다른 이 씨는 구속돼 대전구치소에 수감 중이다.
경찰은 윤 양의 마지막 통화기록에 남겨진 사람이 윤 양을 처음 꾀어낸 김 씨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김 씨를 찾아 붙잡았고 김 씨와 그의 지인들을 대상으로 수사한 결과 남성 일행이 대전에서 구속 상태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또한 성매매에 가담한 10대 여학생들이 대전에서 참고인으로 조사를 받고 김해에 돌아왔다는 내용도 듣게 된다. 여학생들은 윤 양의 행방을 묻는 경찰의 말에 태연하게 “모르는 일이다”라며 잡아뗐다. 집으로 돌아간 여학생 중 한 명은 친구에게 “사실 윤 양을 죽였다. 그리고 시체를 암매장해버렸다”고 털어놓았다. 사실을 들은 친구는 심각하다고 판단하고 들은 내용을 경찰에 제보했다.
윤 양을 살해한 남성 세 명은 모두 전과자였다. 스무 번 넘게 범죄를 저지른 사람도 있었고 모두 1~2건의 전과가 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수사를 담당했던 김해경찰서 서정민 형사2계장은 “어린 학생들이 가담해 이 정도 범죄를 저지른 건 수많은 범죄사건을 본 경찰로서도 이례적인 일이었다. 윤 양의 아버지에겐 충격 받을 게 뻔하니 그냥 ‘따님이 사망했다’고만 얘기했다”고 말했다.
현재 가해 학생 중 양 양과 남성 일행은 대전구치소에, 허 양 등 학생 세 명은 창원구치소에 수감된 상태다. 처음 남자친구 행세를 하며 윤 양을 끌어들인 김 씨는 성매매 알선 혐의로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는 상태다. 여학생들의 변호인은 “남성들이 주도해 범행을 저질렀고, 학생들 역시 피해자”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해=서윤심 기자 heart@ilyo.co.kr
가해학생 주변인들 증언 불우한 가정환경 탓 ‘통제불능’ 김해에서 만난 피해자 윤 양의 동창들은 가해 남성들과 학생들이 작정하고 윤 양을 꾀어냈을 거라 확신하고 있었다. 한 동창생은 “가해학생들 같은 소위 ‘날라리’들과 어울릴 부류가 아니었다. 그렇게 적극적인 성격도 아니었다”고 윤 양을 회상했다. “중학교 때 김해로 전학 와 사투리를 쓰지 않는다는 이유로 친구들이 윤 양을 따돌렸다”는 언론의 보도에 대해 동창생들은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말했다. 중학교 1학년 때 윤 양과 같은 반이었다는 한 학생은 “말수가 적어 그냥 친해지기 힘든 타입이었을 뿐이다. 잘 적응하지 못하는 윤 양을 걱정한 담임선생님이 여러 차례 상담을 하기도 했다”고 중학교 시절 윤 양에 대해 설명했다. 윤 양이 다니던 고등학교도 분위기가 가라앉아 있기는 마찬가지였다. 해당학교의 교감은 “안타까운 일이다. 입학하고 딱 열흘 출석한 후에 일이 있었던 거다. 때문에 같은 반 친구들과 담임선생님도 윤 양에 대해 설명해줄 수 없을 거다”고 말했다. 가해자에 대해선 “행실이 바르진 않았다”는 얘기가 많았다. 김해의 모 여고에서 만난 양 양의 동창은 “학교를 잘 나오지 않았다. 남자들하고 어울리기 좋아했던 걸로 알고 있다. 가출도 잦았다”고 말했다. 이후 근황을 묻는 질문에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엔 진학하지 않았던 걸로 안다”고 답했다. 가해자 여학생들 중 양 양과 정 양은 중학교를 마치고 학업을 중단했다. 또 다른 양 양과 허 양은 중학교 유급생이었다. 출석일수가 모자라 고등학교에 진급하지 못해 중학교 3학년에 다니고 있었다. 양 양이 다니던 중학교를 찾아 그를 가르치던 선생님을 만났다. 교사 이 아무개 씨는 침통한 표정이었다. “끔찍한 일에 가담한 걸로 알려지면서 양 양의 담임선생님과 학생들 모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충격을 받았다”며 입을 뗐다. 이 씨의 말에 의하며 양 양은 중학교 3학년에 진학하면서 전혀 컨트롤 할 수 없는 상태였다. 한 학기 수업일수 193일 중에 양 양은 65일 이상 나오지 않아 유급됐다. 다시 3학년에 다니는 동안에는 학교를 더 나오지 않았다. 3월부터 구속된 5월까지 단 열흘 출석했을 뿐이다. 때문에 학교에는 마음이 통하는 친구 하나 없었고, 주로 학교 밖에서 만난 친구들과 어울려 다녔다. 왜 학교에 나오지 않았느냐는 담임선생님의 걱정 어린 질문에도 “아팠다”, “놀았다”며 짧게 대답했을 뿐이었다. 양 양이 세 살 때 부모님이 이혼했고 양 양은 친할아버지의 손에 키워졌다. 남매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할아버지가 양 양을 제대로 훈육하는 건 무리였다. 터울이 많이 지는 언니와 오빠는 각자 학업과 직장생활에 바빠 양 양을 돌볼 겨를이 없었다. 이런 사정 때문에 학교에서 양 양의 탈선을 알리고 가정에 훈육을 부탁해도 소용이 없었다. 가정방문도 여러 차례 했지만 이미 양 양은 통제 불능이었다. 이 씨는 “범행 방식이 너무 잔혹해 학생들도 선생님들도 쉬쉬하는 분위기다. 얘기 꺼내봤자 서로에게 상처가 될까봐 아예 양 양에 관한 말을 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서] |